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남양, 경험·쇄신 결합한 新마케팅으로 다시 일어설까

산업·IT 입력 2024-02-27 07:00:00 수정 2024-02-27 15:28:40 김서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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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스·17차·초코에몽…남양 성공 공식엔 언제나 '전략적 마케팅'

ESG 경영 부각, 인기템 후속작 출시, 신사업…남양은 이미지 쇄신중

"한앤코, 인수합병, 해외 진출, 생산 효율화 등 여러 활로 모색할 것"

남양유업의 대표 유제품 '맛있는 우유 GT'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2년 우유 점유율에서 서울우유, 빙그레 바나나우유에 이은 3위다. [사진=서울경제TV]


[서울경제TV=김서현 안자은 황혜윤 인턴기자] 남양유업의 경영권이 홍원식 회장 일가에서 한앰컴퍼니로 넘어가며 업계가 떠들썩하다. 남양의 체질적 리모델링이 성공할지 이목이 쏠린 것. 그동안 각종 사건사고에도 남양이라는 기업의 마케팅만은 늘 꽤 괜찮은 타율을 보여 왔기에 더욱 그렇다. 언제나 발목을 잡던 ‘오너 리스크’가 사라진 남양. 그간 쌓아온 마케팅 연륜과 한앤코의 신(新) 동력이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과거 ‘홍씨 남양’의 마케팅을 톺아보고, 새로 탄생할 ‘한앤코 남양’의 마케팅을 전망해 본다.

'국민 비호감' 남양 선택한 한앤코…어떤 가능성 봤기에

수많은 리스크에도 한앤코가 남양을 선택한 이유는 가능성이다. 그간 남양의 영업력과 상품성이 여러 이슈에 묻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남양은 2010년대 매년 1조원 이상 매출을 내며 업계 최고 수준 매출을 10년 이상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불가리스’와 ‘초코에몽’ 등 실적을 견인해온 일명 ‘효자템’ 덕분이었다. 효자템 뒤엔 언제나 남양만의 전략적 마케팅이 있었다.

남양의 마케팅은 영리하기도 때론 영악하기도 했다. 불가리스는 ‘장수(長壽)의 나라’라는 불가리아의 이미지를 활용, 불가리아식 발효유라고 광고하며 발효유 1위 자리를 지켜 왔다. 그러다 매일유업이 불가리아 국영기업과 한국 내 독점공급 계약을 맺고 ‘불가리아’를 출시했다. 이에 남양의 불가리스는 불가리아라는 나라와 무관한 제품이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러나 남양은 되레 매일에 ‘불가리아’ 관련 이름의 사용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하면서 발효유 판매량 1위 유지에 성공했다.

건강·미용이 화두로 떠오른 2005년엔 시류에 맞춰 ‘17차’를 선뵀다. 당시 전지현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17가지 몸에 좋은 성분’, ‘피부 미용’, ‘0kcal’를 강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출시 첫해엔 매달 20억 원씩 팔리다 바로 다음 해엔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했다. 업계에선 일본 아사히의 ‘16차’ 제품을 모방했다고 봤지만 남양은 벤치마킹이라며 맞섰다. 이후엔 성분을 다양하게 조합한 ‘18차’부터 ‘25차’까지 제품을 구상해 실제 출시하진 않고 특허 출원만을 받았다. 국내 독점을 위해 17차 유사 상품이 나오지 못하게 손쓴 셈인데, 일명 ‘내로남불’ 수법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독특한 전략으로 일부러 하향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커피믹스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산돼 있던 2010년 남양은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출시했다. 카제인나트륨을 뺐음을 강조하며 단숨에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갔다. 사업 진출 1년 만에 매출 1000억원 달성, 80%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 성공의 열쇠였던 카제인나트륨은 사실 단순 우유 단백질로, 인체에 해롭지 않아 1일 섭취량 제한조차 없는 성분이다. 남양이 상품군 자체의 부정적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입소문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 효과도 톡톡히 봤다. 주류 프로모션 행사에서 술과 함께 초코에몽을 증정하는 일이 잦자, 초코에몽은 진한 초코맛으로 ‘알코올 해독에 좋은 음료’라며 SNS에서 화제가 됐다. 초코에몽은 2030의 ‘술자리 필수템’으로 자리 잡으며 지난 2023년 기준 누적 5,7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마케팅 성과가 꾸준히 나타나는 중에도 ▲황하나 마약 ▲대리점 갑질 ▲여직원 차별 ▲매일유업 허위 비방 등 남양의 크고 작은 논란은 계속돼 왔다. 그간 잡음을 만들었던 각종 마케팅 ‘꼼수’에 더해 범죄 사건까지 계속되자 2019년엔 전국민적 남양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남양이 대대적인 ‘상표 가리기'를 시도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제품에 남양 로고를 작게 배치하고, 로고 부분에 스티커나 빨대를 부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남양은 관련 의혹 전부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당시 이광범 남양유업 전 대표는 "과거의 과오에 대해 새롭게 거듭나려는 회사의 노력이 루머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며 "직원과 대리점주 등 회사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며 사태를 일단락시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소비자들의 인식 속 남양 이미지엔 흉터가 진하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 15일 '2024 세계 뇌전증의 날 기념식 및 토론회' 현장에서 환자들을 위한 인식 개선 활동 및 서명운동을 펼쳤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사진=남양유업]


