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전 ‘직장 내 괴롭힘’ 폭로글 삭제 시도 의혹…“폭행 아니라 그냥 손 얹은 것”
[서울경제TV=정순영 기자] 한국전력공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내부 폭로가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노조 사각지대에 있는 차장급들의 불합리한 처우가 논란이 되고 있다.
28일 현재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에는 ‘한전 사내문화의 민낯’ ‘회사의 부조리 내용입니다’ ‘한전 본사 직장내 괴롭힘 갑질 폭행’ 등의 제목으로 피해자가 올린 폭로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 노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한전 차장급인 A씨가 상사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막말, 폭행 등에 시달려 왔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A씨는 폭로 게시글에서 “결재 과정에서 1시간에서 3시간을 세워놓고 ‘새끼야’, ‘야이 씨’ 등 모욕적인 폭언을 수시로 들어왔고, 총 세 차례에 걸쳐 등을 가격당하거나 보고서를 말아 머리를 찍고 밀치는 등 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현재 우울증 약과 정신과 처방이 무용지물일 정도의 정신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A씨는 “노조도 없는 차장이 본사에서 혼자 싸우는 것은 두렵지만, 더 이상은 견딜 수 없어 맞서 싸울 예정”이라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해 한전 본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다 같이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A씨는 당시 녹음파일과 상황을 기록한 증거들을 갖고 있으며, 조만간 경찰에 민·형사 고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폭로글이 온라인 상에 확산되자 A씨가 지목한 가해자는 회유에 나섰다. 당사자인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생활이 많이 남아있는데 잘해보자고 한 것”이라며 “보고서를 머리를 찍은 게 아니라 본인이 머리를 들이민 것이고 등을 때린 것이 아니라 그냥 손을 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한전 측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대응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인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한 댓글에는 “신고 버튼을 눌러달라는 부탁을 받고 왔는데 차마 못누르겠다”는 내용이 달렸고, 이에 커뮤니티 회원들은 “게시글이 없어지지 않도록 캡처에 지속적으로 게시하자”는 의견들을 주고받고 있다.
특히 해당 게시물을 시작으로 공기업 초급 간부인 차장(3직급)들의 성토가 줄을 잇고 있다.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한전 차장급들이 상사들로부터 부당한 갑질을 당해도 보호받을 곳이 없어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있다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승진이 걸려있다는 이유로, 노조에 소속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장들에게 아무 고민 없이 험한 말 던지고 깨고, 이제 시범케이스 나왔다고 내일이면 대책회의 하느라 바쁘시겠네요. 다들. 차장은 감정 없는 바보들이 아닙니다.”
“저도 본사 차장입니다.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적 많습니다. 차라리 교통사고 당해서 입원하고 싶은 적도 많고요.”
“저도 지능적으로 깨는 부장 (해외사업처 출신 배전 부장)때문에 2년간 너무 스트레스 받았는데 지금은 다른 본부 교차보직으로 떠나서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네요. 저만 그렇다면 도라이겠지만 모든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했고 심지어 여직원은 울었습니다.”
“최근 본사 실장, 부장님들 정말 황당한 사람들 너무 많이 와있습니다. 능력도 안 되는데 위에 빽써서 들어오신 분들, 실력은 안 되는데 본전을 건져야 되니 비전, 정책방향 제시 못하고 아랫사람들만 들들 볶는…”
“본사 송변전도 유명한 사람들 있죠. 차장 사기 떨어뜨리는 것도 문제지만 옆에서 보는 직원이 차장되면 다 저 꼴 날까봐 시험 안 본단 사람도 많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전 차장 노조 만들어야 합니다. 남 차장들은 갑질 당하고 여 차장들은 성희롱 당해도 간부란 이유로 참고 있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한전 측은 “어제 감사실에 신고가 접수됐고,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전의 한 관계자는 “차장이 부장으로 승진하기 위해서는 현직 부장들의 추천이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참고지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과거 전국구 단위 부장 승진 심사기간에는 현직 부장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접대를 하러 전국을 다녀야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현재 지역 본부별 심사로 바뀌면서 많이 조용해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어 관계자는 “한전이 나주로 이전하면서 삼성동 시절보다 본사 생활수준이 낮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직원들이 차장 승진을 꺼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나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2019년 7월 16일부터 시행됐다. 근로자 5인 이상의 기업들에게 적용되며 직장 내 괴롭힘(신체적·정신적 고통 유발 행위)이 확인되면 사업주는 가해자를 즉시 징계해야 한다. 신고자나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binia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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