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거스를 것인가, 내맡길 것인가…책 '서른에 시작하는 30일 사주명리'

건강·생활 입력 2025-12-23 16:01:47 수정 2025-12-23 16:03:12 이금숙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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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이금숙기자] 흔히 운명을 ‘거슬러야 할 것’으로 배운다. 거친 물살을 헤치고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말이다. 신간 '서른에 시작하는 30일 사주명리'는 전혀 다른 질문을 던진다. 정말로 삶은 거슬러야만 하는 것일까, 아니면 때로는 흐름에 자신을 내맡기는 것이 더 지혜로운 선택일까.

전 조선일보 학술기자이자 운명에 대한 인간의 믿음을 오래 탐구해 온 인문 저술가 이지형은 책을 통해 사주명리라는 오래된 사유 체계를 통해 ‘운명에 맞서는 법’이 아니라 ‘운명과 공존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북태평양의 망망대해에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긴 시간을 견뎌온 연어의 삶을 비유로 삼아, 우리가 놓치고 있던 삶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격류를 거슬러 오르는 순간보다, 사실은 그 이전의 떠도는 시간이 더 길고 중요하다는 통찰이다.

이 책은 난해한 점술서가 아니다. 명리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30일간의 여정 형식으로 구성됐다. 오행과 천간·지지 같은 기본 개념부터 ‘대운’이라는 시간의 흐름, 그리고 운명을 대하는 태도까지 차근차근 안내한다. 사주를 미래 예측의 기술이 아닌, 불확실한 삶을 건너기 위한 ‘지도’로 재정의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10년 전 산속에서 조난당했다가 “바로 옆이 등산로”라는 구조대원의 말을 듣고 허무하게 구조된 경험을 소개한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다는 이야기다. 사주 역시 마찬가지다. 삶의 해법은 멀리 있지 않으며, 이미 우리가 서 있는 자리 근처에 놓여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책은 운명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드라마라고 이야기 한다. 과거에는 불길하게 여겨졌던 역마살과 도화살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동과 변화가 일상이 된 글로벌 시대에 역마는 경쟁력이 되고, 대중의 시선이 중요한 사회에서 도화는 하나의 자산이 된다. 시대가 바뀌면 운명을 읽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경제학 개념인 ‘매몰 비용’을 끌어와 삶의 태도를 조언한다. 이미 지나간 불운에 집착하지 말고, 재미없는 영화를 중간에 나올 용기를 가지라는 것이다. “딱 6개월만 버텨보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계절이 바뀌듯 운의 흐름도 반전을 맞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주의 한계 또한 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60갑자의 기준점이 불명확하다는 ‘치명적 결함’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사주가 천 년 넘게 인간의 불안을 위로해 온 ‘이야기의 데이터베이스’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과학적 정확성보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견디게 하는 해석의 힘이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은 “땅 쓸고 꽃잎 떨어지기 기다리네(掃地待花落)”라는 선시로 압축된다. 아직 오지 않은 일을 대비하는 자세, 좋은 때에는 자족하고 어려운 때에는 마음을 다잡는 태도. 사주는 미래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준비하는 지혜라는 결론이다.

이 책은 사주 입문서이자 삶의 입문서다. 거스를 것인가, 내맡길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저자는 말한다. 둘 중 하나만이 답은 아니라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각자의 길을 찾는 것이 삶의 본질이라고. 

/ks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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