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스포츠' F1 vs 경마…둘 사이의 평행이론
경제·산업
입력 2025-07-10 16:26:12
수정 2025-07-10 16:26:12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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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전략·팀워크…'말과 자동차'로 펼치는 경쟁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영화 ‘F1 더 무비’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브래드 피트’가 과거 불의의 사고로 필드를 떠난 드라이버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F1(포뮬러1)’이라는 세계 최고의 레이싱 무대에서 펼쳐지는 속도와 전략, 팀워크를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모터스포츠의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또 다른 ‘속도의 스포츠’가 떠오른다. 바로 경마다. 하나는 사람과 말, 다른 하나는 사람과 자동차가 짝을 이루지만 두 종목 모두 ‘속도’라는 본능을 중심으로 인간의 판단과 전략이 개입하는 복합 스포츠라는 점에서 여러 공통점을 가진다.
이 두 세계가 어떻게 닮았고, 또 어떻게 다른지 들여다보자.
◇말 또는 차의 성능, 그리고 드라이버의 판단
경마와 F1은 둘 다 탈것의 성능과 인간의 판단력이 결합해 경기가 진행된다. 경마에서는 말이, F1에서는 자동차가 속도를 내지만, 이 속도를 지배하는 것은 결국 기수와 드라이버의 판단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경마 기수는 말의 상태를 읽고, 타이밍과 전개를 조절하면서 경주를 이끈다. 말은 생명체로서 피로, 심리적 요인, 컨디션에 따라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수는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전략을 펼쳐야 한다. 말이 빠르게 지치지 않도록 초반 페이스를 조절하거나, 추입 타이밍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F1의 드라이버도 다르지 않다. F1의 자동차는 기계적 성능이 레이스의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드라이버의 판단력이 그 속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타이어 마모를 고려해 피트인 타이밍을 조절하거나 ‘DRS(Drag Reduction System)’를 전략적으로 사용해 추월을 시도하는 등 순간의 결정이 경기의 결과를 바꾼다.
◇드라이버 뒤를 지탱하는 ‘팀’의 존재
경마와 F1은 표면적으로는 한 명의 기수와 드라이버가 경기를 주도하는 모습이지만, 팀 스포츠라는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경마에서는 마주와 조교사, 관리사, 기수가 함께 협력해 말의 능력을 극대화한다. 마주는 좋은 말을 구매해 육성 전반을 책임지고, 조교사와 관리사는 그 말을 최고의 컨디션으로 훈련시키고 준비시킨다. 기수는 말에 기승해 매 경주 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F1에서도 팀워크는 매우 중요하다. 드라이버는 물론, 엔지니어와 피트크루가 협력해 차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피트스탑에서 피트크루의 빠른 타이어 교체, 엔지니어와의 실시간 전략 피드백은 드라이버의 승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다만, F1에서는 한 팀에 2명의 드라이버가 출전해 팀플레이를 펼치고 최종 성적 역시 두 드라이버의 순위 합산에 따라 결정된다. 반면, 경마에서는 같은 마주 또는 같은 조교사의 말이 동시에 출전할 수는 있어도 공식적으로 팀플레이는 허용되지 않는다.

◇경주 전개를 좌우하는 출발 게이트 번호와 그리드 순서
두 스포츠에서 출발 위치가 결정되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그 위치 자체가 전술의 출발점인 것은 동일하다.
경마에서는 게이트 번호가 무작위 추첨으로 정해진다. 내측 게이트(1번 방향)는 초반 선행에 유리하지만 진로가 막힐 위험이 있고, 외측 게이트는 거리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기수는 말의 성향과 게이트 번호를 고려해 초반 작전을 세워야 하며, 어떤 게이트를 받느냐에 따라 레이스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F1은 예선 성적에 따라 그리드(출발 순서)가 정해진다. 예선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가 가장 앞자리 폴 포지션을 차지하며, 성적 순서대로 차량이 정렬된다. 앞쪽 그리드를 차지하면 초반 충돌 위험이 적고 트랙을 주도할 수 있는 반면, 뒤쪽 그리드에서는 추월과 전략적 피트 인이 필수적이다.
◇추입과 DRS를 활용한 추월의 기술
경마와 F1 모두 ‘추월’이라는 과제가 있어 적절한 타이밍과 전략적 판단이 승패를 결정짓는다. 다만, 경마에서는 말의 체력과 속도 변화를, F1에서는 DRS와 타이어 전략을 활용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경마에서는 말의 체력과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뒤에서 추격하는 추입 전개가 있다. 기수는 말이 너무 빨리 지치지 않도록 페이스를 조절하고, 직선 구간에서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 방식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F1에서의 추월은 DRS(Drag Reduction System)라는 장치가 핵심이다. 뒤차가 앞차와 1초 이내 거리일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리어 윙을 열어 공기 저항을 줄임으로써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특정 구간에서만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날씨와 트랙 조건이 만드는 변수
두 스포츠 모두 날씨와 트랙 조건이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마에서는 마장 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건조한 주로와 비가 온 후의 불량주로에서 말의 주행 성능은 완전히 달라진다. 기수는 마장 상태를 고려해 말의 걸음걸이와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F1에서도 날씨는 경기의 게임 체인저다. 비가 오면 드라이버의 기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젖은 트랙에서는 타이어 선택이 승패를 좌우하며, 인터미디어트 타이어나 웻 타이어로 교체하는 타이밍이 전략의 핵심이 된다.
이처럼, 경마와 F1은 표면적으로는 '가장 빠른 자가 승리하는' 단순한 경기처럼 보힌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략, 팀워크, 순간의 판단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치밀한 스포츠다. 말과 자동차라는 서로 다른 파트너를 둔 두 스포츠가 이토록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ji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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