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블리 집단소송 소비자 패소…소송비용 어떻게?
임블리쏘리, 강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 계좌로 1,000여만원 후원금 모집
[서울경제TV=문다애 기자] “손해배상금을 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도리어 소송 비용을 내게 됐네.”
화장품 브랜드 임블리 운영사를 상대로 집단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안티계정주 ‘임블리쏘리’측이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임블리쏘리와 함께 소송에 참여한 참여자들이 소송비용을 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소송 참여자들은 1인당 1,00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이번 패소로 도리어 1,200만원의 소송 금액을 나눠 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최근 기업을 상대로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소송에 새 지침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소송비용 부담한다는 설명 듣지못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판사 이석재)는 부건에프엔씨의 코스메틱 브랜드 ‘블리블리’ 화장품 사용자들이 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제기한 집단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지난달 22일 “피부 질환과 화장품 사이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는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집단 소송 참여자들은 부건에프엔씨 화장품을 사용하고 피부 부작용이 생겼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인과관계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에는 총 37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은 1인당 1,000만원씩 총 3억 7,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렇지만 이번 패소로 이들은 1,200만원의 소송 금액을 나눠 내야 한다.
이번 집단소송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소송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며 법무법인측에 반발하고 있다. 이번 집단소송에 참여한 A씨는 “당초 예상과 달리 패소 판결 기사를 접해 당혹스럽다”며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으로부터 부건에프엔씨의 소송비용을 우리(원고)가 부담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고 말했다. 또, “패소 이후의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에 관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강용석 법무법인 넥스트로 변호사가 ‘화장품 구매 내역만 있으면 소송이 가능하다, 무조건 승소이고 부건에프엔씨 측에서 합의가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집단소송을 주도한 안티계정주 임블리쏘리는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계좌로 기부금을 모았다.
◆임블리쏘리, 개인계좌로 후원금 모집하고 내역 미공개
소송 금액 모금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임블리쏘리는 개인계좌로 1,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집해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총 후원 금액만 알렸을 뿐, 자세한 후원금 내역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금액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 사용 계획서를 작성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 또는 특별시장 광역시장 도지사 특별자치도지사(이하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
‘임블리쏘리’는 소송을 위한 모금 과정에서 ‘펀드식 후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임블리쏘리는 “펀드식은 보내주신 금액에 연 10% 이자를 피해자분 승소시 위자료에서 일괄 송금해드리겠다”고 공지했다.
◆펀드식 후원,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 높아
그런데 이같은 펀드식 후원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법무법인 소속의 변호사B씨는 “소송을 위한 후원금을 펀드식으로 받아 수익을 돌려주는 이른바 소송펀드는 해외에서 일부 도입됐을 뿐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기관도 이번 후원금 모집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집단소송을 위해 임블리쏘리는 법무법인 넥스트로의 계좌로 기부금을 모았다. 행전안전부는 “법무법인이라도 기부금품법 제4조 제2항 각 호에 해당하는 공익사업을 위해서는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다”며 “다만 비영리법인이 아닌 단체에서 기부금품 모집등록을 하는 사례는 거의 없으며 확인 결과 넥스트로는 기부금품 모집등록 단체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번 집단소송 참여자 37명 중 일부는 실제 화장품 피해자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소송 참여자 C씨와 D씨는 타인의 구매내역을 제출했고, 또 다른 소송 참여자 E씨는 화장품이 아닌 식품을 구매하고도 화장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F씨는 지재권 침해로 인해 합의금을 지불한 것을 본인의 피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피해자가 아님에도 소송에 참여한 것이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5건에 달한다. 이번 집단소송참여자들 가운데 일부는 소송에 앞서 부건에프엔씨 측에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da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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