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가 바꾼 커피 맛…로부스타의 '부상'
경제·산업
입력 2025-12-09 07:00:08
수정 2025-12-09 07:00:08
김민영 기자
0개
기후 스트레스 심화로 아라비카 생산성 하락, 공급 불안 확대
고온·병해충에 강한 로부스타, 전 세계 생산국 선택지로 떠올라
브라질의 재배 전환과 국내 시장 변화…소비 패턴까지 흔들어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기후변화가 전 세계 커피 산업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고온과 가뭄, 이상 강우가 이어지면서 그간 시장의 중심이던 아라비카가 생산성 불안에 직면했고, 이에 따라 병해충과 기후 스트레스에 강한 로부스타가 빠르게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브라질 등 주요 커피 생산국들은 이미 재배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고, 글로벌 공급 구조의 변화는 한국 커피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소비 패턴과 원두 수급 방향까지 재편하고 있다.
◇ 로부스타의 부상...기후위기, 커피 지도를 바꾸다
기후변화가 전 세계 커피 지도를 바꾸고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커피 시장의 ‘주류’ 자리를 지켜온 커피 원두 아라비카가 고온과 가뭄, 이상 강우로 재배 환경이 급변하자, 상대적으로 더 튼튼한 로부스타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커피기구(ICO)에 따르면 2023년 커피 연도 기준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은 약 1억 7800만 포대(60kg 기준)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아라비카 비중은 57.4%로 예년보다 다소 줄어드는 추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 관계자는 “전 세계 아라비카 생산량이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악화와 공급 차질로 급감했다”며, "기후위기가 아라비카 재배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로부스타는 고온과 병해충에 상대적으로 강해, 기후 리스크가 커질수록 생산국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세계커피연구소에 따르면 1990년대 초 전체 생산의 25% 수준에 불과했던 로부스타 비중은 최근 40%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두 품종은 맛부터 재배 방식까지 여러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FAO와 ICO 자료에 따르면 아라비카는 전 세계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는 주력 품종으로, 주로 해발 1000m 이상 서늘한 고지대에서 재배되며 향이 섬세하고 산미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아라비카는 초콜릿·견과류·꽃 향 등 복합적인 향미와 상대적으로 낮은 카페인 함량 덕분에 2023년 기준 커피 원두 시장 매출의 약 59.8%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로부스타는 평지와 고온 다습한 저지대에서도 잘 자라며, 카페인 함량이 높고 쓴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강해 에스프레소 블렌드·인스턴트 커피·캡슐 커피에 널리 쓰인다.
더불어 가격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세계은행은 2025년 국제 가격에서 아라비카는 kg당 약 9달러, 로부스타는 5달러 안팎이라고 밝혔는데, 아라비카 가격이 1년 전보다 35%나 오른 반면 로부스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커피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특성들로 인해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비교적 키우기 평이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맛에서는 아라비카가 우위라는 평가가 확고해, 두 품종은 자연스럽게 ‘향미를 중시하는 프리미엄 시장’과 ‘가격·안정성을 우선하는 대량 소비 시장’으로 역할이 나뉜다"고 설명했다.
◇ 브라질, ‘아라비카의 나라’에서 로부스타 강국으로
기후변화 속에서 주목받는 곳은 세계 최대 아라비카 생산국인 브라질이다.
미국 농무부(USDA) 브라질 커피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브라질 커피 생산에서 아라비카 비중은 66.4%로 전년 72%에서 줄어든 반면, 로부스타 생산은 전년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네덜란드 은행 라보뱅크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라질의 로부스타 생산이 2020년 1900만 포대에서 2025년 2470만 포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 추세가 이어질 경우 브라질이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보고서를 인용해 “브라질이 관개시설과 남는 토지를 활용해 로부스타 재배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기후 리스크가 큰 아라비카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고 전했다.
한 브라질 커피 업계 관계자는 “기후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로부스타 확대는 ‘생존 방식’이자, 급변하는 커피 시장에 대응하는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말했다.
◇ 'K-커피'에도 스며드는 로부스타의 그림자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커피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한국 커피시장은 2024년 기준 프리미엄 카페·스페셜티 시장에서는 여전히 아라비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로부스타는 한국에서 강세를 보이는 캔이나 컵에 담긴 RTD(Ready-to-Drink) 커피, 인스턴트 블렌드, 캡슐·자판기용 커피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국 인스턴트 커피믹스 시장은 전체 커피 소비의 약 9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고, 이 부문에는 비용 효율성과 높은 카페인, 진한 바디감 덕분에 로부스타가 널리 사용돼 왔다.
한 국내 로스터리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아라비카 원두 가격이 오르면 블렌드 비율을 조정해 로부스타 비중을 조금씩 늘릴 수밖에 없다”며 “향미를 중시하는 스페셜티 시장은 아라비카를 고수하겠지만, 편의점·자판기·인스턴트·RTD 영역에서는 ‘조금 더 싸고, 조금 더 진한’ 로부스타가 더 자주 쓰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elissa6888@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4번 계란’ 논란이 불러낸 질문… 난각번호·품질 상관관계는?
- "붕어빵 소개팅 아시나요?"…K콘텐츠 된 붕어빵
- “이번엔 다르다”…순천의 코스트코 카드, 지역 균형발전 해답 될까
- 명품에서 반값 된 샤인머스캣…'로얄바인'이 잇는다
- 국내서만 파전에 막걸리?...이제 해외 시장 뚫는다
- "좋은 펜이네요"…한 자루 펜에 담긴 외교와 정치
- "스드메 300만원은 너무 비싸"…'찍고 되파는' 2030 셀프웨딩
- 유통산업발전법 11월 갈림길…'12년 숙제' 대형마트 규제 결말은?
- "더울 땐 겨울옷 쇼핑하세요"…폭염 속 '역시즌' 매출 '껑충'
- "막걸리 한잔 하세요"....전통주 앞세우는 유통가
주요뉴스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GS칼텍스, '한국의 경영대상' 수상…"AI 혁신 노력"
- 2LS전선, 업계 최초 UL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 3"취준생 60%, 취업에 큰 기대 없는 '소극적 구직' 상태"
- 4기아, FIFA 월드컵 2026 연계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전개
- 5신세계百, 광주·대전·대구서 연말 전시 개최
- 6기후 변화가 바꾼 커피 맛…로부스타의 '부상'
- 7"잘 자려고 먹었는데 악몽?"…멜라토닌 ‘위험한 구매’
- 8문상필 민주당 부대변인, 출판기념회 성황
- 9국립민속국악원, 2025 일반인 국악강좌 '청출어람' 성료
- 102026 지방선거 앞두고… 김민주 오산시장 후보, 북콘서트로 시민과 소통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