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결제 넘어 대출도 하는 '핀테크 2.0' 열려… 규제완화 서둘러야

금융 입력 2015-05-12 20:08:33 수정 2015-05-12 21:43:08 사회=이혜진차장 정리=박윤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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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기윤 BC카드 핀테크사업실장

새로운 서비스 시작하려면 '적과의 동침'은 불가피

플랫폼·제조사 적극 협업을

● 류영준 다음카카오 핀테크사업본부장

네거티브 방식 규제 완화에 기업 혁신 서비스 결합해야

국내서도 퍼스트무버 탄생

● 최대선 전자통신硏 인증기술연구실장

크라우드펀딩뿐만 아니라 신용평가도 대중이 주도권

장기적 전략으로 준비해야


기존의 지급결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핀테크 1.0이었다면 이제는 지금까지 없었던 인터넷 전문은행이나 대중화되지 않았던 P2P(개인 간)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불특정다수로부터 투자금 유치) 등이 확산되는 핀테크 2.0으로 넘어가는 시점이다. 정부의 사후규제 원칙하에 알리바바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듯이 국내에서도 창의적인 서비스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 또 새롭고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핀테크 사업에 있어 이종 업종간 협업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공인인증서 없는 간편결제 도입을 주문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1년간 핀테크가 초래한 변화를 정리하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12일 서울 서대문구 본사에서 '천송이 코트 1년, 핀테크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과감한 지원과 참여기업들의 혁신적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야 핀테크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국내에서 탄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금융사 대표로는 간편결제 분야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BC카드의 성기윤 핀테크사업실장이, 정보기술(IT) 업체 대표로는 류영준 다음카카오 핀테크사업본부장이, 보안기술과 관련해서는 최대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이버보안연구본부 인증기술연구실장이 참석했다.

-지난 1년간 국내 금융산업에 많은 변화를 초래한 핀테크의 현주소를 평가하자면.

△류영준 본부장=소비자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 지난해보다 확실히 많아진 것 같다. 하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단기간 내에 핀테크 붐이 일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산업화하는 효과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특히 금융과 타업종 사이에 가르마를 타야 할 부분이 아직 정리되지 않아 진척이 더딘 면이 있다. 다른 업종의 회사와 함께 사업하는 게 '적과의 동침' 아니냐는 것이다. 뱅크월렛카카오 송금규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송금·수신 한도를 200만원까지 허용하도록 규제가 풀렸지만 은행 쪽에서 아직 열어주지 않고 있다.

△성기윤 실장=삼성페이나 애플페이 같은 플랫폼이 생겼고 각 카드사와 유통업체·IT업체도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지난 1년간 핀테크 돌풍의 핵이었던 결제시장은 서열이 정리돼가고 있다. 하반기 이슈는 오프라인 결제로 이어질 것 같다. 앱카드냐, USIM카드냐, 바코드 방식이냐 근거리무선통신(NFC) 방식이냐 하는 부분은 내년까지도 기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고민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결제시장을 보면 카드사와 밴사·가맹점이 수수료를 나눠 먹는 형태인데 카드 수수료는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여서 IT업체나 제조사·통신사가 끼어들 여지가 남아 있지 않다. 또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된 새로운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고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다. 아직은 획기적인 기술과 서비스 개발이 더 필요한 상태다. 방금 '적과의 동침'을 말씀하셨는데 새로운 서비스를 하려면 적과의 동침은 필수다. 단순히 카드 결제를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옮기는 데서 벗어나 대형 플랫폼이나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한다.

-최근 들어 핀테크의 무게추가 결제시장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도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본 규제를 4%에서 30%로 늘리는 방안 등 규제 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류 본부장=사업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당장 배당이익보다 중요한 것은 의결권이다. 투자를 많이 하고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장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데 누구도 주도할 수 없는 그림이랄까. 금융업이니만큼 안정성을 고려한 제한인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딜레마인 것은 사실이다.

△성 실장=동감이다. 기존 은행과는 다른 혁신적 서비스를 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또 금융사가 주축이 된다면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와 대치되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최대선 실장=인터넷 전문은행이 현실적으로 파고들 만한 분야를 생각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특화된 서비스 제공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사가 3분의1을, 은행과 IT업체가 각각 3분의1을 가져가 자동차 특화 금융을 하는 식이다.

△류 본부장=IT업체 입장에서 접근하는 시각은 다르다. 굳이 우리가 들어가 자동차 파는 것을 도와줄 필요는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소비자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활동에 따라 금전적 혜택을 준다든지 갓 성인이 돼서 신용평가가 어려운 젊은 층을 대상으로도 어릴 적부터 SNS를 사용한 이력을 분석, 적은 금액이라도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런 다양하고 창의적인 서비스를 하려면 규제가 네거티브 방식으로 짜여야 한다.

