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투기꾼’의 욕망을 추동하는 정부

오피니언 입력 2020-06-17 17:21:10 수정 2020-06-17 17:21:16 지혜진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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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TV=지혜진기자] 최근 분양권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오픈 채팅방을 통해 알고 지낸 ‘부동산 투자 전문가’ A가 추천한 분양권을 샀다가 문제가 된 경우였다. 제보자가 산 것은 지방의 미분양 아파트 분양권으로 지난해 말쯤 샀던 게 올해 상반기 7,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매 제한 기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 프리미엄까지 붙었는데 왜 형사소송에 검찰고발까지 했을까. 


알고 보니 A의 부동산 법인을 통해 사들인 거였다. 계약금 1,000만원을 A의 개인 계좌로 보냈고, A는 제보자의 것을 포함해 총 7개의 분양권을 자신의 법인 명의로 샀다. 예상보다 높은 프리미엄이 붙으면서 욕심이 생긴 A는 계약금에 웃돈을 요구했고, 그게 갈등의 계기가 됐다. 결국엔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제보자는 부동산 공부를 하려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채팅방을 통해 1년여간 신뢰를 쌓은 A를 믿고 덜컥 투자하게 됐다고 했다. 


처음엔 제보자도 결국엔 부동산 투기에 가담한 사람이 아닌가, 냉소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나라도 그런 욕심이 생겼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투기에 대해 대단한 목적이 없더라도 평소 신뢰하던 사람이 투자금의 배가 넘는 이익을 보장한다면. 충분히 내 안에 있는지도 몰랐던 욕망이 꿈틀댈 수 있겠다 싶었다. 이들이 분양권을 산 지역은 오늘(17일)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인천의 한 단지는 어제 당첨자 발표가 나오자마자 채팅방을 중심으로 벌써 프리미엄이 4,000만~6,000만원가량 붙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오늘 정부가 이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하자 당첨자들은 막판에 잘 잡았다며 쾌재를 부르는 자들과 앞으로 대출이 가능할지 불안해하는 사람들로 나뉘고 있다.


정부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는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22번째 규제 칼날을 빼 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3기 신도시 신설’에 ‘수도권 광역교통 비전 2030’ 등 연달아 수도권 호재를 내놓으면서, 뛰어오른 집값은 투기 탓이라고 하니 말이다. 


‘수도권 과밀화’라는 문제의 근원에 관심 두기보다는 사후적이고 ‘옥죄는’ 식의 정책만 내는 것도 문제다. 밀려난 욕망은 예상치 못한 지역의 집값을 올려놓고, 후속 대책에 주춤했다가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현재의 정책은 수요자들의 욕망과 불안 심리를 더 자극할 뿐이다.


정부는 오늘도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고 지켜보다 과열 조짐이 보이면 또 다른 대책을 얼마든지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막차’라고 생각되는 김포, 파주로 몰려가고 있다. 온 나라에 들끓는 욕망이 투기세력이 많아서일까. 말로만 ‘집값 안정’을 외치고 실은 욕망을 자극하는 표리부동한 정책 때문일까. /hey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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