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금융' 명목으로 넉달새 21조 훌쩍
증권·금융
입력 2015-06-07 17:26:35
수정 2015-06-07 17:26:35
양철민·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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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리드] 시중은행들 간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중기 대출 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지적은 지난해부터 계속 제기돼왔지만 금융위원회가 올 들어 은행 혁신성 평가 항목에 기술금융을 넣은 후 열기가 더욱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속도 조절에 나서야 할 당국은 되레 채찍질을 가하며 중기 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는 등 국내 금융 시장의 또 다른 시한폭탄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은 채 몸집을 키우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1월부터 넉 달간 총 21조1,000억원이 늘었다.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지 모른다는 가계 대출 증가폭 16조7,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대기업 대출 증가 추이와 비교하면 증가세가 더욱 뚜렷하다. 대기업 대출의 경우 2012년 27조6,000억원(중기 대출 4조9,000억원)에 달했지만 이후 계속 하락세다.
올해 넉 달간의 증가액은 4,000억원에 그쳤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이나 유가증권 시장 등을 통해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은행을 기웃거릴 이유가 없다. 대기업에서 문전박대당한 자금은 중기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이 중기 대출 시장에서 꺼내든 카드는 '금리'다. 은행연합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중기 물적담보대출시 각 은행 가산금리는 최근 들어 하향 추세다. 은행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가 되는 기준금리가 사실상 조달금리의 원가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낮출 여지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산금리를 낮춰 중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 대출 부문 1위인 기업은행은 시장 수성을 위해 전체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여타 은행의 1.5~2배 수준인 40%까지 늘렸다. 관련 법상 기업은행의 전체 대출 중 70% 이상을 중소기업 대출 몫으로 구성하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기업은행의 올 1·4분기 중기 신용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는 4.14%로 지난해 4·4분기 평균 가산금리에 비해 0.04%포인트 높아지는 등 리스크 프리미엄을 올리는 방식으로 중기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시중은행 간 과잉 경쟁으로 중기 대출 시장은 향후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한 영업 담당자는 "얼마 전 은행장이 바뀐 몇몇 은행을 중심으로 중기 대출 시장에서 역마진이 우려될 정도로 낮은 금리를 제시해 고객을 뺏어가려는 움직임이 종종 목격된다"며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은 은행에 소위 '갑질'을 하며 금리 경쟁을 부추기는 등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기업 영업 담당자들은 중기 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고객들과 골프 약속 등으로 주말까지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최근의 중기 대출 증가세를 조절할 생각이 없는 상황이다. 중기 대출의 경우 일반 가계 대출에 비해 평균 대출금리가 1%포인트 이상 높아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 기업들이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카드 등의 부가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 또한 은행으로서는 괜찮은 수익원이다. 무엇보다 가계 대출의 경우 증가폭이 너무 크면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중기 대출은 많이 할수록 되레 칭찬을 받는 분위기다.
특히 기술금융과 관련해서는 기존 대출을 기술금융 관련 대출로 전환하는 형태로 눈속임하는 형태가 만연하고 있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임원은 "기술금융과 관련해 리스크 부문의 위험성이 별도로 높아지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며 "사실상 기존 대출이 기술금융으로 이름만 바뀐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양철민·박윤선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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