턴어라운드 기로 선 남양, 현재 마케팅 방향은?

이렇듯 성공적인 마케팅과 뛰어난 제품성에도 남양은 기업이미지로 인해 저평가돼 왔다. 남양도 이를 의식한 듯 이미지 쇄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최근 남양은 연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전략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와 캡을 제거한 ‘프렌치카페 스트로우프리’ 판매량을 거듭 강조하고, 과거 무라벨 패키지를 생산했던 점을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뇌전증 환아용 특수분유 ‘케토니아’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을 계속해서 조명하고 있다. 지배구조 측면의 개선도 강조한다. 매 분기 경영진과 점주 관계자들이 모여 소통하는 ‘대리점 상생회의’를 최근 개최했다고 알렸다.

소비자와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행보도 읽힌다. 지난 1월엔 ‘소비자와 함께 하는 폐소재 수집’,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문구 공모전' 등을 운영하며 소비자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해 가고 있다는 메세지를 부각시켰다.

사업도 다각화하고 있다. 인기 제품인 초코에몽을 ‘쭈쭈바’와 ‘초코바’, ‘모나카’ 등으로 변주해 내놨다. 주식시장에선 초코에몽 아이스크림 출시로 남양 주가에 훈풍이 불었다고도 봤다.

건강기능식품이 흥행하는 추세에 따라 단백질 음료인 ‘테이크핏’도 출시했다. 이를 이용해 스포츠 친화 기업 이미지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최근엔 KBO 한국시리즈 개막에 맞춰 야구장에서 테이크핏 증정 행사를 진행하고, 한국프로스노우보드협회 경기에 후원했다.

타 유업들은 저출산과 원유값 상승으로 이전부터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었다. 이미 남양은 사업 다양화 경쟁에서 다소 뒤쳐졌다는 평가가 있었던 만큼, 신사업 모색엔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남양 관계자는"현재 생산 라인을 확대 중인 장수 브랜드와 단백질·식물성 음료·건강기능식품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며 “기업 대 소비자(B2B)뿐만 아니라 기업 대 기업(B2B) 수출 물량까지 확대해 시장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일각에서는 주홍글씨가 돼 버린 사명부터 변경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더욱이 최근 식음료 업계에서 사업 다양화를 염두에 둔 사명 변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여론은 남양이 사명을 변경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마케팅 업계에선 남양이라는 오랜 인지도를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또 한앤코의 사모펀드 운용사라는 특성상, 장기적 관점보다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 제고 작업에 착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명 변경은 대체로 장기적인 밸류업 계획이 있을 때나 근본적인 기업 성격 변화가 필요할 때 이뤄진다. 당장의 실적 개선이 급한 한앤코 입장에서 크게 고려할 변수는 아닐 것이란 의미다.


