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청, 불법 시위 설치물 철거…“시민 평온한 일상 되찾았다”
[서울경제TV=성낙윤기자]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에 무분별하게 게시됐던 명예훼손성 현수막 등 불법 시위 설치물이 최근 일제히 철거됐다. 해당 지역은 막무가내식 1인 시위와 집회가 벌어지는 대표적 장소 중 한 곳이었다.
서울 서초구청은 최근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의 명예훼손 시위용 현수막과 불법 대형 천막, 고성능 스피커 등 시위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을 실시했다.
행정대집행은 특정 단체 및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관청이 직접 또는 법률에 의해 제3자로 하여금 시설물 철거 등 의무 내용을 집행하는 행정 행위이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이번에 철거된 불법 설치물은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서 10여년째 막무가내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씨가 설치한 것들이다.
A씨는 자신과 판매대행 계약을 맺었던 판매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무관하며, A씨 역시 판매대리점 대표와 계약을 체결했을 뿐 기아와는 관련이 없어 A씨의 기아 ‘원직 복직’ 요구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A씨는 자신의 주장 관철을 위해 악의적 사실왜곡 또는 모욕적 표현을 담은 형형색색의 현수막과 띠지 등을 다수 게시하고, 보행로를 가로막은 불법 대형 천막을 장기간 설치했다.
실제 A씨가 부착한 수많은 시위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상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지정된 게시대를 이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위가 열리지 않는 심야시간대 등에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
특히 사거리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섰던 다수의 배너형 현수막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차량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대형 천막 역시 관할 지자체의 도로점용 허가 없이 설치된 무단 적치물로 장기 거주, 취사 및 집회도구 보관 창고 등의 용도로 이용되어 왔다.
더욱이 천막 내 화재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구비되지 않아, 대형 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A씨는 또한 출퇴근 시간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에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가요, 인격모독성 발언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시민들과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원색적인 표현이 가득한 현수막과 볼썽사나운 천막 등 어지럽게 널려 있던 시위 설치물이 정리되니 주변이 달라졌다”면서 “특히 시끄러운 소음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평온한 일상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에도 “현대차그룹 빌딩 주변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성의 노래를 틀고, 난잡한 현수막과 텐트 등이 들어서 무법천지처럼 보였다”며 “구청의 원칙을 지킨 행정처분에 구민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등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 장기간 도로 점거 등 시민 불편 있어도…대부분 지자체, 행정대집행 ‘부담’
[사진=독자제공]
불법 시위 적치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막대함에도 불구하고 서초구청의 사례와 달리, 관할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이 선뜻 규제에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는 천막 10여 동과 현수막 등으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모 호텔 인근에도 노조가 설치한 대형 천막이 보행로 절반가량을 가로막고 있지만 1년 이상 철거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개인이 현수막을 내걸고 수년간 노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 규정에 따른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을 입는가 하면, 철거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면 오히려 지자체를 상대로 정당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더라도 시위대가 첨탑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지자체 청사 로비를 점거하고 철거된 시위물품의 반환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자체로서는 부담이다.
서울시내 모 구청 관계자는 “불법 천막에 철거 등 행정상 의무이행을 촉구하는 계고장을 발부하러 갈 때도 시위대 측의 난폭한 대응에 ‘사실상 목숨을 걸고 현장에 간다’고 말할 정도로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 “시위물품 사전 심사 강화…적발 시 불이익 줘야”
[사진=독자제공]
이에 따라 불법 시위물품이 대다수 시민의 평온한 일상을 침해하지 않도록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경찰의 집회∙시위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보행로 점거 대형 천막과 거친 명예훼손 표현이 가득한 형형색색 현수막 등 불법 시위 설치물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는 집회∙시위를 개최하고자 할 때 옥외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현수막과 입간판, 스피커 등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한 명이 수십 개의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보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대형 천막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시위 도중 불법 시위물품이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에서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시위 신고와 별개로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관할 경찰서장에게 별도의 소음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국 뉴욕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시위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되지만, 확성기 소음허가는 매일 새롭게 받아야 한다. 만일 전날 시위 소음이 과도하거나 인근 주민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 소음허가를 받을 수 없다.
법조계에서는 다수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집회∙시위 신고 때 시위물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실제 시위과정에서 불법 시위물품이 발견되거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 때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nys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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