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간 부동산 양극화에 고통 심화…대책은
경제·산업
입력 2025-06-29 09:41:06
수정 2025-06-29 09:41:06
이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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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부동산 침체 여전
부동산 안정 대책 필요

특히 서울과 지방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이제는 부동산 경기 '디커플링'(분리) 표현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방 주택 소유자들은 시장 침체로 인한 거래 어려움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나아가 지방 부동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지방 수요까지 서울로 몰리면서 서울 집값을 올리는 한 요소로 작동하는 상태다.
미분양 등으로 지방 건설사의 어려움도 계속되면서 서울 집값 잡기 대책과 함께 지방의 부동산 시장도 안정화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은 뜨거운데"…지방은 4년째 하락세 지속
최근 서울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달리 지방은 수년간 지속된 침체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부동산원의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1~5월 지방 아파트값은 작년 말 대비 0.88% 하락했다.
5대 광역시가 1.26% 하락한 가운데 대구는 하락률이 2.35%에 이른다. 광주(-1.24%), 대전(-1.05%), 부산(-1.04%) 등도 하락세다.
8개도의 하락률은 0.65%다. 경북(-1.19%), 제주(-0.95%), 전남(-0.91%), 경남(-0.75%), 충남(-0.67%), 강원(-0.47%) 등 8개도가 모두 하락했다.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1.95% 오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방 아파트값은 전국적으로 집값이 고점이던 2021년 이후 하락 반전하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1년에는 10% 이상 급등했으나 2022년 5.54% 내리며 하락 전환했고 2023년(-5.02%), 지난해(-1.67%) 모두 내림세를 나타냈다.
수도권 지역만 해도 서울과 온도차가 극명하다.
부동산원의 지난 2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인천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0.81% 내렸으며 경기도 0.28% 하락했다.
경기 과천(7.60%)과 성남 분당(3.46%) 등 일부 급등한 지역도 있으나 대부분은 올해 누적 상승률이 마이너스다.
1기 신도시가 있는 고양 일산동구와 서구가 각각 1.91%, 0.54% 하락했으며 군포도 0.45% 내렸다.
한때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건설 등으로 기대를 모은 평택은 올해 들어 3.79% 급락하며 수도권에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김포(-2.28%), 광명(-2.17%), 파주(-1.18%) 등도 낙폭이 큰 편이다.
이런 하락세에 지방에선 아파트 가격이 고점을 찍은 2020~2021년 대비 수억 원씩 내린 곳이 즐비하다.
대구에서 학군지로 유명한 수성구 캐슬골드파크 전용 84㎡는 최근 5억4800만원에 거래됐다. 2020년의 최고가 8억4800만원 대비 35% 이상 하락한 액수로, 2020년의 전세 최고가보다도 낮다.
집값이 급등한 세종시 인근의 대전 유성구 도안6단지센트럴시티아파트 전용 84㎡는 최근 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의 최고가 7억7000만원 대비 3분의 2 수준이다.
대구 수성구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경기도 안 좋고 미분양도 많아 역세권이거나 학군이 좋은 곳 아니면 매매는 물론이고 임대차 거래도 잘 안된다"고 말했다.
◇ 지방 살면 '벼락 거지'?…서울 매수 행렬도
서울과 지방간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지방에서는 이른바 '벼락 거지'를 호소하는 소유주가 적지 않다. 서울이 상승하는 사이 지방은 정체 내지 후퇴하면서 서울과 가격 차가 더 벌어진 데 따른 상대적인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10년 전 의정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B씨는 "수도권이라고 다를 줄 알지만, 지방과 똑같다"며 "10년 전 6억원대였는데 지금 4억원대"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용인 처인구에 거주한 C씨는 "용인에서 처인구만 오르지 않아 '처진구'라고들 한다. 서울에 집을 산 동료나 친구들과 비교하면 솔직히 화가 난다"고 했다.
대전 유성구에 거주하는 D씨는 "가까운 세종은 많이 올랐다는데 우리는 제자리걸음"이라며 "아이가 서울로 진학하고 취업하면 우리도 나중에 따라가서 살 생각이었는데 지금 집값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만 집값이 오르면서 서울로 상경해 집을 매수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부동산원의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거래현황에 따르면 4월 현재 서울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투자자 비중은 23.8%로 작년 동월(21.9%) 대비 2%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D씨는 "주위에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지방 집을 정리하고 서울에 샀다"며 "나처럼 남아있는 사람만 화병 나게 된 상황"이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거래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의 매매 거래량 자료를 보면 대구 아파트 매매건수는 2020년 5만7000여건에 이르렀으나 작년에는 2만7000여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5대 광역시 중 대구 다음으로 아파트값 낙폭이 큰 광주도 같은 기간 3만5000여건에서 1만6000여건으로 거래량이 반토막 났다.
기존 부동산 거래도 부진하면서 미분양 규모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4월 기준)에 이른다. 전월보다 1천305가구 늘어난 것으로, 83%(2만1897가구)가 지방에서 나왔다.
◇ "지방이 살아야 서울도 안정"…서울 집값 대책 수준의 지방 부동산 조치 필요
지방 부동산의 하락세는 인구 감소와 공급 과잉, 경기 침체 등의 구조·근본적 원인과 함께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 트렌드가 겹치면서 발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 27일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6억원을 초과해서 받을 수 없는 초강력 대출규제 카드를 꺼내면서 지방 집값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규제가 수도권과 규제지역을 겨냥한 것이어서다.
대부분 전문가는 지방이 대출 규제에서 제외됐지만 인구 감소 등의 근본적 문제 해결 없이는 지방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만약 다음 달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로 지정한다거나 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수요가 옮겨갈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지방으로까지 확산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의 부동산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지방까지 위축되면 '지방도 죽고 서울도 죽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 부동산 생태계가 안정되면서 수요가 분산되지 않을 경우에는 서울 매수 현상이 심화하면서 양쪽 모두 고통받을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안정·정상화되지 않으면 수요는 서울로 계속 몰리게 된다"라면서 "지방 없이는 서울 집값 안정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선 지방 시장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지방에 미분양 물량을 보유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에서 분양할 수 있는 건설사는 일부 대형 건설사뿐"이라며 "지방에 주로 공급하는 중소 건설사와 하청업체들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만을 위한 별도의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이번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방으로 온기가 확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인구와 일자리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된다거나 정부가 지방만을 위한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지 않는 한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미분양 물량이 지방이 처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미분양 주택 매입 시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거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는 등의 조치가 있어야 거래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q000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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