사명을 변경하려면 주주총회, 상표등록 등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점도 문제다. 경영진 교체조차 아직 이뤄지지 않은 데다 ▲주주 배당 문제 ▲기업 재무 정리 ▲인사 체계 정비 ▲낙농가 계약 문제 등 업계에서 급선무로 지적된 사항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 사명 변경부터 무리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한앤코가 남양유업에 사명변경을 위한 준비작업을 요구한 것은 없다고 전해진다. 남양과 한앤코 모두 아직은 고려하는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앤코는 조만간 홍 회장을 사임하기 위해 임시 주주통회를 연다. 이번 임시 주총을 통해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임시 의장으로 하고 신규 이사진을 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사진=서울경제TV]


새 옷 입은 남양, 마케팅도 새 옷 입을까

업계에선 한앤코가 경영할 신(新) 남양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 경영 쇄신만 된다면 그간 보여줬던 마케팅 실력과 조직력을 기반으로 제2의 전성기를 충분히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이 마케팅을 잘 해왔던 건 목표가 정해졌을 때 전사적으로 노력하는 시스템 덕분”이라며 “대리점 상품 강매, 허위 광고, 경쟁사 비방 논란도 이런 공세적인 조직 분위기에서 나온 부작용이지 않나 싶은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한앤코의 심폐소생술이 언제부터 전개될 수 있을지가 미지수다. 홍 회장이 사임하지 않고 버티는 데다 남양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한 탓이다. 남양은 서울경제TV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는 사내 분위기와 업무 분담 등에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앞으로의 마케팅 전략 향방에 대해 우리 측에서 언급할 순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비쳤다.

과거 사례와 시장 상황에 비춰 향후 취할 가능성이 높은 마케팅 전략들을 꼽아볼 순 있다. 우선 한앤코가 과거 웅진식품 밸류업에 썼던 전략을 가져갈 확률이 높다. 남양이 웅진식품과 유사한 식음료 유통체인이기 때문이다. 한앤코는 2013년 인수 당시 적자 기업이던 웅진식품을 개편, 인수 5년 만에 기업 가치를 3배 가까이 올려 매각한 전적이 있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동종업계를 인수하는 ‘볼트온’ 전략은 이 포트폴리오의 대표 공신이다. 이번에 남양도 과거 웅진식품의 경우처럼 덩치를 키우는 일이 우선이라고 한앤코가 판단할 수 있다. 남양 매출은 지난 2020년 1조 밑으로 하락했고 지난해까지 연속으로 적자를 냈으며, 작년 매출은 7,553억 원까지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도 점차 낮아지는 데다 불가리스 사태 이후엔 매일유업에 시가총액까지 뒤쳐지면서 이런 예측에 힘이 실린다.

적자 브랜드 위주로 생산을 중단할 경우의 수도 있다. 남양은 작년 유가공 사업에서 점유율이 상승한 카테고리가 없다. 게다가 영유아 인구 감소, 외산 식물성 대체유와 치즈의 성장으로 인해 국산 유제품 소비 위축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유 대신 노인들을 겨냥한 실버푸드로 눈을 돌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블루오션인 할랄·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한국 식품이 중동에서도 인기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까지 나서 ‘K-푸드’의 오일 머니 공략을 돕는 중이다. 더욱이 롯데제과 등 국내 거대 식음료 기업들은 비건 K-푸드를 개발해 세계 1위 인구 국가인 인도를 노리고 있다. 남양은 중동의 큰손이라 불리는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에는 아직 발을 딛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동을 중심으로 지역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적 있다. 그 계획에 여전히 미련이 남았을지 모를 일이다.

마케팅 업계에서는 그동안 남양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최신 마케팅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최근 식음료 기업들은 아이돌·셀럽 마케팅, 체험형 팝업스토어 운영, 식음료 외 회사와의 다양한 콜라보 등 일명 ‘MZ 사로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남양은 이런 전략을 최근 구사한 적이 없어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공식적으로 경영권은 양도됐지만,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홍씨 일가와의 관계를 정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향후 한앤코가 경영할 남양에 대해 “뭐든 손대면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진단했다. 오너 일가 손을 떠난 남양이 새로운 마케팅 동력을 등에 업고 다시 이륙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bodo_cele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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