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경제·사회 입력 2015-06-28 18:42:59 정리=이혜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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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범국(사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정부의 우리은행 민영화와 관련, "국민의 소중한 돈이 들어간 기업을 헐값에 팔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의 민영화 의지는 여전히 강하지만 가격 변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예보가 우리은행의 가치 제고와 시장 수요 파악 등 두 가지 과제에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올해 부채감축목표 5조8,000억원 중 4조원을 이미 달성했다"며 "오는 2017년 말까지 보유지분 매각 등을 통해 총 20조원의 부채감축목표가 차질 없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와 하반기 기업 부실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아직 없다"면서도 "위기의 파고가 몰려올 때 금융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 선제적인 리스크 대비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취임한 곽 사장은 10여년 만에 우리은행 민영화라는 과제와 다시 만났다. 그는 지난 2004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 의사총괄과장으로 재임하던 시절 처음으로 블록세일 방식의 우리금융지주 지분매각을 담당했다.

곽 사장은 "가급적 빨리 민영화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우리은행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현 상황에서 기존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고려 없이 판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안 좋은 상황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특히 인색하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배 안팎이다. 현 주가 수준이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의미다.

곽 사장은 기업가치 제고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시장에서 최고의 가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은행 경영진과 주주인 예보의 책무"라며 "우리은행 경영진에도 이 같은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은행 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련 관계자들을 만나서도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시절 기업은행 지분을 매각한 경험을 예로 들며 주가 제고 방안을 설명했다. 당시에도 주가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NDR)를 개최하면서 투자자들이 어디에 주목하는지에 착안해 세일즈를 벌였다. 곽 사장은 "고배당 성향, 중소기업 위주의 포트폴리오 등 기업은행의 장점을 부각시켰다"면서 우리은행도 순이자마진(NIM), 비용, 소매금융 비중 등과 관련해 시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제고와 동시에 시장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각할 수 있도록 투자자 수요 파악을 물밑에서 꾸준히 진행할 방침이다. "매각 시기를 예단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면서 "시장에서 투자자를 항상 접촉하면서 여건에 따라 매각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곽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예보의 주요 매각자산 중 하나인 한화생명의 주가관리에도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예보는 대한생명 시절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한화 측에 매각한 후에도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현재 지분율은 22.75%다. 3월 2%를 매각하고 올해 추가 매각계획을 갖고 있으나 주가상황이 여의치 않다. 한화와 삼성 간 빅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한화 측이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화생명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곽 사장은 "한화에서 주가에 대한 고려를 해줘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 배당률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요구할 부분은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예보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보증보험 등의 출자주식 매각을 통해 2017년까지 총 20조2,000억원의 부채를 줄일 예정이다. 곽 사장은 "지난해부터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 부채를 줄여 지난해는 5조3,000억원의 부채를 줄였다"며 "올해는 총 5조8,800억원의 부채감축목표 중 이미 4조원의 부채를 5월 말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에도 파산 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물건, 선박, 미술품 등의 자산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예보의 책무인 공적자금 회수뿐 아니라 선제적인 금융회사 부실 방지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부실금융사 정리뿐 아니라 리스크 관리도 예보의 책무"라면서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금융기관은 안전하다는 점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보가 시행 중인 대표적인 사전 리스크 관리 제도로 차등보험료율 제도를 꼽았다. 예보는 지난해 처음 각 금융회사별 건전성을 평가해 예금보험료를 할인 또는 할증하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총 314개 은행·보험·저축은행이 대상이었으며 1등급은 예보료율 5% 할인, 2등급은 표준, 3등급은 1%의 할증이 적용됐다. 예보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할증·할인율을 최대 10%까지 확대해 금융회사들이 자발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이 제도가 안착할 수 있도록 금융회사의 리스크에 대한 예보의 평가역량을 키울 방침"이라며 "이외에도 위기상황에서 대형 금융회사들의 체계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부실정리계획 사전수립 제도도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2012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저축은행권의 경우 건전성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곽 사장은 "저축은행도 부실이 상당 부분 정리된데다 1982년 이후 신규 인가가 나지 않아 영업권이 보장되고 있어 건전성 우려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하반기 미국 금리 인상과 경기 악화에 따른 가계부채와 기업 부실 우려가 금융권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곽 사장은 "금융권의 건전성은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동검사, 차등보험료율 제도 등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경영과 경쟁력 제고를 적극 유도하겠다"면서 "금융시장을 지키는 든든한 방파제로서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평상시에 예보의 역량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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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충북 보은 △1979년 청주고 졸업 △1984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1985년 행정고시 합격(28회) △1989년 재무부 경제협력국 사무관 △1995년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1996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서기관 △2000년 아프리카개발은행 자문관 △2004년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서기관 △2007년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2008년 기재부 FTA국내대책본부 지원대책단장△2010년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유통정책관 △2010년 한양대 경제학 박사 △2012년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유재산심의관 △2013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 △2014년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5년 예금보험공사 사장 취임


모든 직원과 카톡 친구… 타운홀 형식 미팅도 추진


■ 곽 사장의 스마트 소통 행보


인터뷰 중 그의 손목에 눈에 띄는 물건이 있었다. 갤럭시기어였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갤럭시노트3가 출시될 때부터 기어를 착용했다고 한다. 정보기술(IT) 기기에 밝은 그는 스마트폰을 활용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데도 익숙하다. 세종시로 부처가 이전하면서 부하직원들과 대면할 기회가 줄어들자 스마트폰으로 보고서를 받고 스마트펜으로 수정해 회신해주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

스마트 소통 행보는 예보 사장에 취임해서도 이어졌다. 취임하자마자 전 직원의 휴대폰번호를 입력해 카카오톡 친구를 맺었다. 일부 직원들은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고 일부 직원들은 '반갑다'는 이모티콘을 보내기도 했다.

직원들과 타운홀 형식의 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해외 기구에 파견 갔을 때 임원들이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인사, 조직 운영에 대해 직접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접한 바 있다. 그는 "직접 건의나 질의를 하면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직원들과 점심, 간식 타임 등의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곽 사장은 "여러 방면으로 직원들과 허물없이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생동감 있는 조직을 일구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내년 창립 20년을 맞아 '청년 예보'에 걸맞은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기 위해 올해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곽 사장의 생각이다. 내부직원들의 의견을 활발하게 청취하는 동시에 금융당국·금융회사 등 외부와도 소통을 통해 예보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연내 마련할 계획이다.

이 같은 생각을 반영해 곽 사장은 28일 취임 후 첫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미래전략 태스크포스(TF)'를 신설,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공사 운영 방향에 적극 반영해 미래전략 수립을 담당하도록 했다. 또 유능하고 젊은 인재를 부서장으로 발탁, 조직 내 역동성 제고를 꾀했다. 그는 "지난 19년의 업력을 통해 공사 내 일상적인 업무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원활하게 굴러간다"며 "간부들은 일상 업무보다 어젠다와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간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에 곽 사장은 '감이후지 (坎而後止)'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했다. 이는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넘칠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정체된 듯한 시기라도 실력을 쌓고 내실을 기하면 더 큰 발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곽 사장은 "예보가 공동검사를 나갈 때 차별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또 금융 업계에 대한 차별화된 메시지를 주지 못한다면 공사의 존립 이유에 대한 의심을 받을 수 있다"며 "적절한 시기에 예보의 역량을 키워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박태준 금융부장 june@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정리=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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