"돈 굴릴 곳 없다"… 대기업 예금도 마다하는 은행

증권·금융 입력 2015-05-08 18:02:18 수정 2015-05-08 18:02:18 윤홍우·박윤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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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리드] 돈을 쌓아둘 곳이 부족한 대기업들은 여전히 은행에 돈을 맡기려 하지만 은행은 이를 거부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저금리에도 불구, 은행 예금 수요는 크게 줄지 않은데 반해 은행이 돈을 굴려 돈을 벌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경기가 살아나 대출이 급속히 늘어나지 않는 한 거액의 대기업 예금을 유치해도 수익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 은행들의 솔직한 속내다. 이 같은 은행들의 영업 행태는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며, 시중에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의 법인 예수금(기업 정기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이 올 1분기(1~3월)에만 수조원씩 줄었다. 이 같은 법인 예수금의 감소는 기업 자금이 은행을 이탈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은행이 기업 자금을 일부러 내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36조 1,400억 원이던 법인예수금이 올 3월 말 기준 29조 26억원으로 무려 7조 1,374억원이 감소했다. 하나은행 역시 3월 말 기준 법인예수금이 67조 6,279억원으로 지난해 말(72조 2770억원)에 비해 4조6,491억원이 줄었다. 가장 덩치가 큰 KB국민은행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늘어 법인예수금 전체로는 3,600억원 가량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법인예수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 정기예금은 1조 3,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정부나 외국법인 등을 제외한 순수 국내 법인예금이 3월 말 기준 26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1조 5,000억원 가량 줄었다. 초유의 저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대기업의 자금 담당자들은 여전히 안정된 은행 예금을 통해 돈을 굴리는 것을 선호한다. 거액이라는 이유로 은행과의 협상을 통해 시중금리보다 높은 우대금리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은 더 이상 이 같은 대기업들의 입맛을 맞춰주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출할 곳도 없고 금리도 바닥인데 예금을 쌓아놓고 있어봐야 역마진 우려만 커진다. 실제 A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업에 따라 5~10bp가량 대출 금리를 올리고 예금 금리는 내리면서 의도적으로 대기업 예금과 대출을 줄였다. A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영업의 경우 마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신 중소기업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예금이 많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대출이 빠르게 늘지 않기 때문에 유동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한 임원도 “대기업 예금을 받아서 예금 규모를 키워봤자 목돈을 빌려 줄 우량한 대출처를 찾기가 힘들다”며 “남는 예금을 갖고 국공채 등에 투자해봐야 수익을 맞출 수 가 없다”고 말했다. 한 때 대기업 예금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은행들이 올해 들어 부쩍 몸을 사리는 것은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대기업 예금 유치는 물론, 대출도 자제하면서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만 주력하고 있다. 경기 악화로 닥칠 수 있는 대손충당금 쇼크를 피하기 위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며 올해 들어 3월까지 은행권 대기업 대출은 불과 1,000억원이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15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여신 담당 임원은 “요새 같은 저금리 시대에는 대기업 하나만 흔들려도 은행 수익성에 엄청난 타격이 올 수 있다”며 “철저히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최대한 수익성을 회복하자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전했다. 은행들은 다만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확대에는 다시 공격적 영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안심전환 대출 정책으로 인해 상당수 대출 자산이 주택저당증권(Mortgage Backed Securities) 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안심전환 대출로 인해 한꺼번에 없어지는 대출 자산이 8조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근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일제히 낮추며 가계 대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윤홍우·박윤선기자 seoulbir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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