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한국인, 불행할 수밖에요"

경제·사회 입력 2015-09-03 20:10:52 수정 2015-09-04 18:03:20 박현욱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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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신양명(立身揚名)에 매몰된 유교적 가치관이 한국인을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나친 경쟁심과 사회 불공정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불행한 국가'라는 오명을 영영 벗지 못하겠지요."

손봉호(77·사진) 고신대 석좌교수는 최근 직장인 교육기업 휴넷이 연 '명사특강'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최고의 삶을 추구해온 한국인의 뿌리 깊은 집착이 현재의 불만과 불행을 낳고 있다"며 이같이 꼬집었다.

손 교수는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근본 원인을 차세(此世·이승) 중심적 세계관에서 찾는다. 그는 "기독교·이슬람교 등이 현세 이후의 이상적 세계를 동경하는 데 반해 우리의 전통사상인 유교와 샤머니즘에는 현재의 삶만이 중요할 뿐 내세(來世)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여기에 유교의 효(孝) 사상마저 왜곡돼 경쟁심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유교 경서 '효경(孝經)'에서는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몸의 모든 것이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이를 손상하지 않는 것)'을 효의 시작으로, '입신행도 양명후세(立身行道 揚名後世·입신해 후세에 이름을 날리는 것)'를 효의 끝으로 규정한다. 출세해 이름을 드높이는 일이 효의 극치(終)라는 해석이다.

손 교수는 "유명해지려면 기필코 1등을 해야 하며 최고가 아닌 삶은 불행하다는 생각이 이 같은 전통적 가치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영국 레가툼연구소에서 조사한 평균 생활만족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전체 110개국 중 104위로 조사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자살률 1위 자리는 11년째 지키고 있다. 사회 구성원의 경쟁심이 강하면 공정한 룰과 페어플레이 정신이 있어야 그나마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손 교수는 이마저도 한국 사회에서 찾기 어렵다고 비판한다. 그는 "불공정한 사회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억울한 감정을 안겨주는 사회"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반드시 해를 끼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세·뇌물수수 등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6.8%(1999~2007년 평균)로 최근 국가 부도의 위기에 몰린 그리스(27.0%)와 비슷하다. 기독교인이면서 수십 년간 종교인 과세를 주장한 손 교수는 종교단체 관련 강연을 부탁받으면 스스로 강연료 가운데 원천징수되지 않은 액수를 모두 기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그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 '거짓이 우리나라를 죽이는 불공대천의 원수'라고 외친 바 있다"며 "부정이 난무하면 우리나라는 도덕적으로 야만국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실천을 강조했다. 손 교수는 환경·교육·복지 등 다방면에서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전국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와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합리적 이기주의와 절제의 미덕은 '불행한 한국'을 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을 부끄러워하고 자존심을 지켜야 행복해질 수 있다"며 "약간의 경제적 여유를 가졌다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법을 지키는 데 앞장서는 '도덕적 선구자'들이 많아져야 비로소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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