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공시대리인 도입…내년부터 ‘올빼미 공시’ 기업 명단도 공개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기업 공시 건전화를 위해 공시대리인 제도를 도입한다고 2일 밝혔다. ‘올빼미 공시’로 칭해지는 불건전 공시에 대한 조치도 강화된다.
금융위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코스닥 기업에 공시대리인 제도를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은 한국거래소의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오는 7일부터 시행되는 ‘공시대리인 제도’는 코스닥 상장사 중 3년 이하 신규 상장사와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에 한해 허용된다. 중소기업 적용 대상인 상장사는 2017년 말 기준 778곳이다.
공시대리인 자격 요건은 △상장사 공시담당자로 2년 이상 근무한 공시 업무 경력자 △변호사 △회계감사 또는 기업 자문·컨설팅 업무를 2년 이상 수행한 회계사 △투자매매·중개업자인 회사에서 기업금융, 조사분석 또는 고유자산 운용업무를 2년 이상 수행한 자 등이다. 이들은 코스닥협회 공시담당자 전문과정을 수료하면 공시대리인으로 활동할 수 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상당수가 공시 담당 조직이나 인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가 도입됐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의 64%는 공시 담당자가 1명이다. 대부분 공시 담당자 1명이 회계·재무, 기업설명회(IR) 등의 업무를 함께 수행한다는 의미다.
공시대리인을 선임하더라도 문제가 발생한 상장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벌점·제재금을 부과받게 된다. 거래소는 또 반복적으로 공시의무를 위반할 경우 공시대리인 교체를 해당 상장사에 요구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공시대리인은 회사 ‘내부자’로서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시 처벌 대상이 된다. 거래소는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공시의무 위반 시 공시대리인의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한 표준계약서를 이달 중 마련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중소·혁신기업의 공시 역량 강화를 위해 방문 컨설팅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올해 중 이들 기업에 최적화된 공시 시스템 모델도 개발한다. 특히 불성실공시 가능성이 큰 상장사는 ‘고(高)위험군 기업’으로 분류해 예방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코스닥 기업이 제출한 공시를 거래소가 사전에 검토·승인하는 ‘공시 사전확인 절차’에도 변화가 생긴다. 금융위가 중장기적으로 해당 절차를 폐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코스피 기업처럼 신규상장, 불성실공시 법인, 관리종목 지정 법인 등에 한해 사전확인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른바 ‘올빼미 공시’ 기업 명단도 공개된다. 공개 시점은 내년 근로자의날 연휴(5월 1~3일) 뒤부터다. 명절 등 연휴 직전이나 연말 폐장일에 상장기업이 회사에 불리한 주요 경영사항 정보를 공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최근 1년간 2회 이상 또는 2년간 3회 이상 주요 경영사항을 설·추석 등 3일 이상 연휴 직전 매매일이나 연말 폐장일에 공시하는 기업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달 4~6일 어린이날 연휴 직전의 올빼미 공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휴 직전 공시로 정보 전달성이 떨어지는 경우, 거래소가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해당 정보를 재공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는 올해 추석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금융위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공시의무 위반이나 공시 번복 등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지난해 공시의무 위반이 반복되는 기업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기준이 강화되고 공시 내용 장기 이행 지연 시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제재하는 방향으로 규정이 강화됐는데 심의·제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소연기자 wown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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