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싶어도 못 사요"…플랫폼 한계에 'K쇼핑' 문턱 못넘는 외국인들

금융·증권 입력 2025-08-02 08:00:05 수정 2025-08-02 08:00:05 강지영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가입·인증·결제’ 3중 장벽에 좌절하는 해외 소비자들
한은 “외국인의 역직구, 해외직구의 20%…격차 심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K팝 덕분에 한국 화장품을 꼭 써보고 싶었는데, 가입부터 막혔어요.”
중국 소비자 A씨는 최근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온라인몰에서 구매를 시도했다가 좌절했다. 본인 인증 단계에서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하다’는 안내창이 뜨면서 가입 자체가 막혔기 때문이다.

K팝과 K뷰티, K드라마까지. 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 지면서 한국산 제품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구매하려는 외국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가입 및 결제 시스템 등의 한계로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 플랫폼들이 결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증가 추세에 있는 해외 수요를 유입해 손쉽게 매출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소비자의 해외직구 금액은 약 8조1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의 역직구(한국 제품 직접 구매)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으로, 해외직구의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역직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 부족이 아니라, 수요가 구매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 “회원가입부터 막혔어요”…K쇼핑몰의 첫 관문
첫 번째 병목구간은 ‘회원가입’이다. 현재 국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거의 모두 회원가입 시 본인 인증을 요구한다. 문제는 이 본인 인증이 한국 통신사를 통해 개통된 휴대전화 번호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증 방식은 법적으로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국내 플랫폼들은 보안상의 이유, 또는 과거 구매자 정보 확보의 편리함을 이유로 자율적으로 이 시스템을 채택해왔다. 

반면 글로벌 플랫폼 아마존·테무·알리익스프레스는 이메일과 비밀번호만으로 가입이 가능하며, 2차 인증이 필요할 경우 현지 휴대전화 번호도 수용한다. 플랫폼 운영자는 "누가 들어오든 먼저 가입하게 하는 게 기본"이라는 철학을 공유한다. 실제로 테무는 한국 진출 1년 만에 MAU(월간활성이용자수) 약 400만 명을 돌파하며 쿠팡을 위협하는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한국 이커머스 업계는 “타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계정을 만드는 불법가입과 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번호 인증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그로 인해 정작 ‘진짜 살 사람’들을 입장조차 못 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결제는 더 어려웠어요”…외국 카드·간편결제는 안 받아
운 좋게 회원가입을 마친 외국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다음 장벽은 '결제 단계'다. 많은 국내 온라인몰은 해외 발급 카드(Visa, Mastercard 등) 결제를 제한하거나 아예 막아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글로벌 결제 서비스(PayPal, Alipay, Apple Pay 등)도 대부분 지원하지 않는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국인의 국내 상품 인터넷 직접 구매(역직구)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결제 수단을 지원하는 국내 온라인 가맹점은 전체의 3.7%에 불과하다. 이는 국내 수백만 쇼핑몰 중 단 1만 개 정도만 외국 소비자에게 결제 창을 열어준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해외 플랫폼은 한국인을 위해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같은 국내 간편결제까지 도입했다는 점이다. 알리익스프레스는 2023년 한국 시장에 카카오페이를 공식 연동했고, 테무 역시 최근 네이버페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외국 플랫폼은 국경을 넘고 있는데, 국내 플랫폼은 여전히 닫혀 있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진다. 

업계에서는 “해외 결제는 부정 사용이 많고, 고객 응대 리스크도 커진다”고 주장하지만, 연 8조원이 넘는 해외직구 규모를 고려할 때 이는 기회비용을 지나치게 무시하는 대응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관계는 못 잇는다”…사후 서비스는 실종
구매와 결제가 끝나도 안심하긴 이르다. 교환·환불 같은 사후 서비스에서 외국 소비자는 또 한 번 좌절을 겪는다. 대부분의 국내 쇼핑몰은 해외 반품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아예 국내 주소로만 반품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상담이 가능한 고객센터도 거의 없다. 한국무역협회의 ‘2024 역직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의 67%가 “교환·환불 불가 또는 번거로움”을 역직구 최대 불만으로 꼽았다. 

반면 아마존은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반품제를, 테무는 ‘구매자 보호 시스템(Buyer Guarantee)’ 통해 상품에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환불 또는 재배송을 약속한다. 간편한 환불·반품 시스템 뿐만 아니라 다국어 고객센터를 통해 외국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며, 제품만 보내는 것이 (단발성 구매가) 아닌 '관계'를 (충성 고객이 되어가는) 이어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 ‘글로벌 올리브영’, K뷰티 역직구의 모범 사례로
국내 이커머스 대부분이 외국인 고객에게 높은 진입장벽을 세운 것과 달리, 올리브영은 오히려 문을 넓혔다. 별도의 글로벌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역직구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올리브영(Global OLIVEYOUNG)'은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전 세계 소비자가 한국 화장품과 뷰티 제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해당 사이트에는 외국인을 위한 전용 회원가입·결제·배송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도 현지 번호와 이메일만으로 간편 가입이 가능하며, Visa·Mastercard·JCB·PayPal 등 해외 결제 수단도 폭넓게 지원한다. 단순 결제에 그치지 않고, 해외 반품과 환불 절차도 온라인에서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일본·동남아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물류망을 확보해 빠른 배송이 가능하며, 영어·중국어 등 다국어 서비스와 외국어 고객센터도 운영 중이다. 제품 설명과 성분 정보까지도 영문으로 상세히 안내돼 있어, 한국 제품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 역직구, K콘텐츠 소비의 '마지막 고리'
한국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역직구 전용 풀필먼트 시스템’을 조성하고, KOTRA 공동 물류센터 등의 지원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소 쇼핑몰들이 저렴하게 물류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 예산 투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콘텐츠 강국이지만, 아직 해외 소비자가 국내 상품을 쉽게 구매 및 결제하고 신속히 받아볼 수 있는 체계적인 유통망과 서비스 환경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유통 구조의 미비가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한국 제품과 콘텐츠의 적극적인 소비 문화를 확장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역직구는 해외 판로를 직접 개척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한류에 힘입은 한국 제품의 높은 인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익과 기회비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iyoung@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공지사항

더보기 +

이 시각 이후 방송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