△성 실장=가능한 이야기다. 미국에서는 실제로 이름과 전화번호, e메일 주소,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에 해당하는 사회보장번호 네 가지만 받아서 할부 등 카드와 비슷한 서비스를 해준다. 최소한의 정보지만 페이스북 같은 다른 경로를 통해 직장이나 주거지·인맥 등을 분석해 신용평가를 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준비하는 곳들도 전략적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한다. 인터넷 전문은행 성공의 관건은 고객에게 얼마나 큰 혜택을 주느냐다. 아무리 비용을 줄인다 해도 규모의 경제상 초반에 수익을 내기 어렵고 눈에 띄는 혜택이 없다면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할 것이다. 단기간에 성공하려면 뱅킹 외에 펀딩이나 투자 같은 고수익을 돌려줄 수 있는 새로운 조합이 필요하다.

-인터넷은행에서 조금 더 나가면 P2P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 같은 신종 금융이 있다. 이에 대한 현장의 시각은 어떤가.

△최 실장=어려운 말을 써서 그렇지 P2P 대출은 일수고 크라우드펀딩은 계와 마찬가지 아닌가. 알고 보면 낯선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한번 도입되면 빠른 속도로 퍼질 거라고 본다. 이런 거래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랑 하기는 어려우므로 카카오톡 같은 SNS를 활용하는 형태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성 실장=사실 핀테크는 영국에서 P2P 대출이 잘되면서 나온 말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진행돼온 결제시장에서의 핀테크는 사실 국내 결제 인프라가 잘 돼 있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체감도가 낮을 수 있다. 하지만 P2P 대출이나 크라우드펀딩처럼 대중화되지 않은 서비스가 팽창한다면 훨씬 폭발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류 본부장=두 가지 사업모델은 이미 해외에서 사업성이 검증됐다. 특히 IT업체 입장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는 쪽은 고객정보다. 일반 IT 서비스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면 고객이 부담을 갖지만 금융 서비스라고 하면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보제공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다. 이를 모아놓으면 맞춤형 광고 같은 사업기회가 많다.

△최 실장=구글이나 애플도 수수료 시장보다는 데이터로 부가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알리바바는 데이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생태계가 구축된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마켓을 운영하면서 그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파는 상인들의 신용을 상품평이나 장사 수익률 등의 데이터로 평가해 대출해준다. 온라인마켓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는 결제대금으로 머니마켓펀드(MMF) 서비스를 해준다.

△류 본부장=한국에서 대출이나 자산운용을 하려면 금융업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림의 떡이다. 허용된다고 해도 신종 금융이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부적으로 조사해보면 금융 서비스에서 고객들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편리성보다 안정성이다. 사고가 났을 때 원금을 보장해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연히 서비스 제공자가 누구인지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P2P나 크라우드펀딩 쪽에서 일반 스타트업이 많이 시도하기는 하지만 소비자한테 먹히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리나라 핀테크 산업의 앞날, 어떻게 전망하나.

△류 본부장=중국을 배워야 한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을 무시했지만 지금 핀테크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는 중국이다. 전에 알리바바 본사가 위치한 중국 저장성 간부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자기들은 사전 규제가 없고 문제가 되면 그때 규제한다는 기조가 분명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갈 거라고 하더라. 이렇게 국가적인 전략산업으로 밀기 때문에 알리바바라는 성공사례를 만들어 세계 무대로 나갈 수 있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산업을 키우려면 당국의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성 실장=국내 결제망이나 금융 인프라는 이미 잘 갖춰져 있다. 핀테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융거래가 어려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또 하나의 조건은 협업이다. 프로그램 설계와 디자인, 대고객 커뮤니케이션 등은 카카오 같은 IT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핀테크 분야를 선도하려면 혼자서는 안 된다.

△최 실장=웹 1.0과 2.0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웹 1.0은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TV가 시작되는 시간이나 신문 나오는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나 접근 가능하다. 다음 단계인 2.0은 누구나 정보의 생산자가 되는 시대다. 같은 맥락에서 핀테크 1.0은 편리한 접근성이 핵심이었다. 1.0은 기존에 이미 갖춰진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빠르?이뤄지고 있다. 이제 다가올 핀테크 2.0은 누구나 돈을 빌려주고 펀딩할 수 있는 시대다. 크라우드펀딩이나 P2P 대출뿐 아니라 현재 대형 신용평가사들이 주도권을 가진 신용평가도 대중에게 넘어갈 것이다. 핀테크 분야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을 멀리 보고 준비해야 한다.

사회=이혜진차장
정리=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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