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가공식품 연 550만톤…팔 걷어부친 중소 플랫폼

경제·산업 입력 2024-09-02 14:22:17 수정 2024-09-02 14:22:17 이수빈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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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임박 제품 판매 플랫폼 등장
중소기업에 판로 제공…과재고 관리 도와
가치소비도 가성비 있도록
공룡 플랫폼 속 경쟁력 확보가 관건


[서울경제TV=이수빈 인턴기자] 먹을 수 있는 식품들이 버려진다.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식품이 하루에 약 1만 5,000톤이다. 중형차 소나타 1만 대에 해당하는 엄청난 무게다. 2021년 식품안전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그렇게 매일 폐기되는 식품이 모여 연간 547만 5,000톤에 이른다.
 

음식물 쓰레기는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농식품 손실·폐기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6~10% 수준이다. 전 세계 음식물 낭비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전체 규모를 하나의 국가로 보면, 음식물 낭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번째 온실가스 배출 국가가 되는 셈이다.
 

버려지는 식품들로 골치가 썩는 것은 환경뿐만이 아니다. 식품 기업도 판매되지 못하고 남은 제품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다. 사태를 개선할 건강한 방법이 필요하다.
 

[사진=너많만]

◇소비기한 임박 제품 판매… 지속 가능 플랫폼의 등장

정부는 식품 폐기물 발생을 억제해 환경을 보호하겠단 취지로 지난 1월부터 소비기한제를 도입했다. 식품에 표기된 날짜를 영업자 입장에서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섭취할 수 있는 기간이 표기된다. 식약처는 ‘소비기한으로 시작되는 반가운 변화’ 자료에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으로 식품 폐기가 줄어들 경우 기업 편익은 260억 원, 연간 소비자는 8860억 원의 기대 효과를 예상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지금 유통기한은 법적으로 쓸 수 없어요. 지금은 모두 유통기한이 아니라 소비기한으로 전부 바뀌면서 유통기한보다 기간이 조금 길어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소비기한이 유통기한 보다 다소 길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알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가공식품에 표시된 소비기한이 임박했다면 이는 과거 유통기한은 이미 훌쩍 지났음을 의미하는 것. 이런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지 않는다.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의 공백, 이 약간의 시간을 똑똑하게 활용해 이익을 창출하는 중소 플랫폼이 등장했다.
 

너많만은 신생 식품 유통 플랫폼이다. ‘너’무 ‘많’이 ‘만’들어서 판매되지 못한 중소기업 업체의 밀키트, 식품 간편식을 타 플랫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판로 및 마케팅 부족으로 폐기 위험에 놓인 식품을 판매함으로써 재고 순환과 환경 보호에 이바지하겠단 포부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진=너많만]

◇“많이 만든 제품 해결해 드립니다”… 중소기업과 함께해요

너많만은 중소 식품 기업에서 식품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도와 기업과 소비자, 플랫폼과 환경 사이의 선순환을 낳는다.
 

공급망 관리 전문가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재고관리가 어렵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재고를 추적하지 않거나 수동으로 재고를 관리하여 필요한 수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재고가 너무 적거나 많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식품 회사에서 발생하는 과재고 문제는 식품 손실 및 폐기 문제와 직결된다.
 

중소 리테일 회사에서 재고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정 씨(31)는 “판매를 위한 재고가 어느 정도 마련돼있는지 파악하려면 창고를 드러내야 해요. 수작업으로 재고를 직접 셉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 있는지 파악을 안돼서 판매 시기를 놓친 제품들, 수량을 잘못 파악해 주문량에 오류가 생겨서 넘쳐나는 상품들이 그냥 그대로 버려지니까… 재고 사느라 돈은 돈대로 들었는데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버리니 참 문제죠.”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너많만은 이러한 중소기업의 고충을 파고들었다. 너많만 관계자는 “중소기업에게 유통경로를 제공하여 판로를 넓히고 마케팅을 진행해 제조사가 편하게 상품을 판매 및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너많만은 소비기한이 임박한 육개장 제품 재고 3,000개를 2일만에 완판시키며 중소기업의 밀키트 과잉 재고를 소진했다.
 

너많만에 입점해 있는 중소 밀키트 플랫폼에서도 “일반적으로 버려질 준비를 해야 했던 물건들을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잖아요. 또 마케팅도 플랫폼 측에서 직접 해주니까 입점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라고 전했다.
 

지용승 우석대학교 ESG 국가정책 연구소 부소장은 “음식물 쓰레기가 우리나라 전체 쓰레기의 28.7%를 차지하고 있다.”며 “음식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실정에서 소비기한 임박 제품을 판매하면서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플랫폼은 지속가능 경영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또 “여태까지 유통업 플랫폼에서 환경 보호, ESG 같은 것들이 경시되었던 부분이 있는데 해당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든다는 것은 쓰레기가 되기 전에 식품에게 다시 한번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가치 · 알뜰 소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고려되는 선택지

최근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실용적이고 절제된 소비를 추구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소비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너많만이 타 플랫폼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밀키트를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도 주목받는 추세다.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은 요즘 세대가 식품 폐기물에게 새로운 판매의 기회를 제공하는 너많만 플랫폼의 취지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너많만에서 물건을 구매한 적 있는 황 씨(25)는 “저탄소,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려면 일반적인 상품들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러나 너많만에서는 싼 값으로도 가치소비를 실천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도 의미 있는 소비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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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플랫폼 계속되려면… “공룡 플랫폼 틈새 속 경쟁력 확보해야”

다만 유통 플랫폼이 넘쳐나는 생태계에서 너많만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전문가는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의 구조다. 단순히 동일한 식품 유통 플랫폼인 컬리, 쿠팡 프레시, 네이버만이 경쟁사가 아니다. 식생활이란 시간과 문화를 두고 유통업, 배달 플랫폼, 외식업과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너많만이 거대 공룡 플랫폼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초식동물 ‘중소 제조업자’들의 합심에서 더 나아가 너많만이 가진 플랫폼의 개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버려질 위기의 식품들에게 다시 한 번 살아날 기회를 제공하고 식품 폐기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플랫폼의 ‘착한’ 목소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너많만은 앞으로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기업 식품 제조업체들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뿐만 아닌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확장도 계획”이라며 “너많만에 입점한 업체들의 밀키트를 활용한 퓨전 메뉴를 개발하여 퓨전 한식 주점을 오픈했다. 고객들이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에서 해당 제품을 맛보도록 하고 색다르게 즐기는 법을 제공하며 온·오프라인 판매 속도를 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또 “더욱더 업체들의 재고순환에 도움이 되고 폐기되는 식품들이 줄어 환경적으로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전했다. /sb413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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