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받고도 술…어렵게 얻은 생명 위협하는 선택”
건강·생활
입력 2025-12-23 15:40:57
수정 2025-12-23 15:40:57
이금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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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간이식팀 간담췌외과 유영경 교수 인터뷰
서울성모병원이 간이식 수술 1500례를 달성했다. 간이식을 시작한 1993년 이후, 본격적으로 수술이 이뤄진 200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 년간 현장을 지켜온 유영경 서울성모병원 간이식팀 간담췌외과 교수는 “간이식 수술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수술”이라며 “고난도의 술기가 요구될 뿐 아니라, 환자와 공여자 각각의 드라마 같은 사연을 이해하고 수술 이후 평생에 걸친 건강 관리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조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유 교수는 간이식 이후에도 음주를 지속하며 어렵게 얻은 생명과 새로 이식받은 간을 스스로 해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새롭게 받은 간은 일시적인 치료의 결과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할 소중한 장기”라며 “간이식 이후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와 절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이식 수술 길면 20시간…변수는 환자 상태
간이식 수술 시간은 환자 상태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혈관 구조가 비교적 정상이고, 공여 간의 상태가 좋은 경우에는 4~5시간 만에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재이식이 필요한 경우나 혈관 기형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수술 시간이 20시간에 이르기도 한다.
특히 급성 간부전 환자는 언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간성 뇌증으로 의식이 저하되거나 출혈과 복수가 동반되는 경우, 수술 여부 자체가 생과 사를 가르는 결정이 된다. 그는 “이 경우 간암 수술처럼 계획된 수술이 아니라, 정말 사람을 살리는 수술”이라고 설명했다.
◇생체 간이식,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큰 부담
우리나라 간이식의 특징은 생체 간이식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 교수는 “사실 외과의사 입장에서는 생체 간이식을 하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건강한 공여자는 수술로 얻는 이득이 전혀 없고, 오직 위험만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영경 교수는 "가족이라 해도 간을 떼어준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검사까지 받으러 오는 사람만 해도 정말 상위 20%의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는 공여자 수술이 가장 큰 부담이다. 공여자의 남은 간이 충분히 기능해야 하고, 단 하나의 합병증도 발생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는 “수술의 주인공은 받는 환자가 아니라 공여자”라고 강조했다.
◇술·지방간 증가…간이식 원인도 변하고 있다
과거 간이식의 주요 원인이 B형·C형 간염이었다면, 최근에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항바이러스 치료가 발전하면서 바이러스성 간염은 줄어든 반면, 알코올성 간질환과 지방간, 대사질환으로 인한 간부전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그는 “여성 음주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간과 당뇨를 앓다 고령에서 급격히 간부전으로 진행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방간이 간이식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식 후에도 술 마시는 환자…가장 무서운 적은 술”
간이식 후 관리에서 가장 큰 적은 여전히 술이다. 유 교수는 “이식받은 간으로 다시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환자들은 이식 후 회복했음에도 다시 음주를 하다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이다. 그는 “정체불명의 약초 등 간 독성이 있는 물질을 몰래 먹다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먹던 음식 외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간이식을 고민하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일반 독자들에게 “술은 가능하면 멀리하라"며 "간이식까지 가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치료”라고 말했다.
/ks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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