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파문' 보성군의회, 공직사회 두 번 울린 '인권 침해' 논란

전국 입력 2025-10-21 17:34:31 수정 2025-10-21 17:56:41 오중일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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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한 직원 진급시키지 마"…보성군의원 발언에 노조 게시판 '또다시' 폭발

보성군 공무원 노동조합 게시판. [사진=독자제공]
[서울경제TV 광주·전남=오중일 기자] 전남 보성군의회 한기섭 의원이 지난 20일 군정 업무보고회 공개석상에서 쏟아낸 발언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공직사회를 넘어선 인권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인구 정책 논의를 빙자해 결혼 여부와 출산 자녀 수를 기준으로 공무원들을 평가하고 징벌적 인사 조치를 주장하는 등 기본 윤리와 인권 감수성이 결여된 '막말 퍼레이드'에 군민들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의원은 이날 인구정책과 보고회에서 "결혼 안 한 놈들, 시집 장가 안 간 놈들, 이놈들 촌으로 쫓아 보내야 한다", "얘기 적게 낳은 놈들은 멀리 보내고 진급도 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무원들의 지극히 사적인 영역인 결혼과 출산 여부를 직장 내 인사 불이익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는 헌법 위반적 발상을 서슴지 않았다.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 의원은 "다문화면 어때. 그 얘들이 앞으로 우릴 먹여 살릴 것"이라며 다문화 가정 출산을 독려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결국 '출산율'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특정 집단을 도구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정책적 접근의 진정성마저 의심케 한다.

이는 개인의 삶의 방식을 국가나 공권력이 강제할 수 없다는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다. 직원들에게 "결혼 못한 것도 서러운데 우리는 죄인이 되었다"는 탄식을 자아내게 만들었으며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명백한 성차별적, 인권 유린적 발언이라는 공직사회의 분노를 사고 있다.

보성군청 공무원 노조 게시판은 이번 사건으로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최근 특정 보성군수 출마 예정자의 출판기념회 언론 보도 기사 링크와 정책 소개 영상 링크 등이 보성군 소속 신규 공무원 포함 공무원들에게 광범위하게 발송돼 개인정보법 침해 문제로 공직사회의 신뢰가 흔들렸던 터라 이번 '막말 파문'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더욱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직원들은 게시판을 통해 "막말 의원은 각성하고 정중히 사과하라", "수준 떨어져요, 이러지 맙시다" 등의 비판 글을 올리며 의원의 퇴행적인 발언과 태도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있다. 잇따른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보성군 공직사회의 내부 갈등과 불만이 표출되는 장소가 된 노조 게시판은 조직의 불안정성과 지방의회의 자질 문제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 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건은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공직사회의 사기를 진작하고 공정한 정책 논의를 이끌어야 할 책임은 망각한 채 공무원들을 통제하고 압박하는 '군림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기섭 보성군의회 의원은 "공무원들에게 기분 나쁘게 말한 것에 대해 백배 사죄한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그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는 해명은 자신의 발언이 초래한 심각한 인권 침해와 차별적 언행의 무게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방의원은 군민을 대변하고 공정한 행정을 감시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다. 개인의 인격을 모독하고 사생활을 침해하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언사를 공개적으로 쏟아내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질과 윤리 의식을 상실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보성군의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엄중한 윤리적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한기섭 의원 역시 공직사회와 군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군민들은 지방의원의 자격 자체에 대해 심각하게 재고하게 될 것이다.


/raser50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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