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무현의 SEN사건] 사업자금의 대여금 사기 성립 조건

이슈&피플 입력 2020-02-12 09:40:23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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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손무현 변호사(법무법인 세현)

◆ 사업자금을 빌려준 후, 돌려받지 못한다면 '사기죄' 성립 가능할까


오래전 A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빌딩에 명품숍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자금이 부족해 임차보증금 지급을 해결하고자 지인에게 사업자금(임차보증금) 대여를 부탁했다. A씨는 지인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걸고 자금을 대여했다.

▲보증금 3억을 빌려주면, 높은 수익을 올려 5개월만에 갚고 수익금의 30%를 지급 ▲두 달 정도 운영해보고 매장 운영이 힘들어지면 보증금 반환하기로 제안했고 지인은 이 제안을 받아드렸다.


명품숍 오픈 후 중국과의 외교문제(사드 등)로 중국인 관광객이 현저히 줄게 됐다. A씨는 3개월만에 폐업을 신청했으며 미지급한 임대료와 위약금을 제외하고 남은 보증금을 돌려받았으나 보증금이 거의 남지않아 지인에게 대여한 자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해당 사례로 자금을 대여해준 지인은 A씨를 사기죄로 고소 할 수 있을까?


◆ 사기죄 객관적 요건과 A씨의 행동


사기죄는 객관적 요건인 기망행위, 피기망자의 착오, 착오에 따른 처분행위, 피해자의 재산상 손해와 주관적 요건인 편취의 범위가 모두 인정되어야 성립할 수 있다. 위 사례의 주요 쟁점은 A씨의 기망행위(속이는 행위), 기망행위에 따른 처분행위(인과관계, A씨의 편취의 범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A씨는 지인에게 돈을 빌릴 당시 "높은 수익을 올려 5개월 만에 갚겠다.", "장사가 잘 안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아 변제 하겠다."고 약속했다. 얼핏보면 A씨가 지인을 상대로 수익성과 변제방법을 속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거래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그 기업의 자산가치나 수익성 등에 관하여 다소 과장하여 고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라며 "그 과장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사기죄에 있어서 위법한  기망행위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983. 8. 23. 선고 83도 1447 판결 등 참조)


결국 A씨의 약속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여럽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대부분의 분양광고가 과장광고라 하더라도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 기망과 편취사이에 인과관계와 A씨의 편취 범의 존재 여부


사업장의 임차보증금은 밀린 임대료를 제외하고 돌려주게 된다. 그러나 명품숍이 폐업한 상태에서 보증금을 100% 돌려받기 힘들다고 판단하는것이 대부분이며, 기망과 편취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받을 수 없다. A씨에게 처음부터 변제의사나 변제능력이 없었고 편취의 범의가 존재했었다고 볼 수 있을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법원은 "경영자로서 도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숨기고 거래했더라도 사업 성공의 가능성을 믿고 성실하게 이행할 의사가 있었던 때에는 그 편취의 범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A씨가 돈을 빌릴 당시 사업을 이행할 의사가 있었다면 편취의 범의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


◆ 전문가 의견


A씨는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중국과의 외교 등의 관계로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해, 금액을 변제할 수 없었던 것이므로 형사 고소가 아닌 민사소송의 영역이다.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도 구체적 내용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지인은 A씨와 자금 차용 계약 당시 임차보증금 외에 사업 자금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A씨로부터 보증까지 받았는데 A씨가 지인으로부터 빌린 돈 말고 자금을 구할 곳이 없었던 것이라면 사기죄에 있어서 기망행위는 인정될 수 있다.

임차보증금 전액이 보장되지 않을지라도 A씨가 계약서 등을 통해 지인에게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


위 사례처럼 대여금 또는 그에 준하는 금전거래를 진행할 때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계약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계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손무현 변호사 / moohyun.son@gmail.com

법무법인 세현 기업형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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