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부동산] 강남 빌딩 갖게된 두산重 ‘대위변제’의 진실은?
옛 외환은행, 시선RDI에 1,200억원 대출
두산중 대위변제…시선RDI “동의 없었다”
옛 외환은행, 대위변제 통보…시선 측 ‘황당’
우선수익자 명분 놓고 법적 공방 예고
[앵커]
시공사가 시행사 몰래 돈을 갚고 소유권을 가져간 의혹이 제기된 4,000억 강남 빌딩 기억하시나요. 최근 이 빌딩 소유권을 놓고 시행사와 시공사의 법적 공방이 본격 시작됐다는 보도를 해드렸는데요. 시행사 시선RDI와 시공사 두산중공업간 소송 전이죠. 지난 2014년 시행사가 최종 패소했던 소송에 대한 재심이 확정돼 시장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부동산부 설석용 기자와 두산중공업이 시선RDI의 채무를 대위변제할 당시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 짚어보겠습니다. 설 기자 안녕하세요.
[설석용 기자]
네, 안녕하십니까.
[앵커]지난주에 이 사건에 대한 재심 여부가 결정되면서 그동안 불거졌던 의혹들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먼저 두산중공업이 시선RDI의 채무를 대위변제할 당시 문제점에 대해 준비해오셨는데요. 어떤 것들인지 설명해주시죠.
[설석용 기자]
이번에 재심에 들어간 강남 빌딩은 시행사인 시선RDI 모르게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이 빚을 대신 갚고, 소유권을 가져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때 진 빚을 두산중공업이 몰래 갚은 거냐, 정당하게 갚은 거냐를 따지게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부동산 소유권 이전 절차가 간단할 것 같지만 여러 층을 지닌 빌딩의 경우 매우 까다롭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15층으로 지어진 고층 빌딩인데요. 당시 시행을 했던 시선RDI는 초기 자본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1,200억원을 빌려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시선RDI는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였던 두산중공업과 여러 갈등을 겪었습니다.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고, 2011년 1월 28일 결국 준공을 했지만 분양은 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두산중공업과의 여러 충돌이 있었는데요. 시선RDI 입장에서는 1,200억원의 은행빚을 갚을 길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분양이 잘 돼야 분양대금으로 은행빚을 갚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거죠.
[앵커]
공사 자금을 끌어 모아 건물을 다 지었는데 사정상 분양을 못 했다면 당연히 수익이 발생할 수가 없죠. 시행사는 분양을 통해서 채무를 갚아나가려는 계획이었을 텐데, 1,200억은 어떻게 갚았습니까.
[설석용 기자]
당시 신용공여은행은 외환은행이었습니다. 현재 하나은행이죠. 신용공여라는 건, 돈을 빌려줄 때 상대가 반환할 의사가 있거나 능력이 있다고 믿고 일시적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당시 외환은행은 신용공여약정서에 따라 시선RDI에게 1,200억원을 대출해줍니다. 이때가 2011년 5월 30일입니다.
두산중공업은 이 바로 다음 날인 2011년 5월 31일에 1,200억원을 시선RDI 대신 외환은행에 대위변제합니다. 이러면서 우선수익자 자격을 주장하고 소유권을 이전받게 되는 계기가 되는데요. 중요한 건 시선RDI는 전혀 이 사실을 몰랐다는 겁니다. 두산중공업이 대신 빚을 갚으면서 채무자에게 말도 하지 않고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건데요. 좀 이상하죠. 1,200억원이라는 빚을 갚으면서 “내가 네 빚 갚아줄게”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특히나 외환은행은 5월 30일에 시선RDI에게 1,200억원을 대출해줄 때 만기 연장을 할 거라고 얘기했다고 하는데요. 시선RDI 측에서는 당연히 시간을 벌었으니 그동안 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외환은행이 “두산중공업이 채무를 대위변제 했습니다”라고 얘기를 했다는 거죠. 시선RDI는 굉장히 황당할 수밖에 없죠.
저희가 공문을 통해 두산중공업 측에 당시 입장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는데요. 두산중공업은 2011년 5월 30일이 지나면 보증을 설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두산중공업 답변서에 따르면 돈을 대신 갚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말은 없었거든요. 그 의미가 일맥상통한 건지 따져봐야 하고요. 시선RDI 측은 궤변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 지가 중요합니다.
[앵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린 건지 주장하는 내용 자체가 다른 건지 확실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외환은행 측에서는 동의가 없는 대위변제를 받아들인 건가요.
[설석용 기자]
시선RDI가 주장하는 게 이런 부분입니다. 1,200억원을 빌려주고 다음 날 다른 사람이 와서 갚겠다고 하는데 묻지도 않고 덥석 받는 사람이 어딨냐는 거죠. 시선RDI 주장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외환은행이 시선RDI에 1,200억원을 대출해주면서 만기를 연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하루 뒤에 다른 기관이 돈을 들고 갚겠다고 한 겁니다.
