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성의 날씨와 경제] 우크라 전쟁, 비극의 기록…"에코사이드"

경제 입력 2023-03-06 19:29:21 정훈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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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전쟁이 1년이 지났습니다. 우크라이나가 겪고 있는 인명과 경제적피해는 엄청난데요. 전투에서 죽는 군인이나 어른들 말고 어린이들 피해도 매우 크다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인명피해 외에 환경피해가 최소 500억달러 이상 발생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의 경제적피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환경피해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반기성 센터장]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환경피해 최소 500억달러…“에코사이드 범죄”’라는 기사가 나오는데요.

 

여기에서 에코사이드라는 단어는 제노사이드와 비교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은데요. 제노사이드는 ‘인간집단’이라는 그리스어 ‘jeno’와 죽이다의 라틴어 ‘cide’를 조합한 말로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종교적 이유로 한 민족이나 집단을 죽이거나 파괴하는 것으로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이 좋은 예이지요.

 

그리고 에코사이드는 집을 뜻하는 그리스어 ‘oikos’에 학살 cide이 붙은 것으로 생태살해, 생태 학살을 뜻하며 완곡한 표현으로는 환경피해라고도 말합니다.

 

예를 들어서 2010년 멕시코만에 위치한 세계적인 정유 회사에서 석유 유출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당시 원유와 화공약품이 바다로 퍼지면서 참다랑어, 어류들이 떼죽음을 당했고, 이때 사용한 오일 분산제로 인해 잘게 쪼개진 미세원유가 조개나 새우의 체내에 침투해 먹이 사슬을 따라 생태계 전체에 퍼졌지요.

 

정유사 직원과 인근 어부들에게는 각종 피부, 신경계 질병이 광범위하게 나타났고, 암과 기형아 출산 위험성이 커졌으며, 돌고래들이 대거 사산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인류에 의해 자행된 행위로 인해 환경이나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건으로 시커먼 기름을 뒤집어쓴 바닷새들의 처참한 모습과 해안생태계의파괴, 그리고 기름제거를 위해 자원해 달려갔던 사람들이 구토와 두통, 피부병에 시달렸거든요. 대규모 에코사이드라고 할 수 있지요. 최근 아마존열대우림이 대거 사라지는 것도 에코사이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농업을 위한 농지 조성 과정에서 산에 불을 지르고 나무를 자르면 숲에 살던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게되고 산불로 인한 온실가스가 대량 발생하고, 농장운영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하며, 토양침식, 수질 오염, 기후위기 악화, 야생동물 멸종위기가 심화되는 에코사이드 즉 환경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앵커]

기업들의 이윤을 위한 행위나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것만 에코사이드가 아니라 전쟁에서도 많은 에코사이드, 즉 환경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까? 대표적인 사례가 있을까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전쟁에서는 제노사이드 측면의 대량살상이 발생하지만 환경파괴도 대대적으로 일어나는데요.

 

생명윤리학자 아서 캔턴은 베트남 전쟁을 대표적인 에코사이드-제노사이드라고 주장한 적이 있어요.

 

미군은 베트남전에서 고엽제를 사용해 베트남 생태계를 파괴했는데요. 그 결과 베트남 전체 숲의 5분의1, 남베트남의 맹그로브 숲의 40%, 그밖에 많은 논과 밭이 영구히 훼손되었으며, 고엽제 살포 지역에는 기형아 출산, 성인 중증질환이 발생했고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농민은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지요. 당시 고엽제에 노출된 미군과 한국의 참전군인들도 오랫동안 질환으로 고통받았던 적이 있었지요.

 

[앵커]

그렇다면 이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도 제노사이드와 에코사이드가 동시에 발생하는 전쟁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반기성 센터장]

그렇습니다. 당장 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전쟁으로 인한 환경피해에 대해 집계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우크라이나 환경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야기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에코사이드’를 일으킨 환경 범죄라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올해 2월 20일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환경파괴 피해가 514억달러(약 66조원)에 달한다고 발표했지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600종의 동물과 880종의 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우크라이나 토지의 3분의 1이 농업 이용이 불가능하게 됐고요. 160개 자연보호 구역과 16개 습지대, 2개 생물권이 파괴 위협에 처했다는 것이지요.

 

전쟁으로 인한 환경오염 내용을 보면 우크라이나에서는 32만 개의 폭발물을 처리했고, 국토 면적의 30%는 여전히 잠재적으로 위험한 상태이며,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섬유 공장 시설 등이 파괴되고 화재가 발생하면서 각종 화학 원료와 건설 폐기물로 인해 토지와 대기가 오염되었다는 것이지요.

 

전쟁으로 인해 지금까지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3300만톤으로 추정되며, 전후 재건과정에서 앞으로 4870만톤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로 배출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앵커]

이런 환경파괴에 대한 경제적피해를 집계한 것은 이번 우크라이나 환경부 자료가 처음인거죠?

 

[반기성 센터장]

우크라이나 환경부는 전쟁 발발 직후부터 전쟁으로 인한 ‘에코사이드’ 피해를 집계한 보고서를 매주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러시아로 인한 에코사이드 사례는 2,303건에 달한다고 해요.

 

우크라이나 과학자, 환경운동가,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인한 환경 범죄를 수치로 계산하고 있는데요. 인류 역사상 전쟁으로 발생한 환경파괴를 가장 상세하게 기록한 조사로 꼽힙니다.

 

우크라이나 시민사회도 정부와 별도로 환경파괴 피해를 집계하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환경단체 ‘에코액션’은 그린피스와 협력해 인터랙티브 방식의 ‘환경파괴 지도’를 작성해오고 있으며 이들은 생태 범죄에 관한 로마규정 8조에 따라 국제형사재판소에서 러시아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요. 또 우크라이나 정부도 11건의 형사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고 하지요. 엄청난 환경피해를 가져오는 끔찍한 전쟁이 빨리 끝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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