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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와 새해 경제전망
서울경제TV | 입력시간 : 2018-01-01 19:02:25

골디락스와 화로동선의 지혜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라는 동화가 있다. 영국에서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를 영국의 시인 로버트 사우디(Robert Southey)가 1837년에 소설로 재구성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양에서는 골디락스를 모르면 외계인으로 치부될 정도로 유명하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최근 세계경제를 골디락스에 비유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주열 총재는 한국은행 출입기자단가지단과의 간담회에서 “2018년을 맞이하면서 저출산 고령화, 부문별 불균형, 가계부채 등 한국 경제 구조적 문제와 함께 '골디락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글로벌 경제상황을 골디락스로 진단한 것이다.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호랑이가 담배 먹던 시절, 예쁜 금발머리를 한 소녀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이 바로 골디락스(Goldilocks)였다. 영어의 원뜻을 풀어보면 Goldilocks란 금을 뜻하는 Gold에 묶은 머리카락을 뜻하는 locks를 합한 것이다. 말 그대 묶은 금발머리 또는 금발머리 소녀쯤으로 번역할 수 있다.

이 골디락스 소녀가 숲속에서 오두막을 발견했다. 도움을 청하려고 노크를 했다. 똑 똑 똑 아무 반응이 없었다. 문을 살짝 밀쳐 보았더니 그대로 열렸다. 주방으로 들어갔더니 식탁에 죽 세 그릇이 놓여 있었다. 장시간 허기져 있던 골드락스는 바로 죽으로 다가갔다. 첫 번째 죽에 손을 댔더니 너무 뜨거웠다. 두 번째 죽은 너무 차가웠다. 어린 소녀가 먹기에는 둘 다 불편했다. 다행히 세 번째 죽은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았다. 골디락스는 적당히 따뜻한 그 세 번째 그릇을 맛있게 비운다.

식사를 마치고 거실로 갔다. 그곳에도 세 개의 의자가 있었다. 첫 번째 의자와 두 번째 의자는 너무 크거나 작아서 앉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세 번째 의자는 딱 맞았다.

과식을 한 탓인지 노곤해진 골디락스는 침실로 들어갔다. 첫 번째 침대는 너무 딱딱했다. 두 번째 침대는 너무 푹신했다. 세 번째 작은 침대가 꼭 맞았다. 거기서 잠이 든다.

그 때 세 마리의 곰이 집으로 들어왔다. 이 오두막은 엄마 곰 아빠 곰 그리고 아기 곰 등 곰 세 마리가 사는 보금자리였던 것이다. 곰 세 마리는 침대에서 자고 있던 골디락스를 보고 소스라친다. 아기 곰이 소리쳤다. “누가 내 침대에 누웠어. 지금도 자고 있어!"

괴성에 놀란 골디락스는 눈을 뜬다. 세 마리 곰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곧바로 멀리멀리 도망쳤다. 골디락스는 그 뒤로 오두막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로버트 사우디(Robert Southey)가 1837년에 정리한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의 줄거리이다. 구전되어온 설화인 만큼 조금씩 다른 내용들로 전해온다. 이판 본 중에서는 골디락스가 죽을 훔쳐 먹고 곰 오두막에서 잠을 자다가 곰 세 마리에게 잡혀 먹였다는 내용도 전해온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아빠 곰은 엄청 뚱뚱하다. 그릇이 너무 커서 수프가 늦게 식었고 의자도 너무 커서 부담스러웠다. 엄마 곰은 적게 먹기 때문에 그릇이 작았다. 작은 그릇에 담긴 수프는 빨리 식을 수밖에 없다. 아기 곰의 죽과 의자 그리고 침대는 골디락스에게 꼭 맞았다. 결국 골디락스를 가장 만족시킨 것은 비슷한 덩치의 아기 곰이었던 것이다.

