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만 파전에 막걸리?...이제 해외 시장 뚫는다

경제·산업 입력 2025-09-18 07:00:04 수정 2025-09-18 07:00:04 김민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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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볼·위스키 인기…막걸리, 국내 수요 부진
한류 바람 타고 막걸리 해외 시장 진출 확산
단순한 K유행 넘어 장기 브랜드화 전략 필수

서울 한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주류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서울장수 등 막걸리 업체들이 국내 수요 침체 속에서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제품인 과일 맛·저도수 막걸리를 내세우며 수출 판로를 확대하는 추세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 고객들의 막걸리 소비가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도록,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전략적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9일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크레덴스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막걸리 시장 규모는 2024년 약 5억 4230만 달러에서 2032년에 약 10억 195만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며, 연평균 성장률은 7.27%다.

◇ 하이볼·위스키 인기 속에서 흔들리는 막걸리
막걸리업계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건 내수 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의 규모는 2020년 6096억 원에서 2023년 5754억 원으로 약 5.6% 줄어들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취향이 하이볼, 위스키 같은 다른 주류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막걸리 수요 자체가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GS25에 따르면, 하이볼 매출 비중은 2022년 전체 주류의 0.6%에 불과했지만, 2024년에는 11.3%로 급증했다. 

또한 위스키 소비 자체도 주류 시장에서 두드러지게 증가했는데,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위스키 소비는 전년 대비 약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막걸리 업계, 해외 시장 진출 통해 돌파구 마련할까
이런 상황 속에서 막걸리 업계는 해외 시장을 향한 전략 강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평주조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앨버타주에 이어 온타리오주까지 진출하며, 캐나다 내 유통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캐나다 막걸리 시장은 2024년 1440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8.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지평주조는 먼저 아시아계 인구 비중이 높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지평 프레시’를 선보여 캐나다 내 아시아계 식료품점과 한인 마트를 중심으로 판매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유통 채널을 다문화 마켓으로 확장해 브랜드 인지도를 점진적으로 높이고 있다.

서울장수가 수출용으로 만든 ‘장수 90’의 일본 홍보 포스터 [사진=서울장수]

한편, 서울장수의 ‘장수 90’은 한국의 대표 전통주인 장수 생막걸리를 기반으로 한 수출 전용 막걸리 제품이다. 이 제품은 서울장수의 주력 브랜드 ‘장수 생막걸리’ 중 하나로, 국내 소비자용 제품들과는 달리 국제 시장을 겨냥해 만든 라인업이다. 

장수 90은 2024년 연간 실적 기준 전년 대비 28%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서 34%, 베트남에서 10% 이상 증가하는 등 주요 수출국 전반에서 고른 상승세가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경우, 장수 90의 수출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올해 4월을 기준으로 월평균 수출 수량이 약 80%나 성장했다.

국순당 CI [사진=국순당]

국순당도 전통주 해외 수출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순당은 약 60여 개국에 백세주, 생막걸리, 살균막걸리, 가향 막걸리 등을 수출 중이다.

특히 2025년 기준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액은 약 300만 달러 수준에 달했다. 최근 생막걸리 중심 탁주 부문 매출도 증가 추세이며, 회사는 유통 및 물류 시스템 강화, 제품 다양화 등의 전략으로 수출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도 해외에서 눈길을 끈다. 하얀술 주식회사는 '쌀파우더 막걸리'를 개발해 2023년 창업 이후 빠르게 수출 국가를 확장 중이다. 

쌀파우더는 물·차·주스 등 선호하는 액상과 섞어 24시간 발효하면 완성되며, 발효 기간에 따라 맛이 바뀌는 ‘맞춤형 막걸리’ 제품으로, 휴대성과 보관성이 우수하다. 하얀술은 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미국·캐나다 등 북미,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15개국에 수출하며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고 있다. 

◇ K문화 열풍 타고 해외 진출…장기 전략 필요해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 덕분에, 막걸리 또한 K푸드 페어링과 함께 해외에서 문화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국타임즈에 따르면, “K문화 열풍 덕분에 막걸리의 국제적 매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등 한류와 막걸리 콜라보가 글로벌 관심을 이끄는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막걸리 수출이 당장의 유행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한 매출로 이어지려면, 산업 전반이 장기적인 전략적 전환에 나서야 한다. 일본 사케 업계의 사례는 좋은 선례다.

사사키 주조에서 판매하는 사케 [사진=사사키 주조 홈페이지]

교토 니시진 지역에 자리한 사사키 주조는 1893년 설립돼 13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온 전통 주조장이다. 이 곳은 장인이 직접 안내하는 양조장 견학, 강좌형 사케 설명, 사케 시음 체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사키 주조는 주조장의 제조 공정과 장인의 철학을 체험 프로그램으로 제공함으로써 방문객과의 감성적 연결을 강화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직접 제조 과정을 체험하고, 장인의 역사와 이야기를 듣는 가운데 제품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

중국 대표 전통주 브랜드인 루저우 라오자오는 1573년 창립 이후 쌓아온 명성을 바탕으로, 2019년부터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의 공식 바이주 파트너로 참여하며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를 확장했다. 멜버른의 ‘1573 아레나’라는 코트 명칭은 브랜드의 역사적 유산을 전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공항 팝업 행사, 특집 패키지 출시 등 다양한 체험형 마케팅을 병행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프리미엄 문화 상품으로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막걸리도 이제 제품만 내보내는 수출에서 벗어나, 감성과 브랜드 경험을 담은 장기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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