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포용적 금융을 내세운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은행권은 지난 상반기 역대급 이자수익을 거뒀습니다.
지금 포용적 금융 정책은 취약계층의 빚을 탕감해주거나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억누르는 방식인데요.
신용등급이 낮아 높은 이자율의 대출을 쓰면서도 성실하게 상환해온 서민들이 오히려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이 같은 문제 인식에서 출발한 새로운 대출방법이 특허를 얻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금융증권부 정훈규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정기자, 특허를 얻었다는 새로운 대출방법이 뭡니까?
[기자]
네, 이 특허의 발명 명칭은 ‘상환 이력 정보에 따라 환급금이 결정되는 대출방법’입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은 개인에게 대출해 줄 때는 조달금리에 업무처리 비용과 일정한 이익 등을 덧붙여서 금리를 결정합니다.
이때 개인마다 신용차이 즉 빚을 못 갚을 확률이 높은 고객에 그 위험만큼 이자를 더 받습니다.
그런데 특허에서 제안하는 내용은 상환을 모두 마친 이후에는 빚을 갚지 못할 것이란 의심이 완전히 해소된 만큼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자는 겁니다.
[앵커]
Q. 그렇다면 누구나 빌린 돈을 모두 갚으면, 금융기관이 신용위험 때문에 더 붙인 가산금리만큼의 이자는 돌려주자는 건가요?
[기자]
고신용자의 경우 은행도 금리를 낮게 책정하기 때문에 모든 대출에 대한 얘기는 아니고요.
주로 가산금리가 많이 붙는 저신용자들에게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이달 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1~2등급은 연 3.26%, 3~4등급은 연 4.58%인데요. 9~10등급으로 가면 연 10.88%로 두 배가 넘습니다.
이렇게 신용등급을 이유로 더 많은 이자를 내는 사람들이 연체 없이 상환을 완료하면, 상위 등급 수준의 금리로 계산해 그 차액을 돌려주자는 겁니다.
[앵커]
Q. 어떤 취지인지는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텐데요.
[기자]
네, 저신용자들은 보통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내야 합니다.
바꿔 말하면 금융기관들이 이들에게 더 많은 빚 부담을 안겨, 오히려 연체위험이나 부실 가능성을 높인다고 할 수 있는데요.
성실히 상환해 최종적으로 빚 부담이 줄어들면, 그만큼 돈 갚을 유인이 커지기 때문에 연체나 부실 가능성도 축소되고, 금융기관이 입을 타격도 없을 거라는 게 이 특허의 논리입니다.
또 채권 소각 같은 빚 탕감 정책은 자칫 불량 채무자들에 혜택이 갈 수 있는 반면, 성실 상환자만 득을 볼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앵커]
Q. 성실 상환자에게 혜택이 간다는 점은 긍정적인데요. 문제는 이것을 도입하는 금융기관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반응이 어떻습니까?
[기자]
네, 몇몇 금융사에 이런 대출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는데요.
기존 금융논리에 맞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빚을 갚고 나면 신용 등급이 올라가고, 이렇게 스스로 신용을 잘 관리해 그 다음 대출 때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돈을 빌릴 당시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한 대출 계약에 대해서, 완제했다고 환급해 주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또 일부 금융사는 지금도 적정 대출금리에 대한 논란이 많은데, 여기에 더해 환급금 적정성 여부를 두고 더 큰 혼란만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Q. 금융회사들의 반응이 이렇다면 결국 실제 도입되기는 쉽지 않겠군요.
[기자]
이 특허는 전·현직 금융권 종사자 3명이 공동으로 출원한 것인데요.
이들은 “약자에 강하고 강자에 약한 금융논리가 빈부격차를 더 심화하는 원인이라고 느껴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를테면 낮은 이자율을 받는 부자는 대출로 투자해 더 큰 수익을 올려 더 부자가 되고,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생활비로 높은 이자의 대출을 받았다가 빚만 불어나기 십상이라는 겁니다.
현재 정부의 빚 탕감 정책에서는 채권 소각 후 연체 이력 정보도 모두 지워 향후 대출 때 반영할 수 없도록 했는데요.
특허 발명자들은 이렇게 빚을 탕감하면서 기존 신용도 지우는데, 성실한 상환자들에게 선제적인 혜택을 주는 것은 왜 안되는 지 반문했습니다.
[앵커]
Q. 혹시 이 특허처럼 신용이 낮아 높은 이자를 내고 있지만, 성실히 상환하는 대출자들에 혜택을 주고 있는 사례는 없습니까?
[기자]
네, 이미 성실 상환자에게 혜택을 주는 취지의 상품이나 제도를 운영하고 곳이 있기는 합니다.
주로 중·저 신용 고객이 많은 저축은행인데요. 어떤 상품과 제도가 있는지 이아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레포트-저신용자 성실 상환하면 금리 인하해준다]
[기자]
앞서 소개된 특허의 내용은 빚을 제때 모두 갚은 성실 상환자에게 이자의 일부를 돌려주자는 건데요.
이 특허와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한 방법으로 대출 이자를 깎아주는 사례가 일부 저축은행에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연체 없이 성실히 상환하고 있는 대출자에게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해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상·하반기 통틀어 총 1,400건가량 이루어졌는데, 올해엔 상반기만 벌써 1,541건이나 금리 인하가 이루어졌습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입장에서도 성실 상환 고객이 계속해서 해당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성실 상환한 대출자는 금리를 인하 받아서 좋고,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은 겁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페퍼저축은행은 연체 없이 대출금과 이자를 상환할 경우, 6개월마다 5~6%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는 ‘페퍼999무지개대출’ 상품을 내놨습니다.
2015년 중순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2016년 상반기까지 판매 실적도 좋았습니다.
그러나 2016년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금리를 깎아주면 잘 갚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 겁니다.
은행은 대출 대상 조건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8·9등급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으로, 성실 상환한 경우 금리 인하 혜택을 줬는데도 연체율이 높게 나왔다”며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경제TV 이아라입니다. /ara@sedaily.com
[앵커]
약자에게 더 받는 은행 대출, 신용으로 사업하는 금융의 논리로 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새로운 포용적 금융 아이디어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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