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특고 고용보험 논란 본질은...정부 신뢰 위기

전국 입력 2018-08-08 18:27:00 수정 2018-08-08 18:27:00 고현정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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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가 지난 월요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도 고용보험 대상자에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연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무엇 때문인지, 가려진 진짜 쟁점은 무엇인지 고현정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고 기자, 정부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와 예술인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죠. 그런데 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줄여서 ‘특고’라고 하던데, 이분들은 정확히 어떤 분들을 말하는 건가요? [기자] 네. 특수형태근로종사자란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서 근로자나 자영업자로 분류되지 않는 분들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보험설계사나 퀵서비스 기사 분들, 그리고 골프장 캐디 등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경우에 근무시간이나 수입이 불규칙적이고 업무 방식에도 굉장히 자율성이 많이 부여되기 때문에 일정한 사업장의 관리 하에서 일하는 일반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왔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정부가 이분들을 위한 일자리 안전망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고용보험을 들 수 있도록 한다는 거죠? [기자] 네. 정부는 노동시장에서 고용보험 대상자를 임금노동자 뿐 아니라 ’취업자‘ 자체로 대상을 넓히겠다는 생각인 겁니다. 그래서 이 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특고·예술인도 이직하기 전에 1년 이상 고용보험료를 납부했다면 비자발적인 사유로 이직해야 되는 즉 실업 상태가 되는 경우, 지난 1년간 자신의 한 달 평균 보수의 50%를 최대 240일 간 받을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이때 고용보험료는 노동자와 사업주 각각 보수의 0.65%씩 부담하면 됩니다. [앵커] 분명 이런 제도는 다른 나라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정부가 영국과 프랑스 예시를 들어 이번 정부 사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고요? [기자] 네 먼저 고용노동부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신효빈 /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사무관 “영국이랑 프랑스가 다른 나라보다 적용 대상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영국이나 프랑스로 예시를 넣은 거고. 우리나라는 사실 실업부조가 없다는 점에서는 다른 주요국에 비해선 보장 수준이 높다고 볼 순 없고요. (대신) 하한액이 굉장히 높아서 최저임금의 80%를 주잖아요? 하한액은 거의 다른 주요국에 비해서도 굉장히 높은 수준으로 지급하는점이 특징이고요. 기간은 좀 짧고요.” [기자] 영국과 프랑스는 모든 취업자에 고용보험이 적용되지만 지급액수는 상당히 다릅니다. 영국은 한주당 8~9만 원정도로 최대 182일까지 지급하고요. 기간도 짧고 지급액도 적지만,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지급 기한이 무제한이고 실업부조 제도에 따라 실업급여만큼 또 돈이 나옵니다. 보험료는 소득과 자산에 따라 다릅니다. 고용보험의 경우 고소득자, 저소득자 상관없이 월 지급액이 30만원대이기 때문에 굶지 않을 정도로 주는 셈입니다. 프랑스는 올해 자영업자까지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시켜 모든 취업자가 적용 대상이 되는데요. 많이 벌면 보험료를 많이 내는 구조입니다. 지급기간이 우리보다 2년으로 더 길고 상한액이 958만 원이라 우리나라 상한액이 180만 원인 것에 비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신 하한액의 경우 우리나라는 최저임금의 80%까지 주기 때문에 다른 주요국들보다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앵커] 소득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고 실업급여도 많이 다른 프랑스가 인상적인데요. 프랑스는 예술인의 경우에는 따로 고용보험제도가 있다고요. [기자] 네.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해당 직종, 실제 노동 현장에 대한 고민이 치열할 수록 좋은 제도가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특히 프랑스는 예술인 맞춤형 고용보험제도인 앙테르미탕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예술인중에서도 저작권이 없는 배우 등은 수입이 불규칙하고 생활고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일이 없을때 실업급여를 더 많이 주는 맞춤형 사회보장 시스템입니다. 보험설계사, 택배기사 등 다양한 특고 직종에다 예술인을 한데 묶어 법제를 짜고 있는 우리나라 사정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인 거죠. [앵커] 다시 국내로 돌아와서 사실 사회안전망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는 취지도 좋고 보험료도 0.65%면 아주 그렇게 부담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데요. 