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쿠팡…와우 구독료 9,900원 찍을까?

산업·IT 입력 2024-04-22 13:56:33 김서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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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락인' 판단…구독료 인상 영향 제한적 전망한 듯

이커머스 업계 "구독료 인상 결정해 놓고 무료배달로 포석"

'고객 새로운 경험' 현실화 위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제기

쿠팡이 약 60%의 와우멤버십 구독료 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들은 “쿠팡이츠 무료배달 시행 후 그 부담을 회원에게 전가하기 위해 곧바로 구독료를 올렸다“며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구독료 인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돼 왔으며, 무료배달은 일종의 ‘미끼’일 뿐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쿠팡의 오랜 전략과 현 시장 판도를 종합해 볼 때 앞으로의 지속적인 구독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 또 한 번 무료배달과 같은 ‘파격 혜택’이 등장하는 시점이 곧 구독료 인상을 앞둔 시점일지도 모른다.

 

와우 구독료 기습 인상에 … “왜 지금이냐” 소비자 뿔났다

 

지난 12일 쿠팡이 와우멤버십 구독료를 7,890원으로 인상했다. 기존 요금인 4,990원에 비하면 58.1% 인상된 액수다. 새로 가입하는 신규 고객에겐 인상된 금액이 바로 적용되고, 기존 고객에겐 8월부터 적용된다. 2021년 12월, 2,900원이었던 구독료를 4,990원으로 올린 지 2년 4개월 만의 인상 발표다.

 

구독료 인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소비자들은 특별히 더 날이 섰다. 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생활비 부담 때문이다. 와우멤버십을 5년째 이용 중이라는 김응용(53)씨는 “정부에서도 서민 물가를 잡겠다고 지원금을 풀어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식료품 할인 행사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냐”며 “생활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쿠팡이 꼭 이런 시기에 구독료를 인상했어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표했다.

 

특히 쿠팡이츠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행한 지 채 2주도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빈축을 샀다. 누리꾼들은 “업계 최초 ‘무제한 무료배달’이라는 타이틀로 민심을 얻고 회원이 늘어나니 곧바로 구독료를 인상한 것 아니냐”며 “무료 배달 시행 후 그 부담을 이용자들에게 전가하기 위해 구독료를 인상한 것 같아 화가 난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업체는 이용하고 싶지 않아 멤버십을 해지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총선 직후’라는 시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마케팅 직무 종사자 A씨는 “정치권의 규제 대상이 되는 건 두려워하면서 정작 소비자들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며 “가격이 인상됐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회원이 늘어난 걸 보고 망설임 없이 태세를 전환하는 모습에서 소비자들은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쿠팡]

 

무료배달로 회원 모으니 구독료 인상? “사실 선후관계 반대일 수도”

 

업계에선 사실상 무료배달 서비스를 구독료 인상을 위한 사전 포석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상을 하기 앞서 무료배달이라는 카드를 급히 고안해, 고객 이탈의 파장을 최소화 하려 했다는 시나리오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구독료 인상이라는 큰 결정은 한두 달 사이에 쉽게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쿠팡에서 구독료 인상을 몇 년 전부터 준비했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하게 들려 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쿠팡의 지속적인 구독료 인상은 오래 전 예견돼 있었다. 처음부터 쿠팡의 전략은 ‘트래픽 사업’이다. 초반에 손해를 보며 최대한 많은 사용자를 끌어 모은 뒤 본격적으로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트래픽 사업의 핵심이다. 쿠팡은 창사 이후 10년 동안 출혈 투자를 해 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고, 지난해 기준 21.8%로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사용자를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얻은 쿠팡이 구독료를 올리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인 셈이다.

 

반면 배달 업계에서 배달비 인하 경쟁은 최근 일이다. 배달 시장은 지난해 거래액 26조4,32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0.6% 줄며 코로나19 유행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작년까지 배달 업계에서는 이런 역성장 전조를 읽지 못하고 계속해서 소비자 부담 배달비와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왔다. 그러다 올해 들어 역성장 지표가 발표되고 원인으로 비싼 배달비가 꼽히자, 지난달부터 쿠팡이츠 와우회원 묶음배달 무료서비스를 시작으로 ▲배달의민족 할인쿠폰 무제한 제공 ▲요기요 1만 5,000원 이상 주문 시 무료배달 등이 줄줄이 시행됐다.

 

증권사 관계자 B씨는 “쿠팡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다지기는 했으나, 파괴적인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는 수치인 ‘점유율 30%'까지는 달성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 이커머스가 강력하게 떠오르면서 위치가 더욱 애매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구독료 인상을 단행할 만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막무가내로 구독료 인상을 밀어붙이기엔 위험이 작지 않았다는 의미다. B씨는 “그 부담을 완화하고자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방법을 만들어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독료 인상 지속 불가피, ’조삼모사‘ 혜택으론 민심 하락 못 막아

 

시장 상황은 쿠팡의 지속적 구독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쿠팡이 현재 가장 견제하는 부문은 일명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로 대표되는 ‘저가-저품질’의 중국 이커머스다. 저가 경쟁으로 중국 기업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쿠팡은 그에 대비되는 ‘고가-고품질’의 사업 모델로 진화하려 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고 언급했다. 이번에 시행된 구독료 인상 역시 그 전략의 일환이다.

 

쿠팡이 말하는 새로운 경험 중 하나는 쿠팡만의 독자적인 로켓배송 서비스다. 중국 이커머스 여건상 쿠팡의 물류 서비스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쿠팡이 중국 기업과 확실히 차별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배송 서비스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쿠팡 로켓배송은 가능 지역이 제한돼 있어, 2027년까지 물류에 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을 ‘쿠세권’ 안에 두어 중국 이커머스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구독료를 계속해서 인상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쿠팡은 와우멤버십만의 ‘다양한 혜택’을 내세우며 고객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 이번 구독료 인상에 반발이 일어나자 쿠팡은 “와우멤버십 하나로 무료배송, 반품, 직구, OTT, 음식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가 결합한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고품질 서비스로 중국 이커머스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만큼, 앞으로도 소비자 이탈이 예상될 때 새로운 회원 혜택으로 소비자를 잡고자 하는 가능성이 크다”며 “‘파격 혜택’을 내세울 때가 곧 이용자 부담 가중이 예정된 시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구독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 전에 어떤 실질적인 혜택을 앞세워 소비자 마음을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은 “무료배달 시행 후 바로 구독료가 인상되니 조삼모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욱이 무료배달 서비스가 묶음배달에만 가능하고, 기존 ‘음식값 10% 할인’ 혜택보다도 이익이 줄어든 면이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와우회원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커졌다는 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케팅 직무 종사자 A씨는 “무료배달 서비스라는 카드가 구독료 인상을 받아들이게 만들 만한 설득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라며 “이커머스 업체 선택지가 넓어진 만큼,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배신감 등 심리적인 요소가 앞으로 쿠팡의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소비자들의 심리적인 저항을 줄일 수 있는 혜택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이 향후 쿠팡의 과제로 남은 듯하다. / bodo_cele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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