외환은행은 신용공여은행이기 때문에 시선 측의 직인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두산중공업이 1,200억원을 대위변제했다는 확인서에 역시나 시선RDI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날인합니다. 외환은행이 대위변제확인서에 시선RDI의 직인을 찍어 두산중공업에 발행해준 겁니다. 당시 시선RDI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또 은행이 확인서를 발행해주는 거라면 은행 직인을 찍어서 확인해주면 되는 건데, 시선RDI의 직인을 찍어서 대신 확인해줬다고 하는 점도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입니다. 서류에서 보신 것처럼 시선RDI의 직인이 찍혀있는데요. 영수증 처리를 하더라도 돈을 받은 쪽에서 확인을 해주는 게 상식적이지 않습니까. 이 부분도 명쾌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앵커]
얘기만 들어보면 시선RDI만 모르게 하고 두 기관이 공모했다는 건데요.
[설석용 기자]
네, 이 부분에 대해서 두산중공업은 시선RDI에 입장 전달을 분명히 했다는 주장이고요. 외환은행, 그러니까 지금 하나은행 측은 서류 상 절차대로 진행했고, 이미 2014년에 끝난 사건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물 소유권이 이전되는 계기와 우선수익자가 누구인 지에 대한 명분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재심의 핵심 내용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서울지방법원이 지난달 24일 시선RDI가 신청했던 우선수익자부존재 확인 소송에 대한 재심을 결정하고 1월 13일 첫 변론기일로 지정했는데요. 쉽게 말해 소유권 이전 과정에서 이 건물 우선수익자가 누구였냐를 다시 따져보는 소송입니다. 두산중공업이 시행사가 못 갚은 빚을 대위변제해 우선수익자가 되는 건지, 아니면 임의대로 결정하고 한 행위이기 때문에 인정이 되지 않을지가 가장 핵심입니다.
시선RDI 김대근 대표는 앞선 내용들을 전혀 몰랐다면서 이 두 기관의 공모를 주장했는데요. 인터뷰 내용 함께 보시죠.
[인터뷰] 김대근 / 시선RDI 대표
“외환은행 그때 당시 구 외환은행하고 신용공여약정서에 의해서 2011년 5월30일날 대출을 받았어요. 그런데 이거를 외환은행 직원하고 두산중공업 직원하고 공모를 해서 대위변제 한 거를 우리한테 감추고 다음 날 임의 대위변제를 해버립니다.”
그러면서 또 두산중공업 측이 2011년 5월 30일 이후 보증을 설 수 없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이미 그럴 이유가 없었다고도 주장했는데요. 외환은행 측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에 기존 채무를 갚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대근 / 시선RDI 대표
“신용공여약정에 의해서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다음 날 두산중공업에서 보증이 필요하고 그 전이고 그 필요성이 없었습니다. 두산중공업의 보증이 전혀 필요 없었습니다. 우리는 대출받은 걸로 그대로 갚아나가든 아니면 매각을 하든 분양을 하든 이렇게 해서 갚아나갔으면 됐습니다. 은행에 전혀 문제가 없었던 상황입니다.”
[앵커]
시선RDI는 대출을 받았기 때문에 채무 변제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인 거 같은데요.
[설석용 기자]
네, 다만 대위변제에 대한 엇갈린 입장이 이번 재심에서 다뤄질 핵심적인 부분이니까요. 서로 주장일 뿐인 건지 다른 내막이 있는 건지 재심을 통해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강남의 금싸라기 땅에 세워진 고층 빌딩의 현재 호가는 4,000억원입니다. 이 건물에 대한 소유권은 두 차례 이전이 되는데요. 2019년 최종 마스턴자산운용이라는 곳이 주인이 됩니다. 마스턴자산운용의 수탁자는 하나은행입니다. 전 외환은행이죠. 앞에서 계속 언급됐던 외환은행인 건데요. 2019년 마스턴자산운용은 2,040억원에 이 건물을 매입합니다.
호가가 4,000억원이 달하는 건물을 절반 수준으로 매입한 건데요. 호가이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 없는 가격이지만 2011년 준공 당시 감정가가 2,630억원이었으니까요. 10년 전 감정가보다도 싸게 매입한 겁니다.
[앵커]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참 많은데요. 10년 전 감정가만 2,000억원 이상되는 건물이 지어지기 위해서는 시행사와 시공사뿐 아니라 신탁사, 신용공여은행 등 여러 기관이 필요했습니다. 시행사의 자금 사정으로 인해 건물을 넘길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연으로 끝날 줄 알았던 사건이 다시 재판에 들어갑니다. 시행사를 제외한 여러 기관의 대범한 공모인지 아니면 결국 시행사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었는지 재판 과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재판 과정뿐 아니라 관련 내용을 입수하는 대로 보도해드릴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부동산부 설석용 기자였습니다. 설 기자 수고했습니다.
[설석용 기자]
네, 감사합니다. /joaquin@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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