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전국 입력 2023-04-12 12:04:46 강원순 기자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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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원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 조직부장

신현정 원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 조직부장.

[기고=신현정 원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원공노) 조직부장]작년에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그동안 생각만 해오던 옥상에서의 로망을 하루빨리 실현하고 싶어졌다.

옥상 바비큐를 위해 요즘 캠퍼들이 많이 구입하는 ‘캠핑용 무쇠 솥뚜껑’에 눈이 가기 시작했고 그중 마음에 드는 제품을 사려고 인터넷쇼핑몰에 들어 가보니 지금 주문해도 한 달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인기가 얼마나 좋은지 기다릴 수 없는 사람들은 직접 공장으로 찾아가 흠집이 있는 제품을 할인된 금액으로 산다고 한다.

시골에서 솥단지를 만들던 공장이 지금은 ‘무쇠 그리들(솥뚜껑)’로 대박이 나서 직원도 늘고 다른 일을 하던 아들은 가업을 잇고자 기술을 전수 받고 있었다.


100년 역사의 주물 공장은 커다란 솥단지 만을 고집하지 않고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대박을 냈다.

전통만 고수했다면 값싸고 가벼운 냄비가 시장에 나왔을 때 공장문을 닫아야 했을 것이다. 100년 동안 공장을 지킬 수 있었던 건 고집이 아니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새로운 시도였다.


원공노는 재작년 전공노와 민주노총 즉 상급단체를 탈퇴했다. 2006년 민주노총에 가입했을 때 공무원으로서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상급단체에 소속돼 있으면 우리를 지켜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민주노총 산하 조합원들의 시청 난입으로 시설물이 파손되고 직원이 다치는 등 같은 민노총 소속이지만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행하는 폭력에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공무원. 그래도 먹고살만한 직업을 가진 노동자니 이 정도는 무조건 감수하라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노총 산하 조합원들이 시청에 난입해 직원이 다치고 시설물이 파손됐던 한 가지 사건 만으로 탈퇴가 이뤄진 것이 아니다.

민노총(전공노)이 당시 우리 조합원들을 보호 해줄 상급단체(?)였다.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 때는 그런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조합원을 폭행하고 시민의 혈세로 마련한 시설물을 파괴 하는 등 행위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그들을 멀리하고 싶어졌다.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역할에 대해 많은 질문들을 쏟아 냈고 투표로 상급단체 탈퇴라는 강수를 뒀다. 


민노총 탈퇴 후 상상을 초월하는 각종 소송과 고소·고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직 후폭풍 속에 있지만 가장 일하고 싶은 지자체를 만들겠다는 꿈은 꼭 이루고 싶다.

인기를 끌었던 공무원시험 경쟁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2030세대 직원들의 퇴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오는 지금 노동조합의 역할은 변해야만 한다. 


원공노는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거대기득권 노조 괴롭힘 방지법(원공노법)의 입법 호소를 위한 국회 기자회견은 물론 지역사회 공헌 활동과 조합원을 위한 문화 활동도 꾸준하다.

오는 21일 박정하 국회의원(원주갑)과 함께 ‘MZ세대 조합원 근무여건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한 간담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100년이 넘은 공장이든 대기업이든 고객의 생각에 맞춰 변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다. 우리는 그때가 맞았으니 지금도 맞는 것이라고 안주하지 않고 변화를 위해 앞장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지자체를 만들어 갈 것이다.


결국 옥상의 로망이 속히 실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공장의 제품을 샀다.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으로 다른 주물공장까지도 바쁘게 가동하게 했다.

작은 공장의 새로운 시도가 100년의 공장을 지키고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듯 우리도 조합원과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노동조합이 되도록 작지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k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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