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서 반값 된 샤인머스캣…'로얄바인'이 잇는다
경제·산업
입력 2025-09-23 15:10:37
수정 2025-09-23 15:10:37
김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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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바인, 명절 선물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
위기의 포도 산업…샤인머스캣 활로 되다
로얄바인, 과잉 재배 전철 피할 수 있을까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짙은 거봉빛을 띠는 탐스러운 색감과 샤인머스캣보다 더 크고 알찬 알맹이, 한송이 가격 무려 5만원에 달하는 새로운 품종의 포도가 추석 연휴를 앞둔 백화점 매대에 등장했다. 이 품종 이름은 '로얄바인'. 철저히 제한된 환경에서만 재배돼 '명품 과일'의 반열에 오른 로얄바인의 탄생은 바로 샤인 머스캣에 그 이유가 있다는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3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새롭게 출시된 '컨시어지 바구니 스페셜'에는 포도 품종인 '로얄바인'이 포함됐다. 매년 명절이면 과일 선물이 주목을 받지만, 올해는 특히 이 로얄바인이 매대를 장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사과, 배, 로얄바인 등으로 구성된 이 선물세트의 가격은 58만원선에 달한다.

◇ 샤인머스캣을 잇는 신품종, 로얄바인
로얄바인은 일본 시무라 포도연구소가 샤인머스캣과 윙크 품종을 교배해 '후지카가야키'라는 이름으로 2020년도에 탄생시킨 새로운 품종의 포도다. 알프스농원에서 들여온 로얄바인은 지난해 5월 한국에 정식 품종으로 등록돼 향후 25년간 국내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받으며, 재배 과정에서 일부 농가만을 선별하는 ‘클럽 재배’ 방식을 적용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대는 650g 이상 한 송이당 약 5만 원으로 책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구매 고객들은 “값은 다소 비싸지만 샤인머스캣보다 맛이 뛰어나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샤인머스캣, 위기의 국산 포도 산업 구하다
로열바인의 등장은 단순한 신상품 출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 배경에는 샤인머스캣의 흥망이 자리 잡고 있다.
샤인머스캣은 로얄바인과 같은 연구소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2006년 품종등록이 완료됐고, 한국에서는 고당도, 선물용 과일로의 이미지, 프리미엄 가격 등이 결합돼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샤인머스캣은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씨가 없으며 당도가 높은 매력이 있다. 한때 포도는 '검붉은 껍질'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으나, 샤인머스캣은 2010년대 후반에 등장해 명절 대표 과일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2017년 당시 국산 포도 산업은 위기였다. 씨 있고 껍질 벗겨 먹어야 하는 캠벨이나 거봉은 젊은 소비자들의 식습관 변화와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늘어난 수입 포도에 밀리고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당시 포도 생산량은 전년(2016년)보다 13% 줄었고, 재배 면적도 12% 감소했다. 이에 활로를 찾아야 했던 상주·영천·영동 등 전통 포도 농가들은 전략적으로 샤인머스캣 재배를 확대했고, 대형마트는 본격적으로 매대 위에 샤인머스캣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 과일이 ‘추석’이라는 큰 명절과 만나면서 백화점 과일 코너는 물론 선물세트 시장에서 단골 주인공으로 자리잡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샤인머스캣 수요가 오르자 재배 면적도 꾸준히 증가해 2022년 기준 1210만평으로, 2016년 72만6000평 대비 약 16배 급증했다.

◇ 3년 만에 반값…샤인머스캣의 추락
그러나 인기가 치솟은 만큼 부작용도 생겼다. 캠벨·거봉을 키우던 농가들이 재배 품종을 수익성이 보다 높은 샤인머스캣으로 갈아타면서, 농가들은 재배·수확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시장에 먼저 출하하려는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로얄바인, ‘명품 포도’ 자리 지키려면 과잉 공급 막아야
이처럼 국내에 상륙한지 6년여 만에 ‘흔한 과일’로 전락한 샤인 머스캣을 대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등장한 품종이 로얄바인인 셈이다.
샤인머스캣이 대중화되면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상실한 상황에, 로얄바인이 새로운 고급 과일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로얄바인은 이달 단독 판매를 시작했으며, 다음 달부터는 국내 주요 백화점 3사와 특급 호텔로 판매 채널을 넓힐 예정이다.
그러나 로얄바인 역시 샤인머스캣처럼 과잉 생산과 품질 저하의 길을 걷게될 수 있다는 게 포도 재배 농가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따라서 로얄바인이 과거 샤인머스캣의 전철을 밟게 될지, 아니면 프리미엄 과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관리와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로얄바인 재배 농가 관계자는 “로얄바인의 가치를 높이려면 농가들이 품질 기준을 절대 어기면 안 된다”며, “당도, 착색, 식감 등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소비자 믿음이 무너진다”고 전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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