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방직부지 개발 반대 단체를 보며

전국 입력 2022-12-23 17:03:57 신홍관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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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필성 전주시민

임필성 씨.

미국소설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이 있다. 다른 갈매기들은 태어난 본성에만 얽매여 눈앞의 먹을 것에만 집착한다. 그러나 주인공 갈매기는 다른 갈매기와 달리 멋진 비행을 꿈꾸며 끊임없이 비행술을 연마하여 마침내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


지난 21일 전주 대한방직 옛 부지에서 ‘부지 철거착공식 및 경제 비전선포식’이 있었다. 개인사정으로 현장에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여러 기사를 통해 당일 현장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지난 몇 년간 해당사업의 진행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본 전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전주의 역사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당일 지역의 주요 정치인사와 언론들 그리고 수많은 전주시민들이 이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축하했다. 처음 해당부지의 매각이 결정되고 143층 타워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소개되던 2017년을 떠올리면 엄청난 여론의 변화가 느껴진다. 당시 대다수의 언론이 부지개발에 부정적이었고, 전주라는 작은 지방도시에 143층 타워라는 국제적인 프로젝트에 회의적이었으며, 심지어 해당사업이 사기에 가깝다고 적대적이었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비전선포 당일 현장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했던 몇몇 단체들의 논조가 그러했다.


이들의 반대논리는 이러했다. 자광의 부채규모가 3,500억 원에 이르고, 내년 금융환경이 힘든 상황이며, 143층 타워는 미끼에 불과하고 아파트 분양이 핵심이며, 상업용지 변경이 특혜이고, 결과적으로 지역상권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왜 매수자인 자광을 비난하는가? 매매가 문제라면 왜 정작 2,000억 원이란 엄청난 이익을 보고 매각한 대한방직을 비난하지 않는가? 처음 신시가지 계발 당시 대한방직터만 매각되지 않아 부지가격이 올라간 책임을 왜 자광에게 묻는가?


본인들도 인정하는 옛 대한방직부지의 가치를 왜 자산이 아닌 부채로만 보는가? 당신들은 2천억 원의 대출금이 3,500억 원에 이르기까지 왜 반대만 했는가? 원래대로라면 내년 ‘2023새만금 잼버리’에 맞춰 143타워, 아니 153타워가 완공될 수 있었고 전북을 방문하는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전주를 홍보할 절호의 기회가 되었을 텐데 당신들의 반대로 전주가 얻은 것이 있는가? 오히려 반대여론으로 시간만 끌다 해당사업의 부채만 늘게 한 책임은 없는가?


또한 금융환경의 변화가 반대의 명분이라면 2017년 매각결정 당시에는 금융환경이 좋았는데 그 때는 왜 반대를 했는가?


3,000 세대 아파트분양이 반대의 명분이라면 왜 8,000 세대가 넘는 전주혁신도시, 5,000 세대가 넘는 만성지구, 1만 세대가 넘는 에코시티는 반대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면 이들 지역의 개발로 전주시민이 얻은 것도 없지 않은가, 반대로 3,000 세대에 불과한 아파트단지 개발에 자광은 전주시가 필요로 하는 컨벤션센터와 국제관광도시로의 도약에 필요한 153타워 같은 세계적인 건축물을 제시하는데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상업용지 변경이 특혜라면 매년 전주시민이 전주시에 신청하는 모든 상업용지로의 변경신청이 특혜인가? 사업금액이 적으면 괜찮고 사업금액이 많으면 특혜라는 것인지.


또 법적근거도 없이 사유재산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론화위원회는 왜 문제를 삼지 않는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이 언제부터 사유재산의 개발에 공론화위원회로 간섭하는 것을 용인했나.


지역상권의 피해가 걱정이 된다면서 정작 생수까지 문 앞에 배달해주는, 자영업자의 매출에 가장 파급력이 큰 온라인쇼핑몰은 왜 비난하지 않는가? 그동안 당신들은 우리지역 상권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도움을 줬나.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전주는 발전할 수가 없다. 특히 자기자본 없는 기업가는 전주에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이들에게 대출은 비난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돈 없는 서민은 송충이처럼 뽕잎만 먹어야 하고 개천에서 용이 될 생각은 말아야 한다. 자기 자본이 없는 무주택 서민은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살 생각을 말아야 한다. 상업용지로의 전환신청은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전주시 또한 중앙의 예산을 배정받아 분수에 맞게 운영해야지 지방도시가 스스로 국제화되려는 시도는 말아야 한다. 이들은 전주를 개천의 용이 아닌 송충이들의 도시로, 기회의 땅이 아닌 순응의 도시로 만들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무서운 기득권자의 논리인가?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이 서민이면서도 돈 있는 기득권자의 논리를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울타리에 길들여진 소는 고삐를 풀어주고 문을 열어주어도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주인이 주는 적당한 양의 여물에 평생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노예근성의 무서움이 여기에 있다. 전주시의 도약을 반대하는 단체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기득권자의 논리에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거울을 들어 살펴볼 일이다.


연말 비전선포식에서 칠흑같이 긴 어둠을 뚫고 스스로의 힘으로 비상하려는 한 갈매기를 본다. 이 갈매기는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 순간에 나는 그의 성공을 간절히 빌며 기꺼이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당신이 이 갈매기가 실패하기를 고대하며 반대를 위한 또 다른 명분을 찾는 어리석은 반대 사냥꾼이 되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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