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안전 검증 안 된 노후·미인증 에어매트, 전국 소방서·아파트에 무대책 방치"
용혜인 의원, 부천 화재 참사 에어매트 구조 실패 재발방지를 위해 전국 소방관서·공공아파트 2,500개 에어매트 전수조사 분석
전국 소방서 에어매트 3개 중 1개가 노후 제품, 5개 중 1개는 미인증 제품…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제품도 10층형·18년째 미인증 노후 제품
전국 LH임대아파트 에어매트 10개 중 5개가 노후 제품, 10개 중 9개는 미인증 제품… 민간아파트의 경우 에어매트 관리 실태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
[서울경제TV=김정희기자]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당시 공기안전매트(에어매트)를 활용한 구조 작전 실패로 소방청의 에어매트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전국 소방관서와 공공임대 아파트가 구비 중인 에어매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노후·미인증(5층형 초과) 제품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현장대응절차상 에어매트는 주로 아파트화재 등 고층 사고에 설치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일정 기준 이상 공동주택은 단지마다 에어매트를 의무적으로 구비하도록 되어 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채로 노후·미인증 제품을 구조 작전에 반강제로 활용해야 하는 소방당국의 구조적 모순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에게 제출받은 ‘소방관서별 에어매트 현황’에 따르면 전국 소방 특수구조대·119구조대·119안전센터가 소방용품으로 활용 중인 에어매트 1,582개 중 451개(28.5%)가 사용한 지 7년이 경과해 내용연한을 초과한 노후 장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성이 검증된 5층 높이를 초과하여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 인증조차 받지 못한 에어매트도 315개(19.9%)에 달했다. 3개 중 1개가 노후 제품, 5개 중 1개는 미인증 제품인 셈이다.
특히, 내용연한 7년을 초과하고도 3년 이상 더 쓰고 있는 노후 에어매트는 35.3%(159개)를 넘었다. 소방관서로는 147개소에 달한다.
동해소방서의 10층형 에어매트의 경우 1996년에 도입해 내용연한 7년이 지난 후에도 21번 연장해 현재 28년째 사용 중이다.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사용된 경기 부천소방서의 에어매트도 18년째 사용 중인 제품이었다.
강원 정선소방서(23년째), 강릉소방서(21년째), 충북 진천소방서(18년째) 또한 10번 넘게 연장한 노후장비를 버젓이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법령상 최종 내용연한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1년마다 심의회에서 연장사용을 결정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소방장비 관리업무 처리기준)
소방장비 기본규격상 에어매트의 기본규격은 16미터 이하 높이, 즉 5층형 장비이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 차원의 KFI인증 역시 5층형에 그친다.
소방시설법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는 형식승인이나 성능인증 대상이 아님에도, 5층형 이상 에어매트 장비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이 높이를 넘어가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소방당국은 7층형(2개), 10층형(211개), 15층형(60개), 20층형(42개) 등 315개의 미인증 에어매트를 구조 현장에 배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도별 편차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 장비는 충청남도가 5.6%(3개/54개)에 그쳤지만, 세종특별자치시, 대구광역시는 각각 84.2%(16개/19개), 81.7%(76개/93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미인증 장비의 경우, 강원도가 2.9%(3개/102개)로 가장 낮았고 울산광역시 41.3%(19개/46개)로 가장 높았다.
한편, 고층건물로 화재나 재난 시 피난 장비로서 에어매트를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는 전국 아파트 단지의 에어매트 관리 실태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혜인 의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제출받은 ‘LH임대아파트 에어매트 현황’에 따르면 전국 LH임대아파트 1,156단지 중 910개 단지가 에어매트를 비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전체 918개 에어매트 중 미인증 장비는 858개(93.5%), 노후 장비 534개(58.2%)로 소방용품으로 관리되는 에어매트보다 더 열악한 실정이다.
소방청 고시인 공동주택의 화재안전성능기준에 따라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피난기구로 구역마다 공기안전매트를 1개 이상 설치하도록 의무 규정하고 있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으로 대부분 아파트 단지를 의미한다.
그런데 LH임대아파트처럼 아파트 단지에 구비된 에어매트는 대체로 미인증 장비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5층 높이를 훨씬 초과하기 때문이다.
LH임대아파트 역시 평균 16층으로 5층 이하 아파트는 16개 단지에 불과하다. 재난 시 피난기구임에도 미인증 장비를 반강제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5층용 에어매트는 전체 에어매트 918개 중 46개로 5%에 그친다. 80%가 10층용(79.7%)이다. 나머지는 15층용(8.7%), 20층용(3.3%) 등이 차지한다.
노후 정도도 심각하다. 에어매트 절반 이상이 노후 장비인 가운데 그 중에서도 5개 중 4개는 내구연한(7년) 이후 5년 이상, 즉 12년 이상 사용하고 있는 장비다.
1997년에 설치되어 27년째 방치되고 있는 에어매트도 있다. 입주개시가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에어매트 노후도도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LH임대아파트는 옥상·인접세대 피난이 확보된 구조로 에어매트 설치 의무 면제대상이다. 에어매트 관리 실태는 심각하지만 정부가 관리하는 공공아파트로 이마저도 비교적 나은 수준이라는 의미다.
반면, 여전히 에어매트 설치 의무가 적용되는 전국 대부분의 민간 아파트의 관리 실태는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의지 없이는 전수 파악조차 어려워 조치도 어렵다.
더욱 열악한 실정일 것으로 쉽게 예측된다.
소방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에 따르면 아파트화재나 고소작업 사고 대응 시 에어매트 설치를 명시하고 있다.
특히 고층 건축물에서의 재난사고 대응에 소방관이 따라야 할 현장대응절차로 정해져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현장 상황에 따라 노후 장비나 5층 이상의 미인증 장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셈이다.
아파트 현실도 마찬가지다. 소방 기준으로 아파트 단지 내 피난장비로서 의무화까지 해뒀지만 실제로는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불가피하게 사용해야 할 때도 소방당국 차원의 안전성조차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소방서 내에서도 관리되지 못하는 노후·미인증 에어매트 장비가 아파트 내에서 관리될 수 있을 리 없다.
소방청은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에어매트 구조 실패로 질타를 받은 후 ▲소방서 노후 장비 전수 교체 ▲표준매뉴얼 제작 ▲최장 사용기간 검토 등을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피난기구로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구비하게 둔 에어매트 관리 부실과 5층형 이상 에어매트의 인증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해당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 현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대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용혜인 의원은 ”부천 화재 참사 당시 에어매트 구조 실패로 살릴 수 있던 두 명의 목숨을 안타깝게 놓친 것에 소방당국이 큰 책임을 통감하길 바란다“며 “소방청이 약속한 대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국회도 필요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용 의원은 “에어매트를 구조 현장에서 계속 활용해야 하는 만큼 임시방편식 대책이 아닌 근본적으로 요구조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며 “피난기구인 전국 아파트의 에어매트 또한 전수파악해 조치하고 5층형 이상 에어매트의 안전성을 검증·인증할 대책 또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55180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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