동화속의 골디락스를 경제학의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영국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즈라는 신문이었다. 수년전 일본경제신문이 지분을 대거 인수해 소유구조에서는 일본 언론이나 다름없지만 영향력 면에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유럽 최고의 경제신문으로 군림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004년도에 중국경제를 소개하면서 골디락스가 중국으로 건너간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당시 중국은 10년 이상 10% 내외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매우 높은 성장률 이었다. 성장률이 높으면 물가가 덩달아 뛰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기가 좋아져 소득이 늘어나면 경제주체들의 호주머니에는 돈이 증가하게 된다. 그 돈은 유효수요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요가 늘어나면 물가는 오르게 된다. 성장률이 높아지거나 고용이 늘면 인플레이션이 올 소지가 매우 높아진다. 이것이 고전파 경제학의 기본 원리이다.

이 같은 사실은 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가 1958년 발표한 필립스 곡선의 이론에서도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 있다. A W 필립스는 영국의 사례를 기초로 고용이 늘어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지수의 한 축인 임금 상승률 낮아진다는 사실을 입증해냈다. 1861년부터 1957년까지 근 100년 동안의 시계열자료를 토대로 임금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역의 함수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혀냈다. 당시 필립스가 발표한 함수 방정식은 Log(y+0.9)=0.984-1.394x 이었다. 여기서 x는 실업률, y는 임금상승률이다. 임금은 물가를 주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그런 만큼 임금상승률을 물가상승률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필립스 곡선의 함수방정식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실업률이 낮을수록 물가상승률이 높고 그 반대로 물가상승률이 낮을수록 실업률이 높다고 하는 의미이거나 성장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장과 물가는 따로 논다는 이야기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통화주의자(Monetarist)의 대부로 불리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프리드먼 같은 경제학자는 이 필립스 곡선을 더욱 발전시켜 물가 급등을 막으려면 성장률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프리드먼은 그 정책적 수단으로 물가가 오를 때는 금리를 인상하고 통화량을 감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필립스와 프리드먼의 이 같은 경제철학과 사상은 오늘날 전 세계 중앙은행에 널리 퍼져있다. 미국 연준을 비롯한 오늘날 세계의 중앙은행들은 성장과 물가, 두 지표의 조화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현대 자본주의 세상에서 중앙은행의 금융통화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경제학의 종합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연준은 서브 프라임 사태로 야기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금리를 계속 내렸다. 양적완화라는 이름 아래 시중의 채권을 마구 사들였다. 중앙은행의 채권매입은 시중 통화량의 확대로 이어졌다. 이 같은 양적완화와 금리인하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은 경기가 회복되자 2014년에 양적완화를 중단했다. 이른바 출구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채권 매입량을 줄여갔다.

버냉키를 뒤이은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은 2015년 말부터 정책기조를 크게 바꾼다. 그해 12월 무려 9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이어 2016년 12월과 2017년 3월과 6월 그리고 12월에 또 기준금리를 올렸다. 무려 4차례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그 바람에 0%로 덜어졌던 연준의 기준금리가 지금은 1.25%~1.50%로 높아져 있다.

미국 연준이 정책기조를 바꿔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것은 경기회복으로 성장률이 높아지면서 물가가 급등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필립스와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에 따라 물가가 치솟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이다.

이처럼 물가와 성장은 서로 어긋나는 속성이 있다. 성장이 좋아지면 물가가 나빠지고 물가가 좋아지면 성장이 나빠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기는 무척 어렵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경제를 너무 뜨겁지도 또 너무 차갑지도 않게 먹기 좋은 상태로 장시간 유지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영국 동화에서 골디락스가 숲속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적당한 온도의 죽이 바로 이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2004년 중국 경제를 분석하면서 놀랐다. 당시 중국은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를 모두 잡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은 두 가지 서로 상충되는 목표를 아주 잘 잡아내고 있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 모습을 보고 골디락스가 중국으로 갔다는 표현을 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이 보도 이후 영국의 꼬마 소녀 골드락스는 경제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오늘날 경제학에서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 상황 즉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상승하지 않는 이상적인 경제상황을 골디락스라고 표현한다.

