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다"…보성군, 이순신 장군 정신을 붓으로 잇다

[서울경제TV 광주·전남=오중일 기자] 임진왜란의 위기 속,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앞두고 결연한 의지를 담아 올린 역사적인 보고서, '장계(狀啓)'의 정신이 전남 보성 열선루에서 현대적으로 되살아났다.

26일 보성군에 따르면 전날 전국 최초로 '제1회 보성 열선루 이순신 장계 쓰기 대회'를 개최하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열띤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쳤다.

특히 이번 대회는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今臣戰船尙有十二)"라는 불멸의 장계를 작성했던 역사적 현장인 보성 열선루의 상징성을 복원하고 단순히 역사 재현을 넘어 '공직 보고서'인 장계의 현대적 의미를 조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그동안 백성이 임금에게 의견을 올리는 '상소(上疏)'를 주제로 한 대회는 많았지만 국가 위기 상황에서 관리가 상급자에게 대책을 보고하고 자신의 '책임과 결의'를 표명하는 공식 문서인 '장계'를 테마로 한 대회는 보성이 처음이다. 장계는 단순한 건의가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려는 충절과 비장한 각오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첫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일반부 80명, 학생부 115명 등 총 195명이 참가 신청을 하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참가자들은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과 불굴의 의지를 되새기며 문학적 상상력과 필력을 더해 위기 극복의 정신을 담은 자신만의 장계를 써 내려갔다.

엄격한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36명(일반부 18명·학생부 18명)은 열선루 현장에서 직접 장계를 필사하며 진정성 있는 문장력과 주제 적합성을 겨뤘다. 심사 결과, 위기에 맞서는 비장한 결의를 효과적으로 표현한 벌교여자중학교 3학년 장민영 학생과 전남 순천의 서은애 씨가 각각 학생부와 일반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보성 열선루 장계 쓰기 대회는 이순신 장군의 충절과 위기 극복 정신을 단순히 기리는 것을 넘어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책임감과 결의를 계승하는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 이 대회를 청소년과 군민이 함께 참여하는 보성의 대표 역사 문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켜 열선루가 가진 역사적 가치를 전국에 알리겠다"고 말헸다.

보성군은 이번 대회를 통해 이순신 장군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고 문학적 표현력을 통해 보성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전국 공모형 대회로 매년 정례화해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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