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휴업일마다 문 닫으면 한 주 매출이 반 토막이에요.” 경기도의 대형마트 내에서 반찬 매장을 운영하는 박 모 씨(49)는 의무휴업일마다 손님이 끊겨 매출 공백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유통업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10여 년 이어졌지만 전통시장·소상공인 매출 개선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데도 규제 강화를 앞세우고 때문이다.
다이소 등 전문점과 이커머스 플랫폼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점도 형평성 논란을 키우는 상황이다. 이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규제 방향을 ‘강화’가 아닌 ‘완화 및 재설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통산업발전법 일부 규정의 시한인 11월을 앞두고 국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과 관련해 법 손질에 나섰다.
[사진=뉴스1] ◇ '규제의 시간' 다시 움직인다…與 "강화" vs 野 "완화" 여당은 의무휴업 확대 등 대형마트 규제 강화안을, 야당은 과도한 규제 폐지를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놨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준대규모점포(SSM) 규제 유효기간 5년 연장안을, 오세희 의원은 지자체 재량으로 정하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반드시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반면 야당은 완화·폐지를 내세웠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은 전통상업보존구역 내 대형마트·SSM이 매장 면적을 늘릴 때 적용되는 제한 기준을 ‘10분의 1’에서 ‘10분의 3’로 완화하자는 개정안을, 김성원 의원은 SSM의 전통시장 반경 1km 출점 제한을 11월 시한과 함께 폐지하자는 안을 제안했다.
◇ 2013년 시작된 규제…어느덧 10여 년 지나 대형마트 규제는 2010년에 시작됐다. 전통시장 주변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그 안에서 대형마트의 신규 진입이나 대규모 확장을 어렵게 만든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대형마트·SSM이 24시간 영업과 대형 판촉으로 몸집을 키우자,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전면개정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의 규제 틀이 굳어졌다. 입법 취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고 소상공인의 생계를 지키는 데 있었다.
현행 체계에 따르면 지자체는 필요할 때 자정~오전 10시 사이 영업을 제한할 수 있고, 월 2회 의무휴업을 두되 원칙은 공휴일이며 이해당사자 합의가 있으면 평일 전환도 가능하다. 또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서는 대규모점포와 SSM이 새로 들어오거나 일정 수준 이상 확장할 경우 등록 제한이나 조건 부과 대상이 된다.
[사진=뉴스1] ◇ “전통시장 살리자” 명분 흔들…입점 소상공인 직격도 해당 법안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는 취지였지만, 실제 효과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전통시장 식료품 평균 구매액은 2015년 1370만원에서 2022년 610만원으로 오히려 55% 감소했다.
또한, 대형마트 안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의무휴업으로 매출 공백과 폐기·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피해를 입고 있다. 산본로데오거리상인회 설문조사 결과, 93%가 ‘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에 찬성했고, 일요일 휴무 시 유동인구 감소로 상권이 타격을 받는다고 밝혔다.
◇ 유통법 사각지대 커진 플랫폼…공정경쟁 필요성 시사 한편 다이소, e커머스 등 대형점포 규정 비적용 사업자는 고속 성장하면서 유통산업이 건강하게 발전하려면 동일한 규제 아래 동일한 환경에서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현행 유통법은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을 대규모점포로 분류해 규제를 적용하고, 업태 분류로 대상 범위를 정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다이소는 대체로 3000㎡ 미만의 다점포 구조로 핵심 규제 밖에 놓였고, 빠르게 성장해 2024년 매출 3조 9689억 원, 영업이익 3711억 원을 올렸다.
e커머스 시장도 24시간 배송을 앞세워 크게 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6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1조 8977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같은 유통 활동에는 판매 경로와 무관하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채널 중립’ 원칙으로 기준을 손보고, 대형마트 입점 소상공인 보호 장치와 정책 효과의 정기 평가·재검토 절차를 함께 도입해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소비자단체·상인회 등 이해당사자들은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 임대료·수수료 완화, 폐기 손실 경감 등 입점 소상공인 직접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정책 효과를 데이터로 정기 평가·재검토하는 절차를 도입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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