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ISSUE] 제2벤처 붐 가시화를 위한 M&A 활성화 방안

입력 2019-11-12 10:36:09 수정 2019-11-12 10:36:09 뉴스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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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나수미 박사 (중소기업연구원)

한국경제는 저출산·고령화, 생산성 하락, 후발국 추격 등으로 인한 성장동력 저하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상황의 돌파구로서 혁신성장은 우리경제에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이다. 미국경제를 견인하는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는 혁신성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의 가장 큰 특징은 창업-성장-회수의 각 단계별 시장이 균형있게 발달했다는 점이다. 특히 활성화된 회수시장은 실리콘밸리 선순환의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창업 생태계로의 재투자 폭포(Reinvestment Waterfall)를 일으켜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 회수시장과 벤처투자 생태계의 발달은 M&A시장의 발달과 흐름을 같이해왔다.

 

[혁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

 

 [미국 VC투자 IPO 및 M&A 회수 거래의 비중]
* 자료 : Thomson Reuters, NVCA 2019 Yearbook


M&A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내에 투자 회수가 가능해 민간 주도의 벤처 투자 활성화에 기여한다. 성공적으로 성장한 중소벤처기업의 창업자는 M&A를 통한 수익배분을 바탕으로 재창업하여 혁신 생태계 선순환에 기여하게 된다. 김기사를 개발한 록앤올 창업자가 사업을 카카오에 매각 후, 김기사 컴퍼니를 새로이 세우고 공유 오피스 스타트업으로 재창업한 사례가 그러하다. 그러나 한국의 혁신 생태계는 창업 및 성장 단계에 비해 회수 단계에 대한 정책지원이 상대적으로 미비하여, 혁신 생태계 선순환에 개선의 여지가 있다. 2000년대 말부터 창업이 강조되는 정책 기조 아래, 2018년 기준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지원 예산 비중은 58%로 과반이 창업단계에 집중되어 있다. 또한 스케일업 전용펀드의 경우 4년간 12조원 규모를 조성하고 2022년에는 신규투자 연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것에 비해, M&A전용펀드는 2021년까지 1조원을 조성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임을 확인 할 수 있다.

M&A시장 활성화를  통해 회수시장에서 창업생태계로 이어지는 재투자 폭포를 일으킬 때, 현 정부가 추구하는 민간 주도의 혁신 생태계 선순환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창업단계의 충분한 정부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하는 현재의 선순환구조에서 회수단계로부터의 재투자 폭포가 창업을 일으키는 선순환 구조로의 전환을 추구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각 시장참가자의 애로사항 해결과 제도적·문화적 인프라 조성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창업과 성장 단계에서부터 M&A회수를 고려한 정책지원이 필요한 동시에, 네트워크 자산구축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과거에 창업자의 주인 의식이 M&A의 저해요인으로서 지적되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창업자들은 초기 단계에서부터 매각을 통한 회수를 고려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창업자들에게 M&A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산업(소프트웨어 개발, 정보통신 및 방송서비스 등)에서의 창업과 스케일업을 지원하여 M&A시장 활성화의 단초를 마련할 수 있다.

동종 업계 내 '중소벤처기업-중소벤처기업' 또는 '중소벤처기업-중견·대기업' 네트워크의 장을 제공해야한다. 다수의 M&A실무자들이 거래 성사에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M&A의 주요 저해 요인인 정보비대칭 상황도 네트워크의 부재에서 기인하는 면이 있다. 2018년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 결과 벤처기업이 고려중인 M&A 거래 형태로는 '동종업종의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과의 인수합병이 45.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동종업종의 벤처기업/혁신형 중소기업'과의 인수합병이 45.2%로 나타났다. 이에 동종 업계 내 네트워크의 장을 자주 마련해준다면 자연스럽게 M&A거래의 발생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중소벤처기업과의 M&A에 대한 문화적·제도적 장애요소의 해결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정부는 투명성에 대한 유인을 제공하고 심판(judge)과 조정(coordination)의 역할에 충실하여 공정경쟁과 상생의 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이 유망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사회에서의 부정적 시각을 타파해야 중소벤처기업의 사람과 기술만 탈취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벤처 투자의 경우 예외적으로 금산분리규제를 완화하여 M&A시장의 핵심(key player)인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VC) 활성화의 여지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역기능 예방을 위해 대기업의 투명성 강화와 공정경쟁을 위한 제도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보비대칭 상황에서 가격을 매칭(matching)시킬 수 있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 연구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데이터 생산자 등 M&A시장 내 다양한 제3의 참가자를 육성하여 풍성한 생태계를 조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서도 M&A 환경개선을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 '기업 가치에 대한 신뢰할만한 평가시스템 구축'을 55.1%로 최우선순위로 'M&A 전문가 및 중개기관 육성'이 48.3%로 뒤를 잇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 대상 M&A 시장조성자의 자생적 발달이 어려운 이유는 낮은 수익성과 이에 따른 전문가 부재에 기인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M&A중개보수의 일정 부분을 정부기관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또는 중소벤처기업 M&A 전문 중개기관으로 발돋음한 일본 딜로이트 회계법인의 사례처럼 M&A 수수료로 워런트(warrant) 취득을 가능하게 허용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정부의 풍성한 마중물에 힘입어 시작된 창업 붐은 한국의 혁신생태계를 빠르게 확장시켰다. 이러한 확장이 자생적 선순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성장에서 회수까지 모든 단계의 시장을 균형있게 발달시켜나갈 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돌파할 수 있는 혁신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나수미 박사 약력>
現 중소기업연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 박사
(저술) 이스라엘 창업생태계의 전환과 정책 시사점, 박재성/나수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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