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교회’ 만든 문인범 목사 “누구나 편한 안식처 만들어야죠”

전국 입력 2025-12-06 16:40:08 수정 2025-12-06 16:40:08 나윤상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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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교회 1층 사랑방 공부 카페...‘누구든 환영’
수학 일타강사 뒤로 하고 목회자 길 선택
“돈 보다 편안함이 나를 이끌어”

문인범 예원교회 목사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나윤상 기자]

[서울경제TV 광주⋅전남=나윤상 기자] “교회는 어느 한 사람 것이 아닌 모두의 것입니다”

전남대 경영학과 92학번, 회계사를 꿈꾸다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에서 수학 강사가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영위하는 것을 뒤로 하고 돌연 신학으로 방향을 틀어 봉사의 길에 들어선 목사가 있다.

광주 북구 반룡로 8번지에 위치한 예원교회 문인범 공동 담임목사(53)다. 예원교회라는 이름은 예향교회와 원천교회가 합쳐서 만든 이름으로 예향의 ‘예’와 원천의 ‘원’의 한 자씩 따서 지었다.

예향교회는 문 목사가 2014년에 처음 개척한 교회이고 원천교회는 문 목사의 매형의 교회로 지난 2021년 두 개의 교회가 통합했다.

문 목사는 전남 남평 출신으로 자영업을 하신 부모님 사이 5남매의 막내였다. 그의 집안은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교회를 갔던 이유도 성탄절에 주는 삶은 달걀과 초코파이를 먹으러 갔던 것이 전부였다.

처음 가 본 교회는 한마디로 편안함과 안식이었다. 문 목사는 “2학년 때 처음 교회에 갔는데 그 느낌이 너무 편안함을 줬다”고 회상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초등 5학년 때 광주로 이사 온 문 목사에게 신앙의 길을 터준 곳은 다름 아닌 숭일중학교였다. 미션스쿨이었던 숭일중학교에서 교회가 안식처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문 목사 본인이 목회자의 길로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들어가고 회계사가 되면 평생 돈 걱정은 안 할 거라 믿고 시험공부를 했다. 시험공부를 하던 때에 돈이 인생의 전부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 목사는 “회계사는 나에게 돈이었고 사회 레벨이었다면 교회는 인생의 가치라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가치관의 갈등은 회계사 시험에서 고배를 선사했다.

문인범 목사가 교회 1층 아이들의 공부방을 소개하고 있다. 문 목사는 학생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가장 강조한다고 말했다. [사진=나윤상 기자]

회계사 시험 낙방으로 방황을 할 수도 있을 때 봉선동 학원에서 일하던 선배의 추천으로 영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됐다. 약 5년 동안 강사 일을 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그는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편안하지 않았다.

문 목사는 돈 보다는 편안함을 택했다. 그의 나이 32살에 광신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대학교에서 지금의 부인도 만났다. 문 목사는 “돈을 포기했는데 오히려 평생 반려자를 만난 것이야말로 하늘의 뜻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편안함을 얻고자 노력했는데 학비와 결혼으로 인한 생활비는 점차 늘어났다. 그동안 벌어 놓은 돈으로 몇 년은 버텼지만 목사가 되기 전까지 교회에서 받은 한 달 봉사비 50만 원으로 가족이 생활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문 목사는 그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왔는지 지금도 미스터리라고 말한다.

목사 안수 받기 전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활동하던 시기 문 목사는 자신의 강사시절 특기를 살려 아이들의 공부방을 만들었다. 강사료도 안 받고 하는 100% 봉사였다. 그의 공부방은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문 목사는 그 때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고 말했다. 교회는 어느 특정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목사 안수를 받고 자신의 개척교회는 이런 정신으로 탄생했다.

그리고 문 목사의 교회는 다시금 학생들에게 대가 없는 가르침을 펼쳤다. 그의 가르침의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독서를 하게 하는 것이다. 독서는 어휘력과 문해력의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가 경험한 학습법이다.

이렇게 교회 공부방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학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 목사의 아들도 교회 공부방에서 공부해서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다.

예원교회 1층 사랑방 카페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나윤상 기자]

문 목사의 교회는 시간이 흐르면서 젊은 학생들과 중장년층이 조화를 이루며 성장했다. 교회가 커짐에 따라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매형이 목회 일을 하던 원천교회와 합쳐 건물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그렇게 예원교회는 다시 교인과 주민들에게 받은 사랑을 다시 되돌려주고 있다. 문 목사는 “1층을 편의점으로 임대하면 월 20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서도 “돈으로 얻는 이익은 사랑방으로 얻는 기쁨에 미칠 수 없다”고 전했다.

현재 예원교회 1층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아이들의 공부방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 목사의 미래는 이렇게 커진 교회를 독립해서 새로운 사랑방 교회를 늘려가는 것이다.

문인범 목사는 “신도가 200여명 정도 되면 새로운 교회를 만들어 독립시키는 것이다”면서 “아이들이 편안하게 책도 읽고 동네 주민들이 쉬러 와서 차도 마시고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많아지는 것이 꿈이다”고 밝혔다. /kncfe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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