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은행, 건전성 시험대…부실채권 시장이 관건
7월 말 국내은행 기업대출·가계대출 연체율 모두 상승
은행권, 순이자마진 둔화, 규제·세제 리스크 등 4중고
한국금융연구원 "하반기 건전성 관리 각별한 주의 필요"

[서울경제TV = 이연아 기자] 국내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7월 말 기준 원화대출 연체율은 0.57%로 전월 대비 0.05%p 올랐고, 가계·기업대출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 증가폭이 뚜렷하다. 금융감독당국은 연체채권 정리규모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했지만, 은행권의 전반적 리스크 노출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체율 상승, 단순 ‘기저효과’인가?

금융감독원이 26일 발표한 ‘2025년 7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에 따르면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57%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0.52%) 대비 0.05%p 상승한 수치이며, 전년 동월 말(0.47%)과 비교하면 0.10%p 높아진 수준이다. 7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8000억원으로 전월과 유사했지만, 같은 기간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6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월 대비 4조1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신규연체율 자체는 0.11%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정리 물량 감소가 전체 연체율을 끌어올린 셈이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부문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0.67%로 전월 말 대비 0.07%p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0.82%로 전월 말(0.74%)보다 0.08%p 올랐고, 중소법인 연체율은 0.90%로 0.11%p 뛰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소폭 상승했다. 7월 말 0.43%로, 전월(0.41%)보다 0.02%p 높아졌다. 세부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9%로 전월보다 0.01%p 낮아졌지만,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0.86%로 전월 말 대비 0.08%p 올랐다.
금융당국은 최근 연체율 상승을 “채권 정리(매각·상각·회수) 규모 축소의 결과”로 진단했다. 하지만 이는 지표 해석의 일부일 뿐이다. 부실채권이 빠르게 매각되지 않으면 장부상 연체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신규 연체 발생 규모가 정리 속도를 상회했음을 방증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단순히 ‘통계상의 효과’로 치부하기 어려운 흐름이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6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NPL Ratio)은 0.59%로, 전년 동기 대비 0.06%p 상승했다.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전년 대비 상승세를 보인 점은 부담이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자산건전성 악화 흐름이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하반기 영업환경 녹록지 않아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발표한 ‘국내은행 상반기 경영성과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상반기 순이익 증가는 일회성 요인의 영향이 컸으며, 영업이익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은행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정체 국면에 들어섰고, 대출 규모 확대도 제약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의 과징금, 금융회사 수익에 대한 교육세 인상 방안까지 겹치면서 하반기 이익의 하방압력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2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 건전성 지표가 직전 분기보다는 개선됐지만, 이는 기저효과나 일시적 요인일 가능성이 크다. 금융연은 “하반기 경기 회복 지연과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은행의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건전성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보수적 경영 체제로 회귀 가능성
일각에서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은행권이 다시 보수적 경영 모드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다고 지적한다. 과거 위기 국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외환위기(1997~1998) 당시 국내 은행들은 기업대출 축소, 고위험 자산 정리, 충당금 대폭 확충을 통해 리스크 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정리가 병행됐다.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 이후 국내외 은행들은 내실 경영 기조로 선회했다. UBS, 도이체방크 등 유럽 은행들은 비핵심 자산 매각, 투자은행 부문 축소, 자본 확충 등을 통해 리스크를 줄였고, 국내 은행들도 충당금 적립 확대와 대출 성장 억제라는 전략을 택했다.
즉, 은행들은 위기 때마다 대출 성장 억제, 충당금 적립 확대, 비핵심 자산 매각, 보수적 리스크 관리라는 전형적 대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관건은 ‘부실채권 매각 수요’
문제는 은행들이 연체채권과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려 해도, 이를 받아줄 수요가 충분하냐는 것이다.
국내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지난해 약 8조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대신에프앤아이, 오릭스캐피탈코리아 등 전문 투자사들이 매입에 나서고 있으나, 매입 여력이 무한하지 않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매각 가격이 떨어지거나 매각이 지연될 수 있다. 이는 은행 건전성 부담을 오히려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같은 공공기관의 역할 확대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캠코가 대규모 부실채권 인수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정부 재정 부담과 시장 왜곡 우려가 있어 적극 개입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반기 난이도 상승 불가피
하반기 은행권은 연체율 상승세, 부실채권 관리 부담, 순이자마진 둔화, 규제·세제 리스크라는 4중고에 직면하게 된다. 은행들이 충당금을 늘리고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위기 대응 모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그러나 부실채권 매각시장의 수요가 충분치 않으면, 은행권의 손실흡수력 강화 전략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하반기 은행 경영 환경의 관건은 부실채권을 팔 수 있느냐, 그리고 이를 받아줄 시장 수요가 있느냐로 압축된다. 수요 부족이 현실화된다면, 은행의 건전성 리스크는 통계보다 더 빠르게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 ya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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