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의원 “화재안전조사위… 대상 확대‧보완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최근 5년간 전국 소방본부 및 소방서 화재안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제도 ‘유명무실’ 확인… ‘임의 규정’ 이유로 조사위 구성 안하고, 내부 위원만 위촉
부천‧청라 화재 최근 5년 중 올해 2월에야 첫 화재안전조사… 관할소방서 조사위 구성 않거나, 구성하고도 미운영
용혜인 의원, “화재안전조사위 임의 조항에 객관성‧공정성만 목적이라 현장 필요성 떨어져… 화재안전조사위, 조사 대상 확대‧누락 대상 포함 등 보완적 역할 맡도록 제도 개선 필요”
[서울경제TV=김정희기자] 화재안전조사 대상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설치하는 화재안전조사위원회가 실제로는 구성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의무가 아니라는 이유로 구성하지 않거나, 구성하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현장에서 실효성을 못 느낀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화재안전조사는 소방청, 소방본부, 소방서가 소방대상물과 그 관계지역 또는 관계인에 대하여 소방시설이 소방법령에 따라 적합하게 설치‧관리되고 있는지 화재위험은 없는지 확인하는 행정조사를 말한다.
화재안전조사는 민간이 직접 실시하는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를 보완하고, 화재 위험이 큰 곳을 선제적으로 조사하거나 소방의 화재예방강화지구‧화재예방안전진단 등 화재예방 조치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화재안전조사 시 관할 소방서가 소방대상물을 사전에 조사해 유사 시 장애요인을 미리 파악하는 소방활동 자료조사도 병행하게 되어 있다.
화재예방 제도의 중추인 셈이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전국 소방관서별 화재안전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 운영 현황을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충남‧경남소방본부 및 소속 소방서는 화재안전조사위원회를 전혀 구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 구성과 운영 편차도 제각각이었다. 충북‧대구‧경기남부‧경기북부‧강원‧경북‧제주는 본부 차원의 조사위를 구성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세종소방본부, 경기북부 11개 소방서‧강원 고성소방서 등은 올해에야 화재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화성 공장‧부천 호텔 화재가 있었던 경기남부도 올해 6월 이후 각 소방서에서 조사위를 구성했지만 전혀 운영하지 않았다.
화재안전조사위원회 구성 또한 문제였다.
조사위를 구성하더라도 울산‧경기남부 소속 일부 소방서를 제외하고는 조사위 위원을 모두 내부 위원으로 위촉하고 있었다.
화재안전조사 대상의 객관성‧공정성을 강화한다는 조사위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광주소방본부는 본부와 5개 소방서 모두 화재안전위원회를 구성‧운영했지만, 본부 조사위의 선정 결과를 모두 내부 위원으로 구성된 소방서 조사위가 그대로 의결하는 구조였다.
시도소방본부와 소속 소방서들은 화재안전조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이유로 법령상 강제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화재예방법상 화재안전조사위원회는 화재안전조사 대상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구성하여 화재안전조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본청, 시도본부, 소방서 등에서 이미 객관적인 선정 기준을 활용하고 있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소방청 차원의 화재안전특별조사 및 화재안전정보조사가 실시되면서 위원회 운영의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 인천 청라 아파트 화재 모두 최근 5년간 화재안전조사 실적을 확인한 결과 지난 2월에야 처음으로 화재안전조사가 실시됐다.
부천소방서는 지난 8월에야 위원회를 구성하고도 운영되지 않았고, 인천서부소방서는 본부에서 일괄 추진했다는 이유로 조사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정작 위험 대상이 화재안전조사 대상으로 제때 선정되거나 관리되지 않아 화재 피해를 키운 셈이다.
용혜인 의원은 “화재안전조사위 제도가 임의 조항에다가 객관성‧공정성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내부에서 적절히 선정하면 된다는 현장 인식이 팽배해있다”며 “화재안전조사 실시율이 절대적으로 낮아진 만큼 화재안전조사위가 화재안전조사 대상을 확대하거나 누락 대상을 포함시키는 보완적 역할을 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화재안전조사위 운영을 꺼리는 현장 의견은 더욱 구체적이고 다양했다. A 소방서는 ”대부분의 화재안전조사가 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상을 선정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B 소방서도 “사회적 이슈에 따라 조사가 촉박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해 (위원회)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주기적이고 선제적인 화재안전조사가 이뤄지기보다는 올해처럼 대형 화재가 난 이후 사후약방문처럼 급히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위원회를 통한 객관적인 선정 과정보다는 여론의 관심이나 정치적 판단을 반영한 소방청이나 지역본부 차원의 화재안전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역 사정에 따라서 요건에 맞는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운영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C 소방서는 “지역 인재가 부족해서 법령상 조건에 맞는 전문가 위원을 위촉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D 소방서는 “(위원) 위촉 시 경비 지급도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E 소방서는 “화재안전조사 담당자 인원도 부족한데 (위원회 운영으로)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보다는 굳이 필요하지 하지 않다면 일거리를 줄이는 게 맞지 않겠나”고 말했다.
관내 소방 대상물이 타 시‧도에 비해 대상물 수가 적어서 위원회 운영이 실정에 맞지 않다는 입장도 있었다.
용혜인 의원은 “화재안전조사의 취지는 주기적이고 선제적인 조사로 소방당국이 화재 예방을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참사 후 보여주기식 조사 관행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화재안전조사위 위원 요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조사위가 구성이 필요한 소방서에 위원 선임 등을 지원하는 등 소방청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9551805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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