골디락스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다면 그야말로 유토피아를 실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호사다마(好事多磨)라는 말이 있다. 중국 금(金)나라 때 동해원(董解元)이 지은 서상(西廂)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 또는 좋은 일에는 시기하는 풍파가 잦다는 뜻이다. 중국 청(淸)나라 때 조설근(曹雪芹)은 소설 홍루몽(紅樓夢)에서 미중부족 호사다마( 美中不足 好事多魔) 라고 읊었다. 즐거운 일들은 영원히 의지할 수 없다는 얘기이다. 좋은 일은 오래 계속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호몽부장(好夢不長) 이라는 말도 전한다.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서도 적당한 죽을 발견한 꼬마 금발소녀의 행복이 오래가지 않았다. 집주인인 곰 세 마리가 갑자기 돌아오는 바람에 골디락스는 다시 숲속으로 도망가야만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글로벌 경제가 골드락스 상황이라고 했다. 지금 세계경제는 적당한 성장에 적당한 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골디락스 양상을 보이고 있는 곳이 미국이다. 미국의 성장률은 3% 선으로 올라와 있다. 미국 같은 큰 덩치에서 연율 3%의 성장을 실로 놀라운 것이다. 이 정도 높은 성장률이면 물가도 덩달아 솟구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통화주의 경제학자들의 가르침이었다. 미국의 물가는 고성장의 와중에도 여전히 낮다. 미국 연준은 2017년도에 물가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인상 계획을 세웠다가 실제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낮게 드러나는 바람에 도중에 철회한 적이 여러 번 있다.

미국 연준의 점도표에 따르면 FOMC는 2018년에도 4차례 이상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또한 물가가 급등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올해도 물가가가 예상만큼 안 오르면 굳이 금리인상을 강행하지 않을 수 있다.

월가에서는 경기 활황에도 물가가 이상하리만치 낮은 현상을 재닛 옐런의 미스터리 또는 재닛 옐런의 수수께끼라고 한다.

그동안 미국 연준은 GDP 성장률 2%와 PCE 물가 2%를 금리인상이 필요한 기준점으로 간주해왔다. 그중 GDP 성장률은 이미 기준선을 넘어섰다. 그런데 웬일 인지 물가는 기준선에 한참 미달한 1.3~1.6%선에 머물러 있다. 물가 1.3%는 결코 과열이 아니다. 디플레를 탈출하는 데에는 여전히 낮은 상승률이다. 성장률이 치솟으면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고 그렇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었다.

물가 폭등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금리를 올려왔는데 적어도 공식 지표상으로는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니 수수께끼라고 하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의 성장률도 서서히 회복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물가는 안정된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골디락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요즈음 우리경제가 그런대로 잘 나가고 있는 데에도 글로벌 골드락스의 도움이 적지 않다. 2017년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경제 위기론이 득세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추경을 단행했다.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연이어 여섯 차례나 내렸다.

그러다가 11월 들어 성장이 너무 빠르고 물가상승의 우려가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선회하기에 이르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정책기조를 급작스레 선회한 이유의 하나로 글로벌 골디락스 현상을 들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골디럭스가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의 경기 사이클을 놓고 보면 골디락스 상황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골디락스가 물러가고 나면 하이퍼 인플레나 악성 디플레가 밀어닥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29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이나 19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 그리고 2007년과 2008년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모두 골드락스가 지나간 자리에서 불거져 나왔다.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신년 벽두에는 덕담을 주고받는 것이 우리네 전통이다. 서울경제 TV 시청자님들의 앞날에도 큰 축복이 있었으면 하고 기원해본다.

그러면서도 골드락스의 이야기를 굳이 꺼내는 것은 잘 나갈 때 앞으로의 위험을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환기시켜 주는 것이 덕담중의 진짜 덕담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로동선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여름철에 겨울의 추의를 녹일 화로를 미리 준비하고 겨울철에 여름의 더위를 날릴 부채를 미리 준비 한다면 그야말로 유비무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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