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기록화가 장훈명 작가 “5월 상처속에 사는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 안겨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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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5-09-27 08:45:42
수정 2025-09-27 11:29:42
나윤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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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차량시위 주도로 겪은 국가폭력 트라우마…붓을 들고 캔버스를 마주하며 회복

[서울경제TV 광주⋅전남=나윤상 기자] 80년 광주 5‧18이 남긴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질료로 국가폭력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위안의 메시지를 안겨주는 장훈명 작가(5.18민주기사동지회장)의 그림들이 화단과 시민사회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7호 상무대 옛터에서 '이팝나무 아래 흘러가는 시간' 특별전시를 연 장 작가는 1980년 5월 20일 계엄군의 폭력에 분노한 광주의 택시기사들과 버스기사들이 진행한 '차량시위'를 주도한 주인공이다.
이날 버스와 수십여대의 택시가 금남로를 가득채운 시위는 광주민주화운동의 가장 장엄한 장면중의 하나로 시민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이날 시위 참여로 유리파편이 전신에 박히고 온몸이 피로 물들 때까지 계엄군에게 폭행을 당하고 끌려간 장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고서야 간신히 그 자리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후 오랜 시간동안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린 장 작가는 5.18 40주기를 맞은 3년 전 문득 붓을 들었다. 5.18의 진실을 알리는 기록화를 통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보듬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창작에 나선 동기였다.
장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데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곧잘 들었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그림을 계속할 수 없었다.
깊은 상처의 뒤 끝에 비로소 붓을 들었지만 그의 숨겨진 재능은 빛을 발했다. 장 작가는 2023년 제9회 전국섬진강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입선, 2024년 제43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입선, 2025년 제41회 무등미술대전 서양화 부문 입선을 했다.
장 작가의 지난 5월 전시를 기획·운영한 김소진 씨는 "이 전시는 작가 장훈명의 내면에 스며든 광주의 오월과 그가 예술을 통해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과거의 아픔을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은 개인의 트라우마를 치유함과 동시에 역사적 고통을 성찰하고 공동체의 기억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역사기록의 의미를 밝혔다.
또한 박진형 문학 작가는 “비경험세대들이 장훈명 작가의 그림을 바탕으로 그 시절 광주에 있었다면 느꼈을 감정을 상상하며 쓴 글은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시간을 문학적 사유로 되살리려는 시도"라고 그림에 담긴 서사의 깊이를 호평했다.
하지만 장 작가 자신은 그 창작의 과정이 많이 힘겨웠다고 고백한다. 24일 개인 갤러리(광주 북구 두암동)에 서 만난 장 작가는 "오월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직후에는 그날의 일들을 다시 마주하는 것처럼 트라우마가 오히려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
처음 붓을 들고 장 작가가 그린 그림은 손녀의 초상화였다. 5‧18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의 고통과 상처 속에서 헤매며 가족을 이끌지 못했다는 애틋한 회한이 캔버스를 마주하게된 주요한 동기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개인 갤러리에 전시된 장 작가의 작업들은 다양했다. 정물, 풍경, 조각, 설치, 리얼리즘 회화 등등 작가가 수많은 실험을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줬다.
이제 ‘그림은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는 장 작가의 굳은 ‘화업의 신념’ 앞에서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장 작가는 바다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연출한 미완성 설치작업을 보여주며 “국가폭력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치유의 그림들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kncfe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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