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 속 겨울옷 매출 ‘급증’
백화점부터 홈쇼핑, 브랜드까지 가세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이득 보는 전략
[서울경제TV=김민영 인턴기자] "너무 더우면 까만 긴 옷 입자~"
2011년 발매된 아이돌 그룹 F(x)의 노래 'Hot Summer' 속 가사다. 당시엔 말장난처럼 들렸지만, 2025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랫말과 소비 풍경이 묘하게 맞아떨어진다.
F(x)의 노랫말 처럼 폭염 속 겨울옷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번 여름 역시즌 상품 매출이 시장 전체적으로 이례적인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7월 들어 겨울 아우터 주문 건수는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예약 주문 비중도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역시즌 판매’란 본격적인 계절이 오기 전, 반대 계절 상품을 미리 선보이는 전략을 말한다. 여름철에도 겨울옷 수요가 뚜렷해지자, 백화점과 홈쇼핑은 물론 패션 브랜드들까지 역시즌 판매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의 3층 사바티에 모피 매장에서 고객이 모피를 쇼핑하고 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 “한여름에 모피·패딩 완판”…대형 유통업체, 역시즌 판매 매출↑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들이 한겨울 옷을 앞다퉈 내놓는 ‘역시즌’ 행사가 이례적인 호황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7월 한 달간 전국 11개 점포에서 모피 프리오더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19개 브랜드가 참여한 대규모 행사였으며, 진행된 프리오더로 고객들은 사전 예약을 통해 시즌 시작 전 고급 제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조기 품절 가능성이 높은 고급 모피는 미리 구매하는 수요가 특히 높다. 신세계백화점은 프리오더가 집중되는 6~8월 모피 매출이 3년 연속 증가했고, 올해는 전년 대비 147% 증가했다고 밝혔다.
롯데홈쇼핑은 7월 한 달간 점퍼, 패딩, 모피 등의 주문 건수가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7월 말에는 롱코트가 방송 30분 만에 4000세트 넘게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NS홈쇼핑도 ‘역시즌 오픈런’ 행사를 통해 밍크코트, 덕다운 등 겨울 의류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에서는 지난 6월 밍크 재킷이 5억 원어치 넘게 판매됐으며, 7월 스웨이드 코트 역시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
[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
내셔널지오그래픽은 8월부터 올해 신제품 다운패딩을 미리 판매하는 ‘선판매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시즌 재고가 아닌, 새롭게 제작된 제품을 여름부터 판매하는 방식이다.
◇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 하는 전략 ‘역시즌 판매’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전략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겨울옷을 여름에 판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겨울 제품은 단가가 높아 수익성이 크고, 시즌 전에 판매해도 충분히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가동, 마케팅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여름에 판매를 시작하는 것이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시즌 전에 시장 반응을 미리 테스트하면 제품 기획과 생산량도 조절할 수 있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초기 판매 데이터를 통해 잘 팔릴 제품과 덜 팔릴 제품을 구분할 수 있어 생산 조절이 쉽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고를 미리 소진하면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 장기 보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관 비용을 감안하면 반값에라도 재고를 털어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름에 겨울옷을 사는 것은 이득이다. 특히 시즌이 지난 상품일 경우 할인률이 크기 때문에 업체들의 역시즌 마케팅을 기다리는 수요자들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겨울옷은 비싸지만 여름에 사면 절반 가격에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melissa688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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