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잃은 '지역축제', 팬덤 전용 무대로 전락…'주객전도'의 현장

전국 입력 2025-10-20 18:34:57 수정 2025-10-20 18:34:57 오중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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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은 들러리…공공의 장 짓밟은 '팬심 갑질' 논란

지역축제에 출연하는 한 출연 가수 팬클럽이 축제장 내 부스에서 관광객과 주민들에게 팬클럽 가압을 권유하고 있다. [사진=오중일 기자]
[서울경제TV 광주·전남=오중일 기자] 가을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지역축제가 연이어 개막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역민을 위한 축제'라는 본질을 잃고 특정 팬덤에 의해 사유화되는 심각한 문제가 그림자처럼 드리우고 있다. 특히 공공의 예산으로 초청된 출연 가수 팬클럽의 무분별한 횡포와 축제장 질서 파괴 행위는 '지역 문화 향유'라는 축제의 공익적 가치를 짓밟고 있다.

최근 지역축제가 본래의 취지인 주민 화합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일부 출연 가수 팬클럽의 무분별한 '자리 점령'과 '상업적 횡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 등 지역민을 위한 핵심 콘텐츠조차 팬덤 문화에 의해 침해당하는 사태가 속출하며 축제의 공공성과 정체성 훼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일부 극성 팬클럽의 이기적인 행동이다. 이들은 축제의 주요 무대 앞 명당을 새벽부터 선점해 정작 지역주민이나 어린이를 동반한 보호자들이 좋은 자리에서 축제를 즐길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어린이 프로그램에 자리 점령에 따른 보호자 불만 폭주'는 이러한 주객전도의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축제가 특정 가수의 단독 콘서트장으로 변질되면서 지역민을 위한 공공의 문화 향유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일부 팬클럽은 축제장 내에서 '특정 연예인 팬클럽 부스'를 설치하고 '팬클럽 가입 강요 및 기념품 판매 행위'를 벌이는 등 노골적인 상업 활동까지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축제의 본래 목적과 무관할 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 활성화라는 부차적 목표에도 전혀 기여하지 못한다.

축제 관계자는 "팬클럽이 축제장 매출에 관계가 없고 직접 도시락 등 가지고 오는 형태", "그래서 팬클럽은 지역축제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팬덤은 오로지 자신들이 지지하는 연예인의 공연만을 소비하고 지역 특산물이나 축제 관련 상품에는 지갑을 열지 않아 축제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축제가 '지역 홍보'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세금을 투입하고 기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팬덤의 활동이 공공 예산으로 운영되는 축제의 가치를 훼손하는 '기생적 행위'로 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역축제는 특정 팬덤의 사적인 공간이 아닌 모든 지역민과 방문객이 함께 즐기는 '공공의 장'이다. 따라서 축제 주최 측은 이러한 팬클럽의 횡포에 대해 단호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주최 측이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규제 방안은 공정한 좌석 및 홍보부스 배정과 질서 유지 시스템을 도입해 특정 집단의 자리 선점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또한 '지역축제장 내'의 팬클럽 부스에서의 상업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축제의 경제적 이익이 지역 상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특히 축제 프로그램 구성 시 '지역민 우선' 원칙을 명확히 하고 지역민을 위한 콘텐츠가 팬덤 문화에 의해 침해받지 않도록 공간적, 시간적 구분을 확실히 해야 한다.

지역 축제가 일회성 연예인 초청 잔치로 전락하고 '팬심'이라는 미명 하에 지역 공동체의 문화 향유 권리가 침해되는 현상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공공의 자산인 지역 축제의 본질을 회복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축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축제 주최 측의 비판적 성찰과 적극적인 개입이 절실하다.


/raser5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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