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족] 낳아야 하는 이유, 낳지 못하는 이유
두 명 세 명 낳게 하기보다, 커가는 아이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 절실
한 나라의 인구는 기본적으로 국가를 구성하고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며,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이야기하거나 차기년도 예산을 수립할 때도 인구구조의 변화는 그 주요 기준이 되곤 합니다.
최근의 혼인율과 출산율 통계를 보면 30년이 지난 후에도 오늘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은퇴, 명퇴, 구조조정이라는 강제적인 경제활동 중단 조치가 과연 필요할 지,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활동 인구 정도는 지탱될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온 서울경제TV는 결혼과 출산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와 둘 그 이상의 아이를 기르고 있는 가족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결혼과 임신, 출산과 육아 지원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목소리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2023년 서울경제TV는 신혼부부부터 난임 가정, 영유아 가정, 맞벌이, 다둥이, 지방의 소규모 초등학교까지 대한민국의 국민 구성원들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우리가 만나본 가족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처한 환경과 경제적 상황에 따라 언뜻 달라 보이지만 많은 부분이 닮아 있었다. 한결 된 이야기는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낳지 못한다는 것, 다시 말해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향하고 있었다.
먼저 신혼부부는, 아이를 원하기는 하지만 같이 살고 있는 전셋집마저 ‘대출과 이자’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혼인신고는 미루고 청년대출로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마당에 아이를 낳아 기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문제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아이를 하나 낳아서 기르기도 어려운데 아이 셋을 낳았을 때 지원되는 정책들은 그들에게는 너무나도 먼 나라 이야기로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난임부부 역시 수백만 원씩 하는 치료비와 치료과정, 그리고 난임휴가라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난임 휴가를 활용하기엔 쉽지 않은 사회적인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또한 아이를 낳은 영유아 가정은 돌아갈 길 없는 경력단절이라는 벽을, 많은 아이를 낳은 다둥이와 맞벌이 가정에서는 커가는 아이들만큼 갈수록 늘어나는 식비와 교육비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학교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취학할 아이들이 없어 사라지기 시작한 학교들은 지방을 넘어 대도시로까지 번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주인은 아이들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없으면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학교의 소멸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학교의 소멸이 지역 사회의 소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저출산 관련 예산은 늘어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반면 실제 출산율은 매해 낮아져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이라는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저출산은 인구 절벽으로 이어져 노동력 부족과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고령화 문제로 이어진다. 고령화 사회는 노인세대의 빈곤과 젊은 세대의 과중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27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조사·발표한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20·30대 중 ‘향후 자녀계획이 없다’는 응답자의 조사결과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부담과 아이 양육 및 교육에 부담을 우선 순위로 꼽았다.
우리가 만나본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의 이야기 역시 결국 과도한 주거비용과 양육비로 이어졌다. 특히 아이가 셋, 넷인 다둥이·맞벌이 가족의 경우 한 달 생활비가 월 700만 원 이상 필요하다고 한다. 세후 연봉으로 따지면 1억 원 이상에 달하는 비용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키우는 비용도 늘어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독립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고 부모들 입장에서 그것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주거비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하면 교육비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지원정책들은 부모급여 등 24개월 이하 영유아 시기에 집중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커갈수록 지원이 줄어드는 구조로 되어있다.
세계 1위, 2022년 출산율 0.78. 출산율은 2023년이라고 해서 크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혼의 청년들, 30대 전후의 젊은 부부들 일수록 ‘가족을 구성하겠다’거나 ‘아이를 낳겠다’는 기대치는 더 하락할 것 같은 조사 통계만 집계되고 있다.
노후에 자식이 나를 부양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 다는 것. 내 집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교육비가 너무 들 거라는 것, 나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 하다는 등 20~30대가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관념들이 '가족'과 '양육'에 대해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신호들이다.
집값 문제나 물가 상승 등 가족을 구성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100가지도 넘을 수 있다. 따라서 연애, 결혼, 출산과 육아, 교육 환경, 안정적인 직업, 소득, 주택 등 가족을 구성하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필수요소들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도 많다.
우리나라의 결혼과 출산, 육아로 연결되는 오래된 관념이란 게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전통적인 가족관 틀 내에서는 해결책이 제시되기 어렵고, 사실 정부의 어느 한 부처 독자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는 묘책이란 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이번 취재 과정에서 다루진 않았지만 외국의 사례들을 참고하고, 가족을 구성할 수 있게 하거나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양육’할 수 있는 여려가지 ‘환경’을 만들어주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진다면 자연스레 아이를 낳겠다는 젊은 층은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아울러 저출산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결혼 적령기 신혼 부부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완화된 금융 기준과 주택 정책을 마련해주고, 우선은 낳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가정에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투입될 수밖에 없는 비용적인 측면에서의 제도적인 기반에도 초점을 맞추는 등 좀 더 멀리 좀 더 깊이 있는 고민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박진관기자 nomadp@sedaily.com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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