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 발간…"기술 주도 성장세 둔화, 채권∙외환 시장 기회 있어"

금융·증권 입력 2025-12-10 09:39:45 수정 2025-12-10 09:39:45 이연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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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수요 완화로 중국 제외 아시아 성장률 3.5%로 둔화 전망
안정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하 기대는 시장 지지 요인
한국 GDP 1.2%에서 2.0%로 가속 전망… 반도체 호황과 정부 예산 증액 뒷받침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ING가 ‘2026년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Asia Outlook 2026, 이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수출과 기술 투자가 주도했던 아시아의 성장세 호조가 내년 글로벌 수요 위축과 무역량 감소로 인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기대, 달러 약세 전망, 그리고 전반적인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의 하향 안정세 속에서 아시아 채권 및 외환 시장에 기회가 존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올해 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요인으로 내수보다는 대외 수요와 기술 부문을 꼽았다. 대만과 싱가포르 등 기술 수출국들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반면, 필리핀이나 인도 등 내수 중심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이었음에도 가계 소비 부진으로 기대를 하회했다.

무역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상품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무역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다고 판단했다. AI 관련 상품의 무역량은 전년 동기(YoY) 대비 20% 이상 급증했고, 그중 아시아가 약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비(非)AI 상품 무역은 4% 미만으로 증가하며, 기술 부문 외 영역에서의 부진한 투자와 중국의 과잉 생산이 동남아시아 제조업 및 자본 지출에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시사했다.

디팔리 바르가바(Deepali Bhargava) ING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서치센터장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의 2025년은 소비자들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수출과 기술이 성장을 견인한 해였다”며, “글로벌 무역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아시아에 주어진 과제는 무역과 기술 주도의 성장을 넘어 보다 균형 잡히고 지속 가능한 확장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NG는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중국 제외) GDP 성장률이 2025년 상반기 4%, 연간 3.8%에서 2026년 3.5%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 둔화의 주 요인으로는 글로벌 무역량 증가율이 2.4%에서 0.5%로 급감하고 관세 정책 여파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꼽았다. 다만 ING는 2026년 한국과 일본 경제가 대규모 재정 부양책으로 수출 부진을 일부 상쇄하며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인도와 중국은 2025년 강세로 비롯된 전통적인 경기순환적 둔화를 겪을 것으로 봤다.

올해 아시아 전역의 인플레이션은 식료품 가격이 크게 안정되면서 급격히 하락했으며, 내년에도 경기순환적 저점(cyclical lows)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칠 전망이다. 내년 인플레이션이 각국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 내에서 안정화됨에 따라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대만∙중국 등의 국가들은 금리 인하 사이클을 지속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ING는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실질금리가 다시 상승해 기업 투자와 소비 수요 모두에 더욱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가바 센터장은 “2026년에는 무역과 기술 부문의 급등에 따른 착시 효과가 이전만큼 나타나지 않겠지만, 낮은 인플레이션, 선별적 재정 지원, 그리고 우호적인 외환 환경 덕분에 투자기회는 여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핵심은 헤드라인 성장률을 넘어 개혁, 생산성 향상, 공급망 재편이 성장을 질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시장에 주목하는 것”이라며, “아시아 거시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압력과 높은 실질 정책금리의 조합이 경기 회복을 저해할 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ING가 동시에 발간한 ‘2026년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Commodities Outlook 2026)’는 OPEC+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의 감산 완화로 공급이 늘면서 내년 글로벌 원유시장이 상당한 공급 과잉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곡물 가격 또한 풍작과 충분한 재고 덕분에 저점을 형성했으며, 2026년 후반부에 들어서야 수급 여건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2026년 원자재 시장 환경은 비교적 안정적일 전망이다.

