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토에버 “바퀴 회전수로 위치 파악”…GPS 내비 단점 보완
[서울경제TV=성낙윤기자] 현대자동차·기아·제네시스 등 현대차그룹 차량에 탑재되는 내비게이션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기존 GPS 방식이 아닌 바퀴 회전수로 위치를 파악해 터널 등에서 끊김 없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티맵·카카오내비 등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내비게이션’, 지니·아틀란 등이 포함되는 ‘AM(After Market)’ 내비게이션, 완성차 제조사가 출고 시 장착해놓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내비게이션’으로 나뉜다. 이 중 차량과의 연동성 측면에서 모바일 내비게이션보다 OEM 내비게이션이 강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AM 내비게이션은 활용성·연동성이 모바일·OEM 내비게이션에 밀려 시장이 지속 축소되고 있다.
모바일과 OEM으로 양분돼가는 내비게이션 시장에서, 한국 내 유일한 OEM 내비게이션 업체로 꼽히는 현대오토에버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브랜드 차량에 옵션으로 탑재되는 내비게이션 SW(소프트웨어)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국내 완성차 ‘큰형님’ 위치를 지키면서도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 톱3에 등극한 만큼, 현대오토에버의 성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GPS 기반?…“바퀴 회전수로 위치 파악”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한계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반’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하기 때문에 터널이나 깊은 지하도로 등 음영 구역에서는 GPS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내비게이션 업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터널 내부에 ‘비콘’을 설치해 기능성을 보완했지만, 비콘의 개수와 정확도가 비례한다는 특징이 있어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현대오토에버의 내비게이션은 음영지역에서 차량과의 연동성을 활용한다. 바퀴 회전수에 따라 거리를 측정해 상대적으로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터널 등지에서도 끊김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차량의 속도계는 바퀴의 회전수를 기반으로 주행 속도를 산출하는데, 현대오토에버에서 제공하는 OEM 내비게이션이 해당 정보를 활용, 위치를 알아낸다.
이러한 기술은 모바일 내비게이션 등에서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가령 티맵을 카플레이로 연결한다고 할 때, 티맵의 지도를 차량 스크린에 띄우는 건 가능해도 차량 자체적으로 파악하고 계산되는 정보를 티맵으로 보낼 수는 없다.
한편, 현대오토에버는 약 20년 전부터 국내 도로에 대한 정보조사 및 지도 구축에 몰두해왔다. 자체적으로 지도를 제작해 세부 도로까지 사실상 100%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차량을 운용할 때 효율성이 높은 셈이다.
◇유럽연합 ISA 영향…현대오토에버 호재 지속
유럽연합(EU)이 지능형속도제한장치(ISA) 규제를 만든 것도 현대오토에버에게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EU는 오는 2024년 5월부터 유럽 내 모든 차량에 ISA를 탑재하도록 했다. 해당 규제를 준수하려면 과속 시 경고음이 울리고, 차량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가진 내비게이션이 필수적이다. 이에 지난해 현대오토에버는 내비게이션SW 판매 증가 영향에 매출이 30% 이상 성장했다. 유럽 내 차량들의 내비게이션 탑재율이 증가한 만큼 차량용SW의 수요도 높아진 영향이다.
여기에 현대오토에버는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는 차량을 위해 유럽 지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히어(HERE)’·‘탐탐(TomTom)’ 등 타 업체와 긴밀한 협력를 통해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있다. 차선의 개수·제한 속도·운행 가능 차종 등 도로의 구체적인 사양을 파악해 ISA에 더욱 효율적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또 통상 유럽의 규제는 주변국뿐만 아니라 다른 대륙의 국가들까지 확장되는 경향이 있고, 동남아 등 개도국의 소득 수준이 올라 내비게이션 수요가 늘고 있어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긴 업데이트 주기·한정된 고객사는 ‘숙제’
다만, 긴 업데이트 주기는 해결해야 할 숙제다. 티맵·카카오맵 등 모바일 내비게이션은 지도 업데이트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선할 때마다 이용자는 버튼 한 번으로 새로운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의 OEM 내비게이션은 한 번의 업데이트를 위해 한 달 이상이, 길면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현대차그룹 브랜드를 넘어선 고객사 확장도 해결해야 한다. 타 완성차 업체들은 현대차그룹의 경쟁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현대오토에버가 기술력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실제 볼보코리아가 티맵모빌리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는 등 수입차 업계는 현대오토에버 이외의 업체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nys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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