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대신 묵념' 광주시향 제주항공 참사 추모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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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12-28 22:55:24
수정 2025-12-28 23:01:35
나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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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 작가 추모글 낭독 "음악으로 이름없는 이야기들을 부르려 한다"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서울경제TV 광주⋅전남=나윤상 기자] “오늘 우리는 소리를 내기 이전의 침묵 속에 잠시 머무르려 합니다”
지난해 제주항공 참사의 추모글을 읽는 황석영 작가의 음성은 조용하면서도 비장했다. 황 작가가 추모글을 낭독하는 순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 모인 관중들은 침묵 속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는 179명의 영혼들을 기억했다.
지난 27일 오후 5시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광주시립교향악단(광주시향)의 ‘179명의 이름을 기억하며’ 추모음악회가 열렸다. 지난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떠난 179명을 기억하며 그들을 마음에 품은 모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이병욱 예술감독의 지휘로 열린 이날 추모공연에서 광주시향은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세레나데’, 레이프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3번 6악장’을 연주했다.
광주시향의 공연 프로그램은 서사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현을 위한 세레나데'는 진혼의 의미를 담아 망자의 넋을 달래어 편안하게 잠들어 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시작으로' 종달새의 비상'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바라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이어진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3번 6악장'은 연주시간 25분 동안 망자들을 위한 천국의 계단을 펼쳐 놓았다. 계단 끝 눈부신 빛의 너머로 새로운 부활과 안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수놓았다.
광주시향의 추모공연은 침묵 속에서 진행됐다. 평소 공연이라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공존했어야 했지만 이번 공연은 침묵과 성찰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침묵의 분위기 속에서도 '종달새의 비상' 협연자로 나온 김현서(15)양의 바이올린 현에서 울려 나온 청명한 울림은 관객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다. 마치 겨울 서릿발처럼 추운 날씨 속에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광명처럼 한 줄기 따뜻한 온기로 다가왔다.
김현서 바이올리니스트는 2024년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음악 콩쿠르 2위, 2025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3위를 한 영재로 두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입선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공연 중간에 황석영 작가가 추모글을 읽기 위해 무대에 섰다. 황 작가는 추모글을 통해 제주항공 참사는 평범한 사건이 아니고 기록 속의 숫자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그날의 일을 “누군가의 하루였고, 누군가의 귀가였으며 내일로 향하던 평범한 발걸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죽음의 이유는 늘 개인의 바깥에서 찾아온다”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비슷한 장면들을 기억 속에 품고 있다. 차가운 바다에서 붐비는 골목에서 그리고 오늘 공항의 경계에서”라고 말하며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을 함께 거론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사회가 효율이라는 말 아래 안전은 미뤄도 되는 약속이 되었다”고 꼬집었다.
황 작가는 오늘 추모공연에 대해서 “오늘 우리는 음악으로 그 이름 없는 이야기들을 부르려 한다”면서 “말로는 다 닿지 못하는 마음을 음 하나, 숨 하나에 실어 서로에게 건네려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음악은 판단하지 않고 단지 기억한다”고 말하며 “기억은 우리를 다시 같은 자리에 서지 않게 한다. 연주가 끝나면 일상은 다시 흐르겠지만 그 흐름이 이전과 같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선율의 시간 속에서 배운다”고 끝맺었다.
공연 프로그램 마지막 곡이었던 말러의 교향곡 3번 6악장이 끝나자 박수 대신 대극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일제히 1분 간 묵념으로 이날 추모공연은 마무리됐다. /kncfe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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