보험업계를 비롯해 언론은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되고 이것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떠들썩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기자]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이번 고용보험 적용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보험업계의 걱정입니다. 아까 특고의 경우 근로자도 자영업자도 아니라고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런데 이 고용보험 가입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게 되는 첫 발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게 된다든지,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복리후생비라든지 사업장에 추가 비용부담이 있게 된다는 겁니다. 그게 많게는 2~3조 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보험업계의 주장입니다. [앵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 주장에 대해서 확실히 선을 그었다고요? [기자] 네. 고용노동부는 이들이 근로자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고용보험료 외에 추가 부담은 일절 없다는 얘기인데요. 정부는 논란이 계속되자 따로 설명자료를 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 논란 해소를 위해 고용보험법이 적용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아닌 사람’ 임을 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정부가 논란 해소를 위해 상당히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 같습니다. 그럼 고용보험료 부담 자체만을 가지고는 업계는 큰 불만은 없는 건가요? [기자] 네 그렇다고 볼 수 있는데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보험업계 측의 입장입니다. 들어보시죠. [인터뷰] 소순영 / 생명보험협회 “(근로자성 인정되면) 한 2조에서 3조까지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비용 문제는 그걸 포괄적으로 봐서 얘기를 하는 부분이고요. 고용보험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했을 때는 그 자체의 비용 자체는 크게 감내를 못할 수준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긴 좀 어렵죠. 물론 800억도 적은 돈이 아닐 수도 있지만 비용 때문에 그렇다고 하기는 과하죠.” [앵커] 그렇군요. 그럼 근로자성에 대한 오해만 빨리 풀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요? 또 다른 문제 제기는 없었습니까? [기자] 네 취재를 해보니 고용보험료만 부담하면 된다는 정부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못하겠다는게 업계의 반응입니다. 정부의 발언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겁니다. 당장은 고용보험료만 내지만 특수고용직을 근로자로 만드는 전초적 성격이지 않겠냐는 겁니다. [인터뷰] 손해보험업계 관계자 “전체 업권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건지, 보험회사는 어떤지, GA 대리점 회사는 어떤지, 캐디는 어떤지. 이런 거는 나온 게 없잖아요. 저희쪽에서 추산한 것만 있었고.” [앵커] 그런데 이런 부분은 제도 시행 전에 이미 조사를 마쳐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래야 설득도 될 테고요. [기자] 네 저도 놀랐던 부분인데요. 고용부에서 자료로 제시한 설문조사 결과 두 가지를 보시면 이번 제도 시행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상이합니다. 똑같은 특수고용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는데 결과는 다른 어이없는 상황입니다. 이렇다보니 업계 측에서는 보험연구원 결과를 들어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또 설문조사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 이유를 함께 조사했다고 말하면서도 2~30%에 달하고 있는 반대 입장의 사유가 무엇이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한진선 / 고용노동부 고용보험기획과 서기관 “(왜 설문조사 결과가 크게 차이 나는지?) 제도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했는지, 문항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저희도 그래서 이 보험설계사 같은 부분들은 공동으로 설문조사 해보는 것도 필요할 거 같아서 협회나 이런 쪽에도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그쪽에서 이렇게 하자 이런 이야기는 없는 상황이에요.(반대입장 20%가 사유가 다 고액 연봉자인가?)대부분이 그런 이유들이 있으셨고, 꼭 고액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앵커] 이렇게 자료가 부실하면 사회적 합의는 더더욱 이르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말과 근거자료들이 신빙성을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정부가 정확히 아니라고 말했더라도 그 내용을 끊임없이 다시 비판하는 보도가 나오고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는 아니라고 말했더라도, 언론과 업계는 맞다고 계속 하는 상황. 결국 신뢰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은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어떤 방침을 내놓기 전에 좀 더 세밀하게 준비하고 대화와 설득에 뼈를 깎는 노력을 들일 필요성이 커 보입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영상편집 소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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