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도전적 프로젝트 "나와는 다른 존재, 이해와 소통 위한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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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8-28 11:35:59
수정 2025-08-28 13:20:36
나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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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30일까지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 전시 열려
무장애 예술 감상 표방...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는 예술

[서울경제TV 광주⋅전남=나윤상 기자] 빛 한 점 없는 어둠속에서도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
일반인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기 위한 미술작품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어떻게 감상할 수 있느냐며 의아해 할지 모른다.
과연 미술작품은 볼 수 있는 사람만의 전유물일까? 시각장애인에게 미술작품을 관람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이건 단지 편견일지 모른다. 최근 이런 편견을 무너뜨리려 하는 움직임이 예술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장애 예술가의 창작만이 아니라 장애인 관람객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무장애 예술(Barrier-Free)이 차별의 언어가 아닌 모두의 개념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광주에도 무장애 예술 전시회가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바로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전시다.
이선 이강하미술관 실장은 “지난해 광주 비엔날레 캐나다 파빌리온을 이강하미술관에서 했었는데 그 때 문화의 다양성과 장애인 미술에 대해 다양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미술관에 장애인들이 많이 오시기도 하는데 광주에는 무장애 콘텐츠가 전무하다시피 해서 이번에 전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실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전시가 아님”을 강조한다. 전시회의 모토대로 모두를 위한 예술을 표방한 것이다.

◼︎ 보고, 만지고, 느끼는 예술
‘모두의 미술, 소리와 미술관’ 전시 제목처럼 이번 전시회는 보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전시 작품을 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지기도 하고 소리로 들으면서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내면의 감정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기획됐다.
여기에는 미술관 자체가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모멘텀 역할을 하면서 전시 작품뿐 아니라 미술관에 들어가면서부터 하나가 되는 ‘모두의 미술’이 되게 만든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문선희, 신미경, 장전 프로젝트(정준영, 전지윤)로 구성됐다.
문선희 작가는 2013년부터 1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고라니 얼굴을 찍은 ‘라니’를 전시했다.
새벽에 어렴풋이 일어나는 물안개에서 떠오르는 듯한 가련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 고라니의 얼굴을 통해 지구에 하나 뿐인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라니’ 작품 옆에는 손으로 만져볼 수 있도록 같은 크기의 촉각용 작품이 마련됐다. 실제 눈을 감고 만져보면 손끝에서 고라니의 얼굴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신미경 작가는 ‘천사’, ‘풍화 프로젝트’, ‘육신을 떠난 영혼’을 비누와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생활용품과 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를 통해 ‘소멸’, ‘순수’에 대한 예술적 의미를 확장하고 있다.

신 작가의 ‘천사’는 비누재료로 만들어져 있어 손으로 만지고 향을 만지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료로 소멸되는 과정을 거치게 됨을 관객들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천사를 이용해 손을 씻을 수 있는 체험을 할 수 있고 이를 체험한 관객에게는 손을 닦을 수 있는 손타올을 무료로 증정하니 한 번 해보면 일거양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장전프로젝트 팀의 전시는 관객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감정을 선사한다. 안면 인식을 하는 AI 카메라 앞에 관람객이 서면 얼굴 표정을 인공지능이 읽어 분노, 우울, 화남, 즐거움을 바로 옆에 있는 모니터에서 다양한 영상과 소리로 표현해준다.
이선 실장은 “예술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지식이나 정보를 얻어가는 것이 아닌 와서 편안하게 느꼈으면 한다”면서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서 타인을 이해하고 나하고 다른 존재를 생각해 보는 부분이 있다면 좋겠다”고 전했다.
/kncfe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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