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의 역발상

경제·사회 입력 2015-08-12 15:06:44 수정 2015-08-12 22:43:03 이지윤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패스트푸드 획일적 메뉴 탈피, 나만의 레시피로 버거를

디지털 주문 시스템 도입, 직원이 직접 음식 서빙도

레스토랑 방식 도입, 느긋하게 먹는 공간으로 탈바꿈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형 터치스크린 화면이 달린 키오스크 앞에서 고객은 버거 빵으로 오트밀과 페퍼치즈와 토마토소스를 선택한다. 양상추와 적양파를 토핑으로 추가해 신용카드로 결제한 뒤 주문벨을 들고 자리에 앉자 10분 뒤 셰프 복장을 한 직원이 주문 메뉴를 테이블로 가져다준다. 오는 14일부터 맥도날드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풍경으로, 계산대에서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받아 들고 빈 좌석을 찾아 음식을 빠르게 섭취한 후 자리를 뜨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가12일 '슬로푸드'로 변신을 선언했다. '슬로우 수제버거'와 테이블에서 주문 메뉴를 받는 '슬로우서비스'를 앞세워 빨리 먹고 떠나는 패스트푸드 전문점이 아닌 느긋하게 앉아 음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외식 시장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강해짐에 따라 위기의식을 느낀 맥도날드가 패스트푸드를 외면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이다.

이달 신촌점을 시작으로 다음 달 경기 용인 수지와 성남 분당 등지의 점포에도 디지털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슬로푸드 레스토랑을 지향한다. 점진적으로 전국 주요 상권의 대표 매장에 모두 이같은 주문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고객들이 음식을 받으러 가는 수고와 그릇을 치우는 번거로움을 없애고 일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고객이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을 무조건 최소화하는 게 아니라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여 시장에서 주도권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이날 슬로푸드 레스토랑으로 변신을 위해 신규 메뉴도 공개했다. 바로 맞춤형 수제버거인 '시그니처 버거'로 지난 해 호주에서 첫 선을 보인 후 호평을 받은 메뉴다. 시그니처 버거는 20가지가 넘는 재료 중에서 고객이 원하는 재료를 직접 골라 만드는 일종의 '나만의 버거'다. 브리오시번과 오트밀번 등 3종의 빵을 비롯해 양상추, 양파, 토마토 등 6종의 야채를 선택할 수 있고 소스도 바비큐, 할라피뇨, 머스터드 등 8종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기존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제한됐던 고객의 선택권이 대폭 강화된 메뉴인 셈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시그니처 버거의 가격은 7,500원으로 맥도날드의 기존 메뉴보다 가격대가 20~30%가량 높다"며 "하지만 호주의 경우 젊은 고객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해 호주법인의 성장률을 두자릿수로 이끄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맥도날드는 시그니처 버거 출시를 위해 지난달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는 디지털팀까지 신설했다. 시그니처 버거를 판매하려면 각 매장마다 키오스크 장비를 설치하고 주방도 시그니처 버거 전용 공간으로 개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버거를 담당하는 직원도 20여명 정도 추가했다. 시그니처 버거는 기술적인 지원이 용이한 국가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호주,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에는 이번에 상륙했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부사장은 "'시그니처 버거'는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존의 획일적인 메뉴를 벗어나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라며 "기존 수제버거 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재료를 사용한 만큼 국내 버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co.kr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