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금융 혁신, '은행에서 앱으로'
금융·증권
입력 2025-08-19 07:00:04
수정 2025-08-19 07:00:04
강지영 기자
0개
앱 하나로 송금·대출·생활정보까지, 디지털 금융의 진화

[서울경제TV=강지영 인턴기자] 서울의 한 은행 창구. 베트남에서 온 A씨는 이번 달 월급을 본국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 외국인등록증, 급여명세서, 비자 등 여러 장의 서류를 준비했지만, 한국어 안내문과 직원의 설명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류 한 장을 제출하는 데도 여러 번 질문을 반복해야 했고, 계좌 개설이나 다른 금융 업무는 더욱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이처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단순한 송금이나 계좌 개설조차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과제로 꼽힌다. 매년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그들은 신원 확인과 신용평가의 어려움, 제도적 지원 부족 등으로 인해 여전히 기존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 플랫폼이 등장했다. 은행 창구에 직접 가지 않아도 송금, 대출, 결제, 비자 관련 행정 등을 앱 하나로 처리할 수 있어, 외국인 노동자의 금융 접근성을 크게 높인 것이다.

◇ ‘글로우’로 보는 금융 혁신
테크 스타트업 클링커즈가 출시한 디지털 플랫폼 ‘글로우(GLOW)’는 송금, 대출, 결제, 보험, 비자 행정, 생활정보 커뮤니티까지 통합한 올인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는 앱 하나로 국내외 송금, 대출 중개, 병원·상점 정보 확인, 비자 연장 안내 등을 받을 수 있으며, 80개국 언어를 지원해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별도의 통역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우는 외국인의 금융·생활 편의를 동시에 해결하는 종합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사용자는 가입 시 본인의 국적을 설정한 후 실시간 환율 변동과 송금 수수료를 비교해 최적의 조건으로 송금을 진행할 수 있고, 카드사별 혜택과 이동통신 요금제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관심사별 커뮤니티에 가입해 모국어로 정보를 공유하거나 외국인 대상 뉴스와 생활 안내를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금융 서비스를 넘어 ‘한국 생활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우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먼저 검증됐다. 2023년 론칭 이후 광고 없이 월 3000명 이상 자연 유입이 발생했으며, 3개월 만에 9000명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주 고객층은 필리핀·미얀마·라오스·인도네시아 출신 가사 노동자였다. 이후 2024년 9월 한국에 진출해 공장·농장 중심 단기 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출시 1년 만에 월간활성이용자(MAU) 5만 명을 달성했으며, 올해 매출 목표는 60억 원, 2027년까지는 600억 원 이상을 전망하고 있다. 플랫폼은 은행과 연계해 대출 심사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가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넓히며 사회적·경제적 포용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현재 클링커즈는 은행과 협업해 외국인 노동자가 금융 서비스에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돕고 있다. 최근에는 OK저축은행·전북은행 등과 제휴해 외국인 대상 신용대출을 중개하며, 수수료 기반 수익모델을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우는 복잡한 절차를 효율화하고,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생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 시중은행의 한계와 외국인 금융 서비스의 제약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6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한다. 이 중 장기체류 외국인이 204만 명, 단기체류 외국인이 60만 명, 취업자격 외국인은 56만 7000명에 달한다. 이들의 경제활동이 확대되면서 금융 서비스 수요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외국인고용조사에 따르면 월 300만 원 이상을 받는 외국인 임금근로자의 비율은 2017년 10.4%에서 2024년 37.1%로 증가했고, 월 200만 원 이상 소득자는 57.3%에서 88.3%로 늘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신원 확인과 신용평가의 어려움, 제도적 지원 부족 등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존 은행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전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 과정에는 여전히 여러 제약이 존재한다. 신한은행은 외국인 전용 계좌 개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외국인 전용 대출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 서비스는 한국어와 영어로만 제공되며, 외국인 전용 창구는 일부 지점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서류 제출도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언어 장벽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와 연체율 우려로 외국인 전용 금융 서비스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이러한 구조적 요인이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제한한다며, 제도적 지원 강화와 효율적인 심사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디지털 플랫폼, 사회적·경제적 포용 효과
이러한 배경에서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언어 장벽과 복잡한 절차를 해소해 외국인 노동자가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글로우는 단순 금융 기능을 넘어 생활정보와 커뮤니티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가 단순한 금융 소비자가 아니라, 한국 사회와 경제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금융 플랫폼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jiyoung@sedaily.com
[ⓒ 서울경제TV(www.sentv.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 상반기 '한정 의견' 상장사 속출…시장 퇴출 '마지노선'
- 삼성증권, '혁신 스타트업 재무솔루션' 지원 위해 KAIST와 MOU
- 석화업계 구조개편에 금융권도 지원…채권은행 '사업재편 타당성' 본다
- 금융사 교육세율 두배로…2금융권 반발 확산
- “구조조정으로 살아날까” 냉온탕 오가는 석화株
- 미래에셋생명, 호실적 힘입어 주주환원 강화 나선다
- 의무 보유 확대에…'스팩 우회상장' 택하는 中企
- BNK금융, '해양금융' 강화…"지역 산업 기반 새 기회"
- 인터넷은행 3사 2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 30% 상회
- KB국민은행, 소상공인 One-Stop 컨설팅센터 2호점 오픈
주요뉴스
오늘의 날씨
마포구 상암동℃
강수확률 %
기획/취재
주간 TOP뉴스
- 1차규근 의원 “대출 규제 시행하자 강남구 갭투자 ‘전멸’ 했다“
- 2SK온·에코프로 '맞손'…폐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
- 3안보실장 “한일 정상, 회담서 관세 협상 소통"
- 4LG AI대학원, 국내 첫 교육부 인가 사내대학원 출범
- 5노란봉투법, 與 주도로 본회의 통과…국힘, 표결 불참
- 6삼성물산, 반포 삼호가든5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
- 7LG전자, 올레드 TV로 '프리즈 서울 2025'서 故 박서보 작품 선봬
- 8현대차·기아, 미국서 친환경차 누적판매 150만대 돌파
- 9서울 갭투자, 의심거래 87% 급감…6·27 대출 규제 영향
- 10노인 일자리, 2030년까지 130만개로 늘린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