워런 패터슨(Warren Patterson) ING 아시아태평양 지역 원자재 전략 대표는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실제 지정학적 충격에도 불구하고 유가 변동이 제한적이었다는 점”며, “재고 증가와 OPEC+의 공급 회복으로 내년 시장은 안정적인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브렌트유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관세 협상으로 중국과 여타 아시아 국가 간의 관세 격차가 축소되면서 단순한 ‘관세 차익(tariff arbitrage)’으로 인한 이점은 줄어들었으나 근본적인 공급망 재편 흐름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은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와의 새로운 무역 협정을 통해 더욱 긴밀해지고 있으며, 나아가 2027년까지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로 협정을 확대해 제조업, 녹색 인프라, 디지털 연결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농업과 제약 섹터의 수혜를 예상했다. 우선 농업 섹터에서는 미국의 식료품 관세 인하의 덕을 볼 인도와 인도네시아가, 제약 섹터에서는 제네릭(복제약) 강국인 인도와 다각화된 고부가가치 수출 기반을 갖춘 싱가포르가 유리할 전망이다. 기술 수출은 선주문 물량 효과가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AI 수요와 첨단 컴퓨팅 인프라 투자가 긍정적 전망을 뒷받침하며 여전히 최대 수혜처로 꼽혔다

보고서는 글로벌 생산 허브로서 아세안(ASEAN)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지역은 글로벌 반도체 조립·테스트·패키징의 20% 이상, 자동차 부품 수출의 약 22%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에는 연간 약 120억 달러의 반도체 그린필드 투자(greenfield∙M&A를 제외한 신규 설립식 투자)와 전기차(EV) 관련 자본이 유입되고 있다. 반면, 농업·제약 등 첨단 기술 관련 노출도가 낮은 섹터의 경우 관세로 인한 직접적인 혜택이 제한적이고 글로벌 수요 약세에 계속 직면할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ING는 상품 무역이 둔화되는 와중에도 디지털·IT 서비스를 중심으로 아시아의 상업 서비스 무역이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가바 센터장은 “관세 전쟁의 휴전이 평시로의 복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공급망 안보, 섹터별 관세, 유럽과 아시아 간의 무역 협정이 생산과 자본의 이동 방향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러한 재편은 헤드라인 성장률 그 너머를 보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급망 다변화는 최근 관세 조정보다 훨씬 이전부터 진행돼 왔고, ‘차이나 플러스 원(China plus one)’ 전략은 여전히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국가별 주요 전망을 보면, 한국의 GDP 성장률은 견조한 반도체 사이클과 대규모 재정 지원에 힘입어 올해 1.2%에서 내년 2.0%로 가속화할 전망을 내놨다. 

강민주 ING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6년 한국 경제는 정치적 안정과 탄탄한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회복탄력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성능 칩에 대한 강력한 글로벌 수요와 아시아 내 기술 협력 강화 등 지속적인 공급망 다변화가 주요 무역 상대국의 성장 둔화로 인한 역풍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8.1% 늘어남에 따라 민간 부문 투자를 통한 경제 생산성 향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 성장률은 부동산 약세와 지속되는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올해 약 5%에서 내년 약 4.6%로 둔화될 전망이다. 일본은 대규모 재정 부양책과 견실한 임금 상승을 내세운 ‘사나에노믹스(Sanaenomics)’ 가 경기를 지지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행(BoJ)은 점진적인 정책 정상화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도의 경우, ING는 내년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 가능성을 70%로 평가하며, 루피화 및 자국 시장 지지를 위해 인도중앙은행(RBI)이 50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보고서는 인도의 강력한 재정 규율과 내년 4월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근거로 양국의 현지 통화 채권에 대해 긍정적인 뷰를 제시했다. 실질 정책금리는 고점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우호적이며, 최근 외국인 자금 유입은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통화 측면에서는 중국 위안화(CNY)와 한국 원화(KRW)가 2026년 예상되는 미 달러화 약세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무역 여건이 개선될 경우, 고금리 통화국 중에서는 인도 루피화(INR)의 상승 잠재력이 가장 크며, 인도네시아 루피아(IDR)와 필리핀 페소(PHP)는 금리 차 축소와 구조적 약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취약할 전망이다.

강민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의 WGBI 편입은 내년 내내 국채 시장에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채 3년물 금리는 2.75%~3.1%, 10년물은 3.0%~3.4%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통화 측면에서는 한국은행의 완화 사이클 종료와 무역 긴장 완화 등 거시경제 여건 개선이 원화 강세를 도울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은 2026년 중반 1,375원까지 하락한 후 연말에는 1,400원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한, 강민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정책 측면에서도 외환 스와프 연장, 국민연금의 해외 달러 조달 방안 등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이 원화 약세 압력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적으로는 개혁이 진전되고 글로벌 성장률 격차가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상화되면 원화가 점진적으로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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