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 유소년 야구단의 반란ㆍㆍ"야구 통해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키우는 데 보람 느껴"

S생활 입력 2020-07-21 14:14:01 유연욱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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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스스로 창의력 키울 수 있는 야구 강조

사진= 경기광주시퇴촌유소년야구단 최상규 단장, 김익 감독 /경기광주시퇴촌유소년야구단 제공

이름도 낯선 시골 마을의 한 유소년야구단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달 12일 폐막한 제3회 크린토피아 전국유소년 야구대회에서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유소년야구단이 파란을 일으키며 창단 2년 만에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광주시퇴촌유소년야구단은 총 44개 팀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결승에 진출했다. 예선 토너먼트에서 성동구유소년(7:0), 강남도곡유소년(6:5), 서울도봉유소년(2:0), 인천계양유소년(7:1) 등 대도시에 위치한 팀들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비록 결승에서 충남보령유소년 팀에 2:3으로 석패했지만, 첫 전국대회에서 거둔 성적치곤 괄목할 만하다.

 

시골 마을 유소년야구팀이 이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퇴촌유소년야구단의 최상규 단장과 김익 감독은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와 아이들끼리의 끈끈함을 꼽았다.

 

전교생 600명 불구 시골 마을 아이들의 남다른 야구 열정

2018 3월 창단한 광주시퇴촌유소년야구단은 퇴촌면 지역 학생들을 주축으로 27명이 팀을 이루고 있다. 이 지역 도수초등학교는 전교생이 600명에 불과한 작은 시골 학교다.

 

최상규 단장은 "학생수가 적은 탓에 아이들끼리 서로 잘 알고 단합이 잘 된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아낌없는 지원도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마음 놓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이 없었던 것이 가장 컸다. 처음 팀을 창단하고 퇴촌공설운동장에서 연습을 시작했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반대 여론도 심했다.

 

최 단장은 "현재도 일반인들을 위한 안전망 조차 없는 상황이어서 아이들이 안심하고 야구할 수 있는 전용구장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첫 창단 후 재능있는 아이들을 영입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아이들은 좋아했지만 학부모들의 야구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탓이다. 최 단장은 지난 2년 간 학부모들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현재는 지역 상인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련된 후원금으로 장비 용품 등을 구입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은 막을 수 없었다. 퇴촌유소년야구단은 주 3회 연습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연습 시간도 3시간 내외로 정해져 있다. 공부와 야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이다.

 

김익 감독은 성장기 아이들에게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라고 강조하며 "유소년들은 신체적으로 무리한 운동보다 그 나이에 적합한 야구를 통해 기본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창의력 키워줘야

지난해 퇴촌유소년야구단은 성남시야구대축전에서 유소년부문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창단 후 1년여 만에 이렇다 할 지원없이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이 같은 성과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야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도철학이 뒷받침 됐다.

 

김익 감독은 선수들과 1:1 대화를 많이 한다. 시합 때 각자의 역할과 전술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 감독은 "평소 가르친다는 생각보다 야구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마음가짐을 강조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 좋은 성적을 거둘수록 주변의 관심과 성적에 대한 압박은 심해지기 마련이다. 학부모들의 욕심과 아이들의 진로 문제도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 감독은 유소년 시절일수록 기본기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자칫 창의력보다 조직력을 강조해버리면 야구에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분명 성적은 땀 흘린 노력의 대가지만 그렇다고 성적을 내기 위해 운동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소년 때일수록 즐겁게 야구를 하면서 스스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키우는 데 보람

최상규 단장은 평소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유소년 야구라고 해서 특별히 룰이 다르진 않다. 일반 야구경기 규칙을 그대로 따른다. 비슷한 경기력을 지닌 팀끼리 승부도 2~3점차에 불과하다. 유소년 야구에서 선수들의 정신력이 중요한 이유다.

 

최 단장은 이번 대회 2차전에서 맞이한 도곡유소년 팀과의 경기가 최대 고비였다고 말한다. 크게 뒤진 상황에서 한 점 한 점 따라붙어 6:5 역전승을 거둔 데 큰 의미를 뒀다. 최 단장은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번 전국대회에서 퇴촌유소년야구단은 단연 화제를 모았다. 이름도 낯선 시골 유소년야구단의 대회 결승 진출은 시 단위에서도 고무적인 일이었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지역 내 전용 야구장 건립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최 단장은 "최근 지역 의원으로부터 정식 운동장(야구장) 마련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지자체를 중심으로 풀뿌리 유소년 야구가 활성화되길 바랬다. 어릴 적 산골에서 야구에 관심을 가졌던 경험이 지금에 이르러 유소년야구단 지원으로 구체화된 셈이다.

 

"아이들이 즐겁게 야구하면서 선수로서 꿈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주니어반(중학교)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우수한 선수를 배출하는 것도 목적이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야구를 통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욱 기자 ywyo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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