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제약바이오, 中에 추격…정부의 파격적 R&D 지원책 시급”

경제·산업 입력 2025-08-05 14:41:34 수정 2025-08-05 14:41:34 이금숙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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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경제TV=이금숙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을 향한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다.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대한민국 1호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연간 전 세계 매출 1조원이 넘는 의약품)으로 등극한데 이어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렉라자',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등이 글로벌 블록버스터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약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은 신약 개발 기술 열위국이라 여겼던 중국, 인도에게조차 추월당하기 직전에 놓여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중국에도 뒤쳐지는 한국 제약바이오
실제로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부상했고, 이미 한국을 앞섰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의약정보업체 노스텔라(Norstella)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중국에서 개발에 착수한 혁신 신약 후보물질은 1250개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약 1440개)에 근접한 수치로, 2015년 중국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160개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 센터가 발표한 ‘핵심·신흥 기술 지수’에서도 중국의 우위가 확인된다. 해당 보고서에서 중국은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1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유럽, 일본, 영국, 독일, 인도, 호주, 캐나다에 이어 25개국 중 10위를 기록했다. 정보통신기술(ICT) 강자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AI 기술 분야 순위도 9위에 그쳤다. AI 분야에서 한국의 점수는 14.1점으로, 1위 미국(90.8점)·2위 중국(58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AI 자체 모델의 정확도, 데이터, 알고리즘, 인적 자원 등 8개 지표를 평가한 종합 점수인데 한국은 AI 모델 정확도 부문에서 0점을, AI 인력 항목은 최저 수준의 점수를 받았다. 

한국은 신약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수는 중국의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2024년 파이프라인 수는 3,233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2위인 중국(6,098개)과 격차가 크다. 지난해 글로벌 빅파마의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 31%는 중국 기업 라이센스 계약을 통해 확보됐으며, 올해 1월부터 5월 중순까지 중국 기업들이 성사한 기술이전 계약 규모는 3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국의 성과가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나왔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이 처한 위기감은 절대 가볍지 않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십여년 전만 해도 중국은 임상데이터는 신뢰도가 낮고, 저가 복제약이 대부분인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라며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냉정하게 보자면 중국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주목하는 나라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라고 말했다. 

◇ 1분기에만 500억 원 이상 투자… 신약 강국 도약 애쓰는 국내 제약바이오계

중국의 약진 속에서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고군분투를 펼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통적 제약기업의 R&D 비용은 크게 상승했다. 주요 제약사들의 전년 동기 대비 R&D 투자 증가율은 20%에 달했고, R&D에 500억 원 이상 투자한 기업은 한미약품(553억 원), 대웅제약(518억 원). 유한양행(517억 원) 등 총 3곳으로 늘었다. 

올해 1분기 R&D 최다 투자 기업에 오른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18.7% 올렸다. 유한양행(15.1%), 종근당(19.4%), 보령 (17.8%) 등도 모두 지난해보다 R&D 투자 비용을 크게 늘렸다. 특히 JW중외제약은 R&D 비용을 165억 원에서 253억 원으로 53.3% 이상 증액해 눈길을 끌었다.

신약 개발 선순환 구조의 지표인 매출 대비 신약 개발 R&D 투자 비중은 평균 15%에 달했다. 동아에스티의 매출 대비 R&D 투자액 비중은 17.4%, 대웅제약은 16.4%로 평균을 상회했다. 또한 한미약품은 14.1%, 유한양행이 10.5%, 녹십자는 10.3%를 R&D 개발에 사용했다. HK이노엔, 보령 등도 각각 매출액의 7.5%, 7.1%를 R&D에 투자하며 신약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바이오 기업들 역시 적극적으로 R&D에 투자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분기 R&D 비용으로 전년보다 22.3% 증가한 1073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의 8.3% 비중을 차지한다. 셀트리온은 매출액의 12.3%에 달하는 1031억 원을 금년 1분기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같은 기간 27억 원을 R&D에 투자했고, 이는 매출액의 17.7%에 달한다. 

◇ ‘성과 도출 올인’ 파격적 지원해야
현장에서는 불 붙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가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으로 이어지려면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 배경에는 '건강중국 2030', '중국제조 2025' 등 제약바이오 산업을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들이 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장기전이고 제약바이오 분야는 규제산업이다. 정부가 민간 기업이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신약이라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는 건 기업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효율적인 예산 집행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정부의 제약바이오 관련 R&D 예산 중 기업 지원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상업화 가능성 높은 후기 2‧3상에 투자한다면 보다 빠르게 성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1년부터 바이오·의료 성과 상용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대형 국책 펀드를 운영하고, 기초 연구의 기술 이전 촉진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단기간에 성장했다. 

기업의 R&D 투자와 혁신 역량 강화, 성과 도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가정책 역시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혁신의 결실에는 정당한 가치가 부여되어야 하며 예측 가능한, 통합적 사후관리 제도가 정착되어야만 수익이 다시 연구개발로 선순환하는 구조가 마련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약가 인하 시 R&D 투자 비율에 따른 감면 확대 등 보상 강화, 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 보상체계 구축 등의 방안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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