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 떠밀린 해외진출… 은행 피로감 커진다
증권·금융
입력 2015-06-09 18:13:43
수정 2015-06-09 18:13:43
김보리·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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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리드] 최근 한 시중은행은 글로벌 담당 임원이 도맡았던 해외출장을 지역별 할당제로 바꿨다. 올해 들어 워낙 해외점포 신설 관련 출장이 많아 담당 임원의 다른 결재 업무 등에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할당제는 미주 지역은 A임원, 중국은 B임원, 동남아 지역은 C임원 등 이런 식으로 배분해 글로벌 담당 임원의 과로한 업무를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최근 은행 해외진출 속도전이 가져온 웃지 못할 풍경 중의 하나다.
저금리로 수익 한계 상황에 다다른 국내 금융 현실에서 해외진출이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가속도를 내고 있는 해외진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것도 예견된 상황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해외진출이 신규 수익원 창출을 위한 투자임에도 최근 분위기는 성과 보여주기에 급급해 해외진출 자체가 '성공'으로 동일시되는 모습이다. 진출 후 안착과 성장을 고민하기에 앞서 진출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향이 짙다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장기적 투자의 개념인 해외진출을 단기 평가지표로 접근하면서 은행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은행 혁신성평가에 해외진출 항목이 포함된데다 그 기준 역시 작위적이라 은행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해외점포의 현지자금운용·현지차입금 등의 실적을 은행 전체 실적과 비교해 상대평가한 후 혁신성평가에 반영하는 것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 글로벌 담당 임원은 "전체 은행 실적을 분모로, 해외은행 실적을 분자로 보고 평가하면 실적에 왜곡이 생긴다"면서 "지난 2014년의 경우는 국내은행의 실적이 좋지 않아 해외가 상대적으로 잘된 것 같은 착시효과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와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해외실적에서 전년도와 비교해 개선 정도를 측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산업의 해외진출은 운동경기와 비교하면 마라톤과 같은 장기전인데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이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 진출해 비교적 가장 성공한 외국은행으로 꼽히는 씨티은행도 1967년 서울지점을 열고 기업금융 업무를 시작해 40년을 기다려 한미은행을 인수했다"면서 "임기 내 숫자와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경영진과 당국의 단기평가 시스템에 얽매여서는 제대로 된 해외진출 모델을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씨티라는 브랜드도 긴 시간을 투자해 우리나라에서 지방은행 정도의 순익을 내는 것은 국내은행의 해외진출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베트남에서 신한비나은행이 잘 나가는 것도 조흥은행이 1993년 베트남에 진출해 2000년 비나은행을 인수했던 오랜 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해외진출은 장기적인 투자와 안목 없이는 성공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은행 내부에서도 해외진출을 단기성과로 접근해 은행의 피로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는 볼멘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행내 평가 등이 너무 단기적이라는 점"이라며 "근시안적으로 보다 보니 '왜 출장만 다니고 결과가 늦느냐'는 불만이 내부에서 먼저 나온다"고 말했다.
김보리·박윤